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도 거의 끝나가는지,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선선해졌다. 밤에는 창문을 열어두면 찬 공기가 들어온다.
2달째 발이 낫지 않고 있어서 목요일에는 대학병원을 찾아가 볼까 한다.
아주 오랜만에 주말출근을 했다. 오전에만 일하고 오는 것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어제는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잠깐만에 집으로 돌아왔지만, 오늘은 상태가 괜찮아서 4시간을 꼬박 채워 일했다.
이번 생리는 다행히 크게 아프지 않고 넘어간다.
상담을 4회기째 다녀왔다.
일단 몸이 너무 오래 아프니 우울하고, 무기력하고, 재미도 없고... 그런 이야기를 했는데
내가 진짜로 우울한 건지 그냥 습관적으로 우울 속으로 들어가 버리는 건지 모르겠다.
갑자기 팀이 바뀌고 업무가 바뀌어서 약간 스트레스를 받기는 했지만 ,
결론적으로는 잘된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다.
업무 내용 자체도 크게 힘들 것이 없고, 나름 보람도 있는 일인 것 같고, 전공 지식도 조금은 활용할 수 있다.
발이 다 나을 수 있을까...?
이렇게 오래 아프기는 처음이라서 내가 나을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도 잘 들지 않는다. 낫는다 하더라도 금방 다시 병이 도질 것 같다는 두려움.
요즘의 나는 내 상황을 환기할 만한 책이나 콘텐츠.. 유머감각, 내가 좋아하는 소소한 것들을 찾는 것... 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행복하게 지내는 내 모습 같은 거창한 것은 상상하기 버거울지 몰라도
소소한 좋은 것들, 작은 웃음들, 그런 건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뭐가 있을까
좋은 향기가 나는 것들이나,
손가락 끝으로 두드리는 타이핑, 키보드, 피아노... 건반 같은 것을 두드리고 있으면 기분이 나아지는 것 같다.
몇 년 전 휴대용으로 산 미니 키보드를 꺼내 와서 타이핑하는데 색다른 느낌이 들어서 좋다.
저렴이 키보드지만 토독토독 누르는 맛이 있다.
키보드 때문에 더 타이핑을 하고 싶어지면 더 글을 많이 쓸 수 있을까?
원래도 키보드에 조금 관심이 있긴 했는데, 요즘은 부쩍 예쁜 키보드를 장만하고 싶어졌다.
그런데 키보드를 사려면 키보드를 놔둘 만한 널찍한 책상이 필요하고,
책상을 두려면 넓은 방의 공간이 필요하고,
그러려면 나가서 사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가족들과 함께 살아서 좋은 점들이 있지만(돈이 많이 들지 않고, 잘 챙겨 먹을 수 있고, 집안일이나 도움이 필요한 일들 등 부모님이 다 챙겨주고.... 등등)
그래도 나의 스트레스나 가족 간 불화 다툼 등을 생각하면.. 당장 원룸 구해서 나가 살고 싶은 생각이 일주일에 2~3일 정도는 드는 것 같다.. ^^
진짜 작가는 어떤 상황에서든 쓰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다.
진짜 작가는... 핸드폰으로도 틈틈이 글을 쓰고....
나처럼 언제 하루 거창하게 시간 내서 날 잡고 각 잡고 앉아서 처음부터 쓰고 확인하고 이렇게 하는 게 아니라...
틈틈이 글을 쓴다는 건 정말 멋진 것 같아
내일은 오전에 출장을 다녀오고
오후에 또 조금 일 좀 하다 보면
병원 갈 시간이라서 일찍 퇴근을 할 것이고
상급병원 진료의뢰서를 받아봐야지...
발이 어서 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