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앨범의 텅 빈 교직원 페이지를 보고 당황한 사람은 나뿐이었을까. 곰곰이 생각하다가 개인정보 활용 동의서를 작성했던 기억이 났다. 당시에는 '뭘 이런 거까지 동의를 받지?' 하며 의아했었는데 의외로 동의를 안 한 사람이 꽤 있었다.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나는 아직까지는 30대 이고 어디든 나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거리낌은 없다. 앨범에서 누가 내 사진을 보든 말든 개의치 않는다. 교육공무원으로서 앨범에 사진을 올리는 것은 의무라는 생각도 조금 있는 것 같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일들이 그렇지 않게 되면서 당황스럽고 혼란스럽다.
조금 다른 이야기인데 글을 쓰고 있는 이의 엄마는 미인이시다. 아니 미인이셨다고 써야 할까. 젊은 시절 잡지 촬영도 하실 만큼 카메라 앞에 서거나 사람들 앞에 서는 것에 자신감이 있으셨다. 그런데 요즘은 본인 모습이 사진에 담기는 것을 썩 유쾌하게 느끼시지는 않는 눈치다. 이것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자연히 일어나는 현상이라 생각한다. 연배 있으신 선생님들이 졸업 앨범에 자신의 모습을 내보이고 싶지 않은 하나의 이유일 수 있을 것 같다.
또 다른 이유는 남의 앨범에 굳이 내 얼굴을 실을 필요성을 못 느꼈기 때문이다. 학교에 근무를 하고 있지만 곧 떠날 것이고(서울의 공립학교 선생님들은 5년마다 학교를 옮긴다.) 졸업하는 학년이 내가 가르치지 않은 학생들이라면 경우에 더욱이 앨범에 실릴 이유를 찾지 못한다. 학교에 애정이 없을 수도 있을 것이고 다른 선생님이나 학생들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했다면 앨범에 내 얼굴이 실리는 것을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싶을 것이다. 애국심, 애교심 이거 강제하는거 요즘 트렌드가 아니라고 들었다. 내 생각은 모르겠고 그렇단다.
세상 참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나도 언젠가 졸업 앨범에 내 사진이 실리는 것을 동의하지 않는 순간이 올까 궁금하면서 두렵기도 하다. 졸업 앨범에서 빠지는 선생님들이 점점 많아져서 교직원 란이 아예 사라지는 일이 발생하지는 않을까 상상도 해본다.
누군가는 졸업 앨범에 교사가 자발적으로 빠지길 원하는 이 삭막한(?) 세태를 비판할 것이다. 또 개인정보의 활용 및 동의 범위가 대체 어디까지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그 판단을 유보하고 여기까지만 쓰겠다. 할말하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