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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ok lilla Mar 19. 2023

인간들이여, 안녕

김영하의 작별인사를 읽고

요즘 인공지능 chat GPT 인기가 장난 아니다. 지난 설에 이야기 주제는 인공지능이었다. 조카가 대학원에서 인공지능을 공부하고 있어서 그동안 막연하게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궁금한 내용은 다 물어보았다. 조카는 차분하고 친절하게 잘 설명을 해주었다. 조카가 chat GPT를 실행해서 직접 보여주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조카 덕분에 나만 고급정보를 알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이후로 여러 경로로 지인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chat GPT를 모르는 사람들이 없었다. 그동안 나만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 인공지능이 대세임을 체감했다. 이후로 인공지능 발달에 따른  여러 문제들이 제기되기도 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방학 시작할 무렵이었는데, 방학중에도 여러 가지 일도 많았고 드라마를 더 많이 보는 바람에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위와 같은 일을 접하고선 다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휴머노이드의 이야기이다. 주인공 철이는 휴머노이드로 만들어졌는데, 정작 본인은 인간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그만큼 휴머노이드가 정교하게 만들어져 인간과 구별이 힘든 단계에 이르렀고, 인간은 거의 멸종 위기에 이르고 있다.


인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지난번 천선란의 소설 '천 개의 파랑' 리뷰에서 휴머노이드의 등장으로 인해 인간에 대해 잠시 언급한 적이 있었다. 김영하의 작별인사는 천 개의 파랑보다 훨씬 진보된 기계 세상을 다루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 철이는 분리된 의식만 남겨놓고 영생을 할 것인지 잠시 고민한다. 결국 의식만 남겨진 영생을 포기하고 생?을 마감한다.


이 소설에서는 세상이 휴머노이드에 의해 잠식되고, 멸종을 앞두고 있는 인간의 나약함을 보여준다. 마지막 인간으로 나오는 '선이'라는 인물도 복제 인간이다. 난 그간 지구의 종말과 함께 인간의 멸종을 생각하고 있었다. 인공지능이 놀라운 발전을 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더 섬뜩하게 다가온다.


그 간 지구를 지배하고 마치 지구의 주인처럼 행세해 왔던 인간이 인공지능과 기계의 발달의 이 시점에 인간의 무한한 욕망을 내려놓고 진정한 인간의 삶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 인간, 복제 인간인 선은 지구의 한쪽 구석 어디에선가 망가진 휴머노이들과 마지막을 맞이한다. 초라한 인간의 퇴장, 문득 나는 이 씁쓸한 작별을 두고 어떻게  살아야  할 지를 다시한 번 생각해 본다. 철이를 만든  아빠가 철이에게  한 섬뜩한 말을 인용하며 마친다.  chat GPT 가 판을 치는 현 시점에 지구의 존재하는 모든 인간들이 새겼으면 한다.

나는 일찍이 인류가 인공지능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했지. 그건 맞았어. 그러나 인간이  이렇게 무기력하게 문명을 포기할 줄은  몰랐단다. 그건 내가 틀렸지. 인간은 이제 지적인 면에서 인공지능의  발끝도 따라갈 없고, 언젠가 인공지능은 우리가 컴퓨터 하드디스크의 불필요한 파일들을 삭제하듯  아무 쓸모없어진 인간 뇌를  싹 지워버릴 거야.(p269)

난 선이처럼 지구의 한 모퉁이에서 쓸쓸하게 작별하고  싶지 않다. 지구와 아름답게 작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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