트렌드를 쫒지말고 트렌디한 사람이 되라

<노희영의 브랜딩 법칙: 대한민국 1등 브랜드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리뷰

by 웨엥

이 책은 마치 노희영이라는 사람을 영화로 만들어, 그 영화의 엔딩 크레딧을 보는 것 같다.

각 챕터 별로 노희영님의 굵직한 프로젝트들이 나오고, 그 챕터의 말미에는 항상 여정을 함께한 사람들의 이름과, 그들의 도움에 감사하는 말들이 이어진다. 마치 이런 성과 뒤에 이런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나 혼자서 일구어 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쓰여진 책인 것 처럼.


비슷한 시기에 윤소정이라는 기획자의 영상을 보게 되었다.

전하는 메시지가 동일한 것이 인상적이었는데, 둘 다 그저 스쳐 지나가듯 보지 말고, 아주 꼼꼼하고 예리하게 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원래 그렇게 생겨먹은게 아니라, 누군가가 분명한 의도를 갖고 '만든' 것들의 레이어를 읽어내기 위해 노력하라고.


노희영님은 그걸 "예리한 소비자가 되라"라는 말로 표현했고, 윤소정님은 "유학하듯 여행하라"라는 말로 표현했다. 트렌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트렌드를 쫒아가는게 아니라, 스스로 트렌디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두 사람의 말을 들어보니 트렌디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한 것 같다.


1. 좋은 것이 왜 좋은지, 세상에 실체가 구현된 것들로부터 제작자의 의도와 상황을 역으로 읽어내는 능력

(예를 들어, 잘 되는 식당이 왜 잘되는지, 잘 팔리는 디저트가 왜 바이럴을 타는지 이유를 알아내는 독해능력)


2. 그렇게까지 디깅할 수 있는 고유한 관심사


윤소정님은 낯선 장소에 가면, 특히 여행길에 오르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눈길을 잡아끄는 것을 찾아내기 쉬워진다고 했다. 그럼 그걸 붙잡고 계속해서 디깅하는거다. 왜 좋은가. 왜 이렇게 '만들어졌는가'. 왜 사람들은 열광하는가. 이걸 계속 붙잡고 늘어지는 것이다.


잘 기억은 안나지만, 며칠 전 상하이에 다녀왔을 때 본능적으로 나를 잡아끄는게 뭐였더라 생각해본다.

늘 그렇듯 먹을거리다. 잠시 자료조사를 하다보니 내용이 너무 많아서 이건 나중에 따로 적어야겠다....


노희영님은 사람을 뽑을 때 5년 뒤의 자신을 상상하지 못하는 사람은 잘 뽑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5년 뒤의 나를 잠시 상상해보았다.


5년 뒤의 나는,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 일하는게 아니라 스스로 무언가를 대표하고 있으면 좋겠다.

그게 전업이든, 혹은 내 수입의 일부이든. 내가 외치고 싶은 나의 메세지가 있고, 그걸 비즈니스의 형태로 세상에 구현해내고 있었으면 좋겠다. 메시지를 전하는 방법은 참 여러가지가 있지만 사업의 형태가 참으로 매력적이라는 생각을 점점 더 많이 하게된다.


그리고 내 또래의 젊은 대표들을 보면서, 스스로를 명료하게 소개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하게 되는 것 같다. 전 이런 것을 대표하는 사람이에요.


아래는 내가 책을 읽으며 기억에 남는 부분을 옮겨적었다.



나는 늘 위기가 올 때 생각한다. 위기와 기회는 항상 같은 타이밍에 온다고. 그것이 위기인지 지회인지 인간의 능력으로는 감지할 수 없고, 시간이 흐른 뒤에야 알 수 있다. 다만 인간의 힘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은 위기와 기회의 오차 범위를 최대한 줄이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짜장면을 새로 개발한다고 치자. 느닷없이 완전히 새로운 맛의 노란 짜장면을 만든다면, 그것은 개발이 아니다. 노란 짜장면은 이미 짜장면이 아니기 때문이다. 음식 상품 개발자들이 오해하는 것이 이 부분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맛은 호불호도 심하고 대중에게 익슥해지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그리고 좋아하게 된다고 해도 '특별한 음식'으로 인식돼서 자주 먹지 않는다. 소비자는 '창조'를 원하지 않는다. 셰프들이 새로운 맛, 생소한 맛을 개발해오면 나는 늘 이렇게 말한다.


"당신같으면 이걸 일주일에 몇 번이나 먹을 것 같아요?"


본인도 본인 가족도 자주 먹을 것 같은 음식을 개발해야 그것이 신메뉴인 것이다. 무턱대고 새로운 것이 신메뉴, 신제품일 것이라는 망상을 버려야 한다.


식품 개발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소비자가 진짜 원하는 것과 상관없이 자신이 개발할 것을 먼저 생각해놓고, 여기에 맞춰 데이터를 분석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행동은 자신이 먹고 싶고, 바르고 싶고, 입고 싶은 것을 남에게 강요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기획이나 개발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취향을 온전히 내려놓고 소비자의 기호를 관찰해야 한다. 그럴 때 새로운 상품에 대한 답이 보인다. 나 역시 늘 되새기려고 한다. 제품의 가치는 소비자의 기호를 세심하게 파고드는 디테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그렇다면 나는 곡물집 젤라또의 신메뉴를 어느 방향으로 기획해야 할까?


나는 모든 신제품 기획의 답은 그 마켓에 있다는 말을 신봉하는 사람 중 하나다. 즉각 팀원들에게 우리나라 전체 비스킷 생산품 중 베스트셀러만 모아오라고 했다. 사람들에게 익숙한 맛, 그리고 요즘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맛을 알아야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비스킷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난 늘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을 때 시장과 소비자를 철저히 분석해서 대안을 찾는다. 대안 없이 비판과 비난만쏟아내는 것으로는 다른 사람을 설득할 수 없다. 대안 없는 논쟁은 일의 속도만 느리게 할 뿐이다.


회장님을 설득하는 데 있어서 첫번 째 조건은 성공을 예측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회장님이 나의 의견에 동의할 수 있는 간단하면서도 핵김을 찌르는 자료를 만들어야 했다.

....

저자는 마켓오 패키지를 기획할 때, 요란한 일반 과자 박스대신 빈티지한 패키지를 만들고 싶었다.

그런 슴슴한 디자인으로는 눈에 안 띈다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뒤집기 위해, 밤늦게 마트 진열대에 시제품을 올려둔뒤 사진을 찍어와 실제로 남과 다른 디자인이 얼마나 눈에 띄는지 직접 보여줬다고 한다.

조직 안에서 성공을 이룬다는 것은, 결국 조직을 움직일 줄 안다는 것. 조직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설득, 설득, 끝없는 설득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설득해내기 위해 정말 부지런히, 남보다 한 두 발자국 더 앞서서 증명해내야만 하는 것이다.


레시피를 개발하기 위해 전국을 돌며 대한민국의 대표 만두를 찾아다녔다. 그 과정 자체가 너무도 귀중한 자료라 올리브TV 채널에서 <만두명가>라는 6부작 다큐멘터리를 동시에 기획했다.


리서치의 과정마저도 콘텐츠로 만들어서 브랜딩에 활용하는 것이 너무도 인상적이었다. 만두명가와 비비고 만두 사이의 연결점은 이 책을 보고서야 처음으로 알았지만, 오디언스를 먼저 모으고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 요즘의 흐름과도 결이 비슷한 것을 보고 저자의 선구안에 정말 감탄했다.

그런데 왜 비비고의 브랜드에는 이러한 부분이 빠져있었을까? 이미 너무나 콘텐츠가 많아 불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서 가지치기 한 걸까?


어떤 일을 기획할 때 반드시 두 개 이상의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기획한다고 했다.


그런데 소량으로 만든 샘플이 아무리 맛있더라도 공장에서 만들 수 있는 레시피로 바뀌는 순간 완전히 다른 맛이 된다. 그 시점에서 대부분은 어떨 수 없다는 핑계를 대고 맛을 포기한다. 공장에서 돌렸을 때 나오는 맛의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맛을 포기하지 않았다. 공장에서 대량으로 만들어도 샘플과 동일한 맛이 나오는 레시피가 완성될 때 생산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작할 때 정한 기준에 충실해야지 타협하는 순간 존재 가치는 사라진다는 것이 나의 철학이다.


나의 마케팅 원동력은 여자들이다. 무엇보다 20~30대 여성들이 좋아해야 한다. 그들이 먼저 좋아해야 입소문도 빨리 나고 상품에 대한 호감도가 다른 소비자층으로 확산된다.


즉 우리 고객을 청담동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파스타를 먹는 사람들로 설정해야 한다. 그리고 레스토랑의 셰프가 직접 만든 파스타와의 차이를 좁히고자 노력해야 한다. 우리의 경쟁 상대는 같은 공장생산 경쟁사가 아니다. 그곳보다 맛있게 만드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아무 의미가 없다. 비교 기준은 명확히 소비자의 입맛이어야 한다.

내가 기획을 할 때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도 공급자 마인드가 아니라 소비자 입장에서 모든 것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소비자를 관찰하는 것은 이제 나에게 일상을 지배하는 하나의 습관이 되었다.


영화 전산망 코비스에서 영화 관객 수를 보고, 어니 식당이 인기있다고 하면 바로 가서 먹어보고.

기획자라면 변덕스럽고 예민한 소비자의 마음을 읽기 위해 끊임없이 관찰하는 수 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진정한 소비자가 되어야 한다. 단, 단순히 소비하고 평가하는 데 그치지 말고 스스로 질문하고 이유를 찾아내는 예리한 소비자가 되어야 한다.


트렌드는 바다에 떠 있는 배와 같다. 작은 파도와 바람에도 흔들리고, 그 방향이 바뀐다. 그래서 기획자는 멀리서 그 배를 지켜보는 게 아니라 트렌드라는 배에 올라 파도를 타고 있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트렌드를 읽는게 아니라 트렌드 안에 내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트렌드를 읽는 사람이 아니라, 트렌디한 사람이 되자.


브랜드를 만들고 지키는 것은 애정과 관심에서 시작되는 일이다. 조그만 상처 하나에도 내 아이의 일인 듯 화내야 하고, 잘못될 때는 부모의 마음으로 무엇이 브랜드에게 최선일지 고민해야 한다. 그렇게 아이 키우듯이 브랜드를 관리하면 절대 실패하지 않는다.

아이를 낳아본 적 없지만 저 문장을 읽고 대체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어떤 감정인지 인생 최대로 궁금해졌다.

저자가 브랜드를 자신의 딸, 아들로 표현하는 것이 왠지 기억에 남는다.

내 딸, 내가 세상에 전하고 싶은 한문장의 말. 그 자체로 나를 비추는 거울.

그리고 그 딸이 명성을 떨치게 하기 위해 대기업을 이용해 레버리지 하는 것도.

그녀는 말 그대로 대기업을 '이용'했다. 대기업만이 갖고있는 자본력, 인프라, 영향력을 동원해야만 내 딸이 스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SM에서 데뷔한 것과, 듣보 기획사에서 데뷔해서 도쿄돔에 서는 것. 두 개중 뭐가 더 확률이 높을까? 당연히 전자다. 후자도 불가능한 건 아니겠지만, 그 딸(=브랜드)의 역량이 훨씬 더 많이 필요할 것임은 너무나 분명하다. 내가 무엇에 집중해야하고, 외부의 어떤 도움을 끌어와서 다른 부분을 처리할 것인가. 이것을 판단하는 것이 정말로 중요하다.



리뉴얼의 핵심은 우리의 본질을 제외한 다른 부분을 잘라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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