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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원 Aug 20. 2023

지금이 좋은 이유

내 머릿속 상상극장

 8월도 이제 열흘밖에 남지 않았다. 그간 날씨가 많이 선선해져서(물론 아직도 많이 덥지만) 출퇴근길에는 기분 좋을 정도의 선선한 공기가 피부에 닿는다. 바쁜 듯 아닌 듯한 날들을 보내는 중이다.

  월요일마다 소설 합평 수업이 있어서 단편소설 한 편을 조만간 또 완성해야 하고, 목요일마다 시나리오 수업이 있어서 장편 시나리오를 쓴다. 오늘은 일요일인데, 목요일까지 시놉시스를 써가야 한다. 마감이 주는 압박감은 스트레스이면서도 나를 쓰게 하는 큰 동력이 된다...


글을 쓸 수 있는, 몇 안 되는 귀하고 소중한 휴일인데, 벌써 오후 2시 30분이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고는 있지만 왜인지 너무 졸리고 축축 늘어진다.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튼다. 잠을 깨야지.


어제는 나의 생일이었다. 애인과 함께 생일을 보냈다. 애인은 거의 주 6일을 출근하기 때문에 한 달에 휴일이 4~5일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마침 생일 당일이 애인의 휴일과 겹쳐서 행운이었다.

  그간 연락이 뜸했던 사람들에게서도 축하 인사를 받았다. 생일 때면 매번 그런 일들이 감사하다. 인간관계가 좁고 사람을 많이 가리는 나이지만 그럼에도 나를 생각해 주고 기억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옛날부터 궁금했지만 비용도 비싸고, 해서 선뜻할 마음이 나지 않았던 개인 심리평가 서비스.. 를 애인 덕분에 함께 해보게 되었다. 이런 것들을 귀찮아하거나 흥미가 없었다면 함께하기 어려웠을 텐데 재미있게 생각하고 궁금해해서 함께 해볼 수 있다는 게 다행이다. 결과지를 함께 열어봤다면 좋았겠지만 너무 궁금해서 혼자 있을 때 결과지를 읽어보았다. 몇 가지 심리검사를 바탕으로 나에 대해 분석해 주는데, 좀 안 맞는 것 같은 부분도 있고 그런가 싶어 갸우뚱하게 되는 부분도 있고...


 결과지를 읽어보며 기억에 남는 건 생각보다 내가 강하게 묘사되어 있고, 꼰대이기도 하고, 그리고 곁을 내주지 않아 꽤 외로워 보인다는 점. 나는 상상 속에서 과도하게 두려워하지만 실제로 상상했던 그 일이 닥치더라도 생각만큼 크게 힘들어하지 않을 정도로 힘이 있는 사람이라는 서술이었다. 그 문장을 읽었을 때는 조금 용기를 얻었다.


애인은 결혼하기를 바라지만 나는 결혼 이후의 삶이 두렵다. 한 번도 살아본 적 없는 방식의 삶이 나를 무너뜨리고 괴롭게 할까 봐 겁이 난다. 어떤 상상하지도 못했던 문제와 비극들이 들이닥쳐서 내 인생을 망쳐놓을지 불안해진다. 어떤 사소한 점들 때문에 서로가 싫어지게 될지 속이 턱턱 막혀 온다. 난 지금의 삶에 만족해, 그건 부서를 옮기고 싶지 않은 나의 모습과도 비슷하다.


이런 불안 때문에 계속해서 상상해 보게 된다. 만약에... 어떨까? 100가지 200가지 시나리오를 던져 가며 상상극장을 돌려보게 된다. 몇 년 뒤, 신혼부부 대출로 30평대의 전세 아파트를 구한 우리는 단둘이 사는 데(우리는 딩크다) 이렇게 많은 돈이 들어간다는 것에 놀라워하며 열심히 출근을 한다. 출근 최고! 회사 감사합니다!라는 생각도 가끔 한다. 남편은 회사가 멀고 출장이 많아서 온종일 운전을 하느라 피곤하다. 같은 지역으로 발령이 난 것도 잠시 몇 년 뒤에는 남편이 또 타 지역으로 발령이 나게 되고 나는 불안해진다..... 우리가 데면데면해지거나 지겨워진다거나 꼴 보기 싫어지거나 심지어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생겨버린다거나...


퇴근을 하고 먼저 집에 도착하는 나는 저녁을 준비하고 함께 유튜브를 보며 식사를 하고 산책을 나갔다가 돌아오고 홈트 영상을 틀고 운동도 조금 한 뒤 잠들고, 다음날 아침 나는 조금 더 늦잠을 자고 남편은 먼저 출근을 하고 그 소리에 나도 일어나서 출근 준비를 하고... 금요일 밤이 되면 팝콘을 먹으며 영화를 보다 잠들고 토요일에는 또 남편이 출근을 하고... 나는 오전동안 청소 빨래를 끝내 놓고 아니!! 금요일 밤에 청소 빨래를 끝내 놓고 토요일에는 아침부터 스터디 카페에 나가서 글을 쓰고, 남편이 퇴근을 하고 돌아오면 함께 족발을 시켜 먹으면서 영화를 보고, 남편은 거실 컴퓨터에 앉아 친구들과 통화를 하며 롤을 하고, 나는 블로그나 브런치를 하고.... 다음날 일요일에 남편은 늦잠을 자고 나는 혼자 아침거리를 챙겨 먹고 또 책을 보거나 글을 좀 쓰고... 점심은 뭘 먹을지 고민을 하다가 나가서 외식을 하고 함께 장을 보러 마트에 다녀오고 남은 일요일 저녁은 알아서 각자 시간을 보내고.... 이렇게 반복되는 하루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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