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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원 Sep 03. 2023

9월에는 청첩장이 많다

벌써 9월이다. 작년 9월은 복직 후 바쁘게 휘몰아치는 일들에 정신없이 보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때로부터 벌써 1년이 지났다니 시간은 어쩜 이렇게 빠르게 흐르는지. 그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9월이 되니 일단은 결혼식 소식이 많아진다. 경조사 게시판은 벌써부터 결혼식 일정으로 빼곡하다. 언젠가부터 남들의 결혼 소식을 들으면 싱숭생숭하고 조급한 마음이 들기 시작한다. 내 나이는 이제 만으로 서른이라 남들이 보기에 늦지도 이르지도 않은 결혼 적령기인 듯하다. 아직 큰 압박은 없지만 한두 명씩은 내게 결혼 계획에 대해 묻기도 한다. 


겁이 많고 걱정이 많아서 결혼은 하는 것도 하지 않는 것도 두려운 것 같다. 결혼해서 행복하게 지내는 것 같은 또래들을 보면 나는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자신이 없어지기도 한다. 그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 결혼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된 걸까. 결혼에 대한 나의 상상의 끝에는 눈물과 파국과 비극이 안개처럼 깔려 있다. 결혼에 대한 불안한 상상을 담은 소설을 쓰라면 몇 편이라도 쓸 수 있을 것 같다(써봐야겠다;;). 내가 결혼을 너무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인 걸까? 결혼이라는 것이 내 삶을 휘둘러 버릴 수 있을 만큼 결혼에 나의 너무 많은 것들을 걸어버리려 하기 때문인 걸까? 나는 늘 나의 인생과 나의 경험에 대해 지나치게 심각하게 여기는 편이었지만...


어쩌면 이렇게 불안하고 심각해지는 건 결혼을 인생의 전부처럼 생각해서일지도 모른다. 물론 인생에서 결혼이 차지하는 비중은 정말 크고 중요해서 신중하게 선택할 일이 맞지만. 내 인생의 행복과 즐거움이 전부 결혼에 달렸다고 생각하면 두려울 수밖에 없다. 나의 행복은 다양한 곳에 나누어 담아 두어야 한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역시 글쓰기.

요즘 나는 시나리오 수업과 단편소설 수업을 듣는다. 글을 쓰는 것은 내게 행복을 주는 일이기도 하지만 고통을 주는 일이기도 하고, 밥을 먹고 움직이고 청소하고 숨을 쉬는 일상처럼 멈추거나 그만둘 수 없는 종류의 일이기도 하다. 나는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먼 날까지 글이 나와 함께할 것임을 안다. 


하지만... 이렇게 저렇게 생각을 해 봐도 자꾸만 같은 자리로 되돌아온다. 내가 결혼할 사람에 대한 확신은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걸까. 그걸 알 수 없으니 나는 계속해서 선택과 판단을 미룰 수밖에는 없다. 조급해할 것 없는데 자꾸만 조급해하는 내가... 

그냥 여유를 갖고 지금의 삶을 즐겨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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