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속사임

땅따먹기......

by 뚜르뚜르라이프

타다닥, 타다닥.

양철지붕을 때리는 요란한 소리에 놀라

창문으로 달려가 손을 쭉 뻗어 보았다.

시퍼렇게 멍든 구름 사이로

굵고, 굵직한 빗방울들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젖어든 손가락 사이로 묻어나는 이 느낌,

어딘가 모르게 설렘이 일다

펄펄 날리던 흙먼지는

순식간에 젖은 흑갈색으로 변해

대지를 깊고 천천히 물들여 간다.

마치 땅따먹기 하듯

영역을 넓혀 가는 빗방울들.

촉촉이 젖은 대지가 마음에 드는지

미소를 머금고

양철지붕을 힘껏 울려 준다.

처마 밑 구석에 세워 둔 낡은 양동이도

서로의 파장을 속삭이듯

작은 대화를 하고,

움푹 파인 대지에서 올라오는 흙내음이

살며시 모두를 이끌어

잠시 멈춰 서게 하고,

메마른 나뭇잎과

잠들어 있던 새싹들을 깨우며

형용할 수 없는 대화를 잊어간다.

타다닥, 타다닥, 타다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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