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서접수
다들 그랬겠지만 대입원서 준비하면서 참 고민이 많았다. 첫 번째 고민은 컨설팅을 받을 것인가? 말 것인가? 결론적으로 받지 않았다. 아내는 1학년때부터 컨설팅 한 번 받아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계속 이야기를 했다. 나도 한편으론 받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우리 부부는 맞벌이라 여력이 없기도 했지만 욕심은 많은 편이지만 여기저기 알아보고 부지런한 성향이 아니라 원서접수일까지 마음만 가득했지 결국 실천하지는 못했다. 내 맘속으로는 주변에 고등학교 교사도 있고, 유튜브나 책에 정보도 많이 있으니 결국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는 컨설팅 안 받은 것에 대한 후회는 없다.
23년도는 학교 공사관계로 우리 학교만 개학이 좀 늦었다. 마침 아들 원서 쓸 즈음이라 집에서 하루종일 검색, 유튜브 보기, 수박 먹고 대학 간다 책 살펴보기로 보름 간을 보낸 것 같다. 입결은 참고만 할 뿐이지 활자 그대로 믿을 수가 없었다. 더욱 불안했던 것은 아들이 교과로 가겠다고 해서 생기부 내용이 썩 좋지 않았다. 원서접수 시기가 다가오자 담임선생님께서 희망 대학을 몇 개 써오라고 했다. 아들이 원하는 대학, 나와 아내가 찾아본 정보를 바탕으로 연대, 고대, 성균관대, 한양대, 서강대, 중앙대, 경희대, 학과는 반도체 계약학과를 우선으로 하고 전자공학과를 차선으로 선택해서 썼다. 매형과 친구가 고등학교에 근무하고 있어 조언을 구했다.
담임 선생님께서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조금 공격적?으로 지원해 보는 것도 괜찮다는 의견을 주셨고, 상담하는 과정에서 담임 선생님께서 연구도 많이 하시고 관심이 많으셔서 그런지 하시는 말씀에 믿음이 생겼다. 담임선생님께서는 과학기술원 원서는 6개 원서에 포함되지 않으니 한 번 생각해 보라고 하셨다. 난 과학기술원에 별로 생각이 없었던 상태였지만 기술원 원서는 별도이니 많게는 11개까지 쓸 수 있으니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과학기술원은 자소서를 써야 하니 그게 조금 부담이 되었다. 잘 몰라서 친구에게 조언을 들어보니 친구는 부정적이었다. 아마 과고에서 근무경력이 많아서 그랬는지 일반고는 어려울 거라 생각을 한 것 같다. 그 친구는 자소서 준비할 시간에 수능에 최저에 더 초점을 맞추라고 했다. 그리고 하는 말이 스토리가 많아 한 번에 짧은 시간 내에 작성할 수 있으면 그 정도는 괜찮다고 했다. 조금 갈등은 되었지만 내 생각에는 한 번 지원해 보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었지만 일단 아들의 판단에 맡겼다(친구의 조언도 전해 주었다).
선생님은 KIST까지 4개 과학기술원 다 지원가능하다고 했지만, 아들은 한국과학기술원은 조금 어려워했다. 내 생각에도 한국과학기술원은 무리일 것 같아 포기하고 GIST, DGIST, UNIST 3개 기술원에만 지원하기로 했다. DGIST는 아들보다 성적이 좋은 아이들이 지원해서 학교장추천은 받지 못해서 일반 전형, UNIST는 일반전형만 있어서 일반 전형, GIST는 다행히 같은 반 친한 친구와 추천을 받게 되었다. 난 인터넷에서 자소서 자료를 찾아보았지만 많지는 않았다. 대부분 유료 자료라 정보를 유료로 이용하는 게 익숙지 않아 망설이다가 무료로 구할 수 있는 자료가 거의 없어 결국 유료의 자료를 구해서 아들에게 참고하라고 했다. 표절하면 안 되니 참고만 하고 해당 학교에 홈페이지 들어가서 학교의 특징을 잘 살펴보고 자소서에 잘 연결해서 쓰라는 정도만 이야기해 주었다. 아들이 글쓰기는 쪼끔 잘해서 초등학교 때부터 상도 많이 받았고, 중고등학교 때도 가끔 글 쓴 내용들을 보면 글은 잘 쓴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자소서 작성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는데, 주변에 조언을 구하고 유튜브나 인터넷에 정보를 구해보니 내가 자소서 작성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다. 아들을 믿고 기다리는 수밖에.
3개 학교 자소서 양식이 달랐다. 난 처음에 학교별 양식을 자세히 확인하지 않고 막연히 비슷할 거라 생각해하나 만 작성하고 나면 조금씩 내용을 바꿔 제출할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정확한 양식을 확인하고서는 조금 걱정이 되었다. 원서 쓰는 시점에 아들이 체력이 눈에 띄게 확 떨어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체구도 작아 체력이 약한 편이라 이 부분이 가장 걱정이 되었던 차였기 때문에 기술원 원서를 내기로 한 것에 조금 후회가 밀려왔다. 과학기술원 수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기 하지만 내가 찾아본 바로는 SKY와 서성한의 사이쯤으로 생각하고 있던 터라 조금 상향으로 생각했고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UNIST는 자소서가 성적 산출에 포함이 안된다고 해서 아들에게 UNIST 자소서는 기존에 작성했던 자소서에 조금만 수정하라고 했다.
선생님과 면담하고 기술원 3곳에 접수하기로 결정한 후 이틀 정도 내가 준 기본 자료를 가지고 작성을 해서 보여 주었는데, 아들이 작성한 자소서를 보고서는 놀랐다. 전공할 내용이 반도체 공학이라 그렇기도 했지만 난 전체 내용을 잘 이해하지도 못했다. 내용은 공학 쪽이라 이해는 못했지만 글 구성 측면에서는 정말 잘 쓴 것 같았다. 내 입장에서 더 놀라고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은 자소서를 UNIST는 선발 시 성적 산출 산출에 반영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3곳의 자소서 중 오히려 제일 잘 쓴 것 같았다. 그 대학의 홈페이지에서 해당 학교 교수의 칼럼 내용까지 인용을 해서 자신을 아주 잘 어필했던 것 같다. 결과론적이기는 하지만 나도 아무 이유 없이 UNIST에 왠지 마음이 많이 끌렸었다. 결과가 나오고 아들과 얘기했을 때 아들도 왠지 UNIST에 마음이 더 끌렸다고 했다.
일반 대학 6장의 원서는 경희대(교과) 전자공학과, 성균관대(종합) 반도체공학 1, 공학계열 1(교과), 전기전자공학 1, 연세대 신소재공학과(종합), 고려대(종합) 반도체공학, 이렇게 6장 지원했다. 경희대는 안전, 성균관대는 적정, 연세대와 고려대는 상향으로 지원했다. 아들은 성균관대가 반도체공학을 가고 싶어 했으나 어려울 거라 예상해서 공학계열과 전기전자공학까지 3장을 써버렸다. 결과적으로 성균관대는 3장 모두 광탈, 경희대는 5차 추합, 연세대 광탈, 고려대 반도체공학과 10명 정원에 17등, 예비 3번(4명만 추합), 지스트 광탈, 디지스트 반도체공학, 무학과 예비합격, 유니스트는 반도체공학과, 무학과 1차 추가합격이었다.
아들은 일반고이고 내신 평균 1점 중후반, 전교 10등 정도. 영어는 3년 내내 전체 3등 안에 들었고, 수학은 1학년 2학년 중반까지는 1등급이었다가 이후로는 2등급 정도, 국어는 2등급 정도. 영어를 어릴 때부터 잘해서 처음에는 문과 쪽으로 생각했었는데, 영어가 늘 성적은 잘 나왔지만(학교에서는 영천으로 통한다고 함ㅎㅎ), 학년이 올라갈수록 수학이 더 재미있어지고 있다고 했고 고등학교에 가서는 결국 이과를 택했다. 국어와는 원수짐 ㅎㅎ(이유는 아래글에서 확인)
마지막 원서접수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아들이 생각보다는 자신의 진로 방향을 일찍 찾았고(반도체공학), 거기에 맞춰 비교적 생기부 작성이 잘 되었다는 것이다(특히 3학년 담임 선생님이 신경을 많이 써주신 것 같다). 아들이 반도체공학 계약학과에 이토록 적극적이고 진심일 줄 몰랐다. 나의 뇌피셜인데 외삼촌이 삼성에서 근무했었고, 사촌형들이 대부분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있고 명절 때 가족들이 취업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해서 진로를 그렇게 설정한 게 아닌가 추측해 볼 따름이다. 진로의 방향을 미리 설정하고, 대학보다는 전공을 중심으로 선택을 하면 감 안 잡히는 수시 전쟁에서 조금이나마 효과적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아들의 수시 결과를 접하고서는 여전히 미궁에 빠져있다. 조금 안전하게 생각했던 학교들은 광탈하고, 오히려 어렵다고 생각한 학교들에서는 좋은 결과가 나왔다.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올해 수험생들이 원서를 작성할 때 조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준비를 했었는데, 시기적으로나 내용적으로 별 도움이 안 될 것 같기는 하다. 현재 대학 4학년인 조카가 한 말이 있다. "원서를 쓰는 것은 실력이고, 합격은 운이다"라고 했다. 수많은 원서들을 보고 치열하게 선발하는 대학들 입장에서는 아주 억울하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여전히 아들의 탈락과 합격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 아들의 유니스트 합격은 내 입장에서는 어쨌든 큰 운이라 생각한다.
결과론적이기는 하지만 대학지원을 하면서 아쉬웠던 점은 아들이 원하던 바가 반도체공학이 분명했는 데, 반도체공학으로 맞추어 연세대, 서강대, 한양대도 한 번 지원해 보았으면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실제로 같은 반 여학생 친구는 비슷한 성적이었는데 연세대 반도체공학에 1차 추가합격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