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맞아 보셨나요?

체벌 없는 평화로운 학교

by 서울체육샘

이 시국에 왜 체벌 이야기냐고?

그렇다. 요즘 이슈는 체벌이 아니다.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체벌이 사라진지 12년쯤 되었다. 나는 교직 12년차다.

즉, 체벌이 사라진 학교의 역사가 바로 나의 교직 역사다.

'체벌이 죽고 내가 교사로 왔으니 그는 바로 나로 환생한 것이 아닐까?'하는 드립커피를 한 잔 내려본다.


2010년 이전에 학교를 다녔던 분들은 아마 좀 맞아보셨을테다.

체벌과 관련한 이야기를 한번 해보시라하면 끝도 없이 쏟아낼 분들이 많을 것이다. 아래 세대로 갈 수록 더.

나도 좀 맞아봤다. 다양한 부위를 다양한 방법과 도구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정리를 해보면 이렇다.

강력한 몽둥이(야구 방망이, 빨래 방망이 등)로 위력있는 한 방을 날리던 선생님.

길고 얇은 채 형태로(30, 50cm 자, 나무가지, 지휘봉 등) 수 차례 따끔한 고통을 줬던 선생님.

출석부나 책 모서리를 활용하던 선생님.

손바닥이나 주먹으로 데미지를 입히던 선생님.

손가락을 튕기거나 꼬집어 날카로운 고통을 주시던 선생님.

다양한 정적 자세와 동적 움직임을 활용하여 기합을 주시던 선생님


체벌이라는게 하나의 교육적 도구로 사용될 때였으니 교육적 목적?으로 참 다양하게 이루어져왔다. 직접 때리는 것 뿐만 아니라 기합까지 포함하여 다양한 신체적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안 때리는 선생님은 거의 없었다. 이 선생님은 이렇게, 저 선생님은 저렇게.

방법과 강도는 달랐지만 신기하게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내가 잘못을 했을 때 맞기도 했고 친구 때문에 함께 맞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 마저도 친구를 원망하거나 선생님이 싫지는 않았다. 선생님들마다 정해진 방식이 있었고 모두가 그것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다만, 횟수와 강도가 최대한 적게 부과되기를 간절하게 바랐을 뿐.

당시는 사회적으로도 체벌이 용인되는 분위기였다. 공식적으로 체벌의 기준이 제시되었고 충격적인 사실이지만 심지어 회초리가 보급되기도 했다.

여기까지가 체벌의 회상이다. 돌이켜보면 추억이고 일정 부분 교육에 기여한 측면이 없지 않지만 우리 교육의 부끄러운 과거일 수도 있겠다.

세상은 벌써 많이 바꼈다. 속 박물관의 '곤장 체험존' 처럼 '체벌 체험장'이 교육박물관 한 켠에 자리잡게 되는 풍경을 상상해본다.

2011년에는 금지된 체벌을 대체 할 '상벌점제'가 학교에 도입되었다. '그린 마일리지제'나 '학교생활평점제' 등으로 불린다. 현재도 많은 학교에서 생활지도 방식으로 상벌점제를 채택하여 운영하고 있다. 초기에 시행착오를 거친 후 잘 정착되어 운영하고 있는 학교가 있는 반면, 운영의 묘를 살리지 못해 형식적으로 운영되다가 교육적 효과를 의심받아 아예 상벌점제를 없애는 학교도 있다. 몇 년 동안은 이슈화되어 언론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졌는데 현재로서는 유지할 학교는 유지하고 없앨 학교는 없애는 모양이다. 벌점제를 대체할 생활지도방법을 마련하려는 시도는 늘 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체벌과 상벌점제도라는 중심축 없이 징계 규정과 교사의 열정만으로 학생들을 지도하기는 더 어려워지고 있다. 학교에 '생활지도부'라는 명칭을 가진 부서가 조직되어 운영되고 있지만 대표적인 기피부서 중 하나이다. 이 곳에 배치된 선생님들이 딱히 생활지도에 열정과 전문성이 있다기보다는 떠밀려 맡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생활지도부장(옛 학생부장, 학생주임)이 꾸준히 동일 업무를 맡아 학생 지도에 정성을 들이는 경우는 그나마 사정이 괜찮은 편이다.


체벌은 사라졌고 상벌점제는 흔들리고 있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하는가? 그 다음 도구는 무엇인가?

나는 고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고교학점제와 연계시켜 생각해보았다. 현재 학생생활지도의 문제점 중에 하나는 교과지도교사가 학생 생활지도에 가지는 권한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수업 중 문제가 발생하거나 학생 지도가 필요할 때 단순히 벌점을 몇 점 주거나 생활지도부에 지도를 맡기는 등 소극적일 수 밖에 없게 되어 있다. 앞으로는 단위 교과 수업에서도 학생 생활 지도 할 수 있는 적극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교과 수업의 출석이나 수업 태도 등과 관련하여 '학점 삼진 아웃제'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말 그대로 교과 수업에서 출석이나 수업 태도의 문제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누적되면 학점을 인정을 받지 못 하게 교과 교사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최종적으로 학생의 징계는 교과 교사가 부과한 경고 횟수에 따라 부과한다.

단일 교과에서 3번의 경고를 받게 되면 자동으로 그 교과의 학점 인정이 취소되고 해당 학년도의 총 경고의 횟수에 따라 초중등교육법에 명시된 징계(교내봉사-사회봉사-특별교육-출석정지, 퇴학 등)를 받게 단계적으로 받게 되는 것이다. 이는 수업에서의 학생지도의 권한과 책임을 교과 교사가 가질 수 있게 하고 학생들에게도 보다 책임감있게 교과 수업에 참여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체벌없는 평화로운 학교가 되기는 했지만 체벌을 대체해 온 것들로 내적 평화가 찾아왔는지는 현장에서 끊임없이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시각으로 체벌이라는 '폭력'은 없어졌지만 예전보다 학교가 평화로워졌는지는 모르겠다. 학생들은 더 힘들고 더 불안하며 몸은 아니지만 마음은 더 아프다. 선생님들도 마찬가지다.


'체벌'은 너무나도 쉬운 지도 방법이었고 그것을 대체할 수 있는 진정 '교육적인 지도 방법'은 학교의 끊임 없는 고민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한 대 맞으면 좋은 방법이 생각 날 것 같기도 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