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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원 Aug 26. 2023

글쓰기에 대한 몇 가지 생각들

차츰 가을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진다. 새벽에는 추워서 열려있던 창을 닫는다. 가을의 선선한 아침 공기, 기울어가는 태양의 각도와 노랗게 변색된 건조한 잎과, 노을. 그럼에도 한낮에는 바삭하고 따사로운 가을볕. 가을의 흔적이 하나둘 발견될 때마다, 나는 증거물을 발견하는 탐정처럼 즐거워진다.


작년 네이버 블로그에서 주간일기 챌린지가 있었다. 그때 나는 정말로 그 챌린지를 반기고 즐겼는데, 이미 나는 일주일에도 몇 번씩 일상을 기록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나의 기록을 남기는 것만큼이나 타인의 기록을 읽는 것이 좋았다. 남들은 뭘 하고 사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사소한 일상의 순간들을 읽어나가다 보면 전혀 몰랐던 생활의 꿀팁이라든가 누군가의 내면에 대한 이해 같은 것들을 발견하는 순간이 기뻤다. 


누군가에게는 그 챌린지가 무척 버겁거나 어렵고 지겨운 일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는 조금 놀랍기도 했다. 나는 정말 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하지만 나 또한 브런치 작가가 되고 나서도 몇 년간 한동안 글쓰기를 힘들어했던 것을 생각해 보면... 이제는 브런치에도 주절주절 편안하게 아무거나 늘어놓으면서 매주 1편씩은 글을 쓰는 습관을 기른 것이 뿌듯하고 보람차다. 


나는 기억력이 짧기 때문에 쓰는 것을 좋아한다. 말을 하면서도 내 말이 정리되지 않는 것은 말이 허공으로 다 날아가버리고 금방 잊히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어떤 청자보다도 차분하게 나를 기다려준다. 잊고 싶지 않은 소중한 기억의 장면들을 적은 글들은 이후에 내가 그 모든 것들을 까맣게 잊은 뒤에도 소중하게 남아 있다. 혼란스럽고 이해하기 어려운 경험들을 글로 적어 내려가다 보면 한결 정돈이 되고 의미가 부여된다. 


브런치를 보면 부쩍 공무원 작가들의 글이 많이 눈에 띈다. 많은 직업들이 그렇겠지만 평범한 회사원에 비하면 공무원은 정말 다양한 감정이 투영되기 쉬운 직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나의 직업 안에서만 매몰되어 살다 보니 편협해지는 걸 느낀다.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듣고 싶다. 살기 위해 직업을 갖지만 여전히 직업으로 인해 죽는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또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아픔들이 있는지... 


이전에는 단순히 글 쓰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공동체가 내게도 있었으면, 하는 단순한 바람만 갖고 있었다면 이제는 오프라인에서도 글을 쓰는 사람들을 조금씩 만나기 시작하면서 또 다른 고민이 시작됐다. 내가 느끼기에 잘못된 글이라고 느껴지는 글, 혹은 불편하게 느껴지는 글을 쓰는 사람에게 내가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가에 대한 것이다. 내가 뛰어난 비평가이거나 논리적인 분석력을 지닌 사람이었다면 내가 느끼는 불편감을 어떻게든 타당하게 설명할 수 있었을 텐데... 표현의 자유란 어디까지인가, 그리고 글 쓰는 사람의 윤리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더 많이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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