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원 Sep 10. 2023

어떻게 하는 거였더라

너무 많이 피곤하다. 피곤하면 할 수 있는 것들이 확 줄어든다. 이번 주말에는 각 잡고 글을 좀 써 보려고 했다. 합평이 코앞으로 다가와서 합평받을 소설도 제출해야 하고 시나리오 수업을 위해 시나리오 구조도 짜야했다. 그런데 일요일 저녁 다섯 시 삼십 분 현재... 내가 이번 주말에 쓴 것이 아무것도 없다. 


보통 약속 없는 주말에 나는 스터디카페에 간다. 이번 주말에는 그러지 못했다. 누워서 보낸 시간이 길다. 밤에도 잠을 잤지만 낮에도 잠이 오고 몸이 무거웠다. 저번 주에는 생리 직전이니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이번 주말에는 생리도 끝나 가는데 떨어진 컨디션이 돌아올 기미가 없다. 


올해 내내 살 빠졌다는 소리를 들으며 살았다. 실제로도 살이 계속 빠져서 몸무게를 재 보니 37.1kg에 도달하고 말았다. 수술이라는 큰일이 있긴 했지만 그 후로 회복을 위해 한 달이나 일을 쉬었는데 쉬면서 더 살이 빠진 것 같다. 


체력이 떨어져서 그런지 스트레스에 더 취약해졌다. 더 예민해졌고 더 화가 많이 났고 더 비참해했다. 사소한 것들로 애인에게 서운함이 쌓였다. 다행히 이야기 끝에 잘 풀긴 했지만 누군가와의 관계는 항상 스트레스를 내포하고 있다. 직장에 다니는 것도 버거운 일이다. 일이 과부하인 것도 아닌데 그저 출근하고 퇴근하는 사소한 과정들이 다 지친다.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수업에서 너무 빨리 고갈되고 있음을 느낀다. 나는 월요일마다 소설 합평 수업을 듣고 목요일마다 시나리오수업을 듣는다. 수업을 두 개 듣기는 하지만 겨우 6주짜리 수업이라 크게 무리가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너무 무리가 된다. 퇴근 후 수업이 끝나고 씻고 자려고 하면 훌쩍 밤 12시가 된다. 내 작품을 써야 하는데 무언가 고갈된 듯 아무것도 쓸 수가 없고, 남의 작품을 피드백하는 것 또한 어렵다.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자신감이 떨어지고, 완성할 수 있을 줄 알았던 작품들은 진짜로 완성할 수나 있을지 막막해진다. 나 혼자서 벽돌을 날라 이글루를 한 채 만들어야 한다는 것처럼, 누군가는 할 수 있을 법한 일이지만 나는 절대 못할 일을 하고 있는 것만 같다.


내내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가 오늘 하루가 간다. 써야 할 것들을 충분히 쓰지 못하고 오늘 하루가 지나가버리는 것 같아서 마음이 무겁고 괴롭다.. 이게 맞나.... ㅠㅠ

작가의 이전글 9월에는 청첩장이 많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