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근황

by 지원

올해 1월 1일부터는 100일 글쓰기 온라인 모임에 가입해서 지금까지 브런치를 홀대하고 있었다. 이제서야 오랜만에 브런치에 들어와 글을 쓰는 이유를 그렇게 남겨 둔다. 주말포함 매일 글을 써서 단톡방에 올려야 했기 때문에 거의 매일 밤.. 아니 일주일에 6번 정도는 그렇게 짧은 글을 썼고 그럴 수 있어서 좋았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마침 그 100일이 거의 끝나 가고....

오랜만에 브런치에 들어왔던 이유 중 하나는 이것이었다. 내가 결혼에 대한 확신을 어떻게 갖게 되었더라? 다른 데는 몰라도 브런치에는 내가 그 이유를 적어 놨을 줄 알았다. 그런 이유를 적어 두었다고 생각했는데 내 착각이었나? 내가 못 찾았던 걸까? 사주를 봤더니 괜찮다고 했기 때문에... 그것 말고는 별 이유를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다 ㅋㅋㅋ

기억을 되짚어 떠올려 보면.... 하... 내 기억력이 짧아서 너무나 아쉽지만, 아무튼 이 사람과 결혼해도 좋겠다는 확신은 단 한 번만에 딱 내려온 것은 아니었다. 그냥 궁합을 봤는데 나쁘지 않았고, 엄마와 동생과 둘러앉아서 결혼했을 때, 안 했을 때, 타로카드를 몇 번이나 뽑아봤고, 분명 이 사람과 만나면서 화나고 울고 했던 순간들이 있었음에도, 이 사람과 함께하며 행복이 머리끝까지 차오르는 경험들이 반복되었고, 이 사람이 내게 실망할 법한 상황에서도 나를 이해해 주는구나, 그런 순간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겪고 나니까 그 과정들이 모여서 확신이 되었던 것 같다.

내가 남편을 속상하게 하고 그런 나조차도 내가 이해되지 않아서 "나였다면 내가 이러는 게 하나도 이해가 안 가서 화났을 거다" 했더니, 남편 하는 말이 "어떻게 모든 걸 다 이해할 수 있겠어"라고 했던가?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 대답에 충격을 받았었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더라도, 남편은 이해가 가지 않더라도 그걸 받아들인다는 말이었는데..... 그땐 이 사람이 정말 대인배 같아서 결혼 잘했군, 생각했다.

결혼에 대한 확신이란 건 옅은 색지들이 겹겹이 쌓여서 진한 색을 띠는 과정으로, 내게는 '아, 이 사람이랑 결혼 안 하면 내가 손해겠구나.'라는 결론으로 다가왔다. 신혼집에서 함께 산 지는 이제 6개월 정도, 같이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이 사람과 함께 생활하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느껴졌다. 진짜 내 집, 진짜 내 공간이 생긴 느낌. 남편 얼굴을 쳐다보고 있으면 그냥 즐겁고 행복해진다. 그와는 별개로 결혼식 이후로 계속해서 우울증처럼 고통스러운 마음이 지속되고는 있었지만(^^인간관계에 대한 현타와 피로감과 괴로움으로....) 어쨌든 함께 마주하고 있는 동안에는 즐겁고 행복했으니까... 남편과 결혼한 것으로 내 인생에서 모든 운을 전부 끌어다 쓴 것 같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동시에 이 사람을 잃게 될 것에 대한 두려움도 커졌다. 그렇게 된다면 나는 내 세상을 전부 잃어버릴 것만 같이 두려워졌다. 그 정도로 나는 남편에게 실컷 의존하고 남편 속에서 살고 있는 것처럼.....

서로를 너무나 좋아하고 사랑하는 이 신혼이 너무 좋다. 5년 뒤 주말부부가 될 것이 걱정된다. 아직 먼 일이니까 천천히 생각해 보겠지만...

오랜만에 브런치에 들어와서 이전의 글들을 하나씩 읽어보니까 내가 참 걱정 많은 사람이란 건 알겠다. 나는 힘든 시간을 보내왔다. 걱정 속에서 불안해하며 고통스러워했지. 지금도 고통은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하며 끊임없이 나를 괴롭히고 있지만.. 그 기록을 찬찬히 살펴보면서 나의 존재를 잠깐 연민의 눈길로 읽는다. 네가 편안해진다면 좋겠구나. 너의 걱정이 모두 현실이 되지는 않을 거야. 지금은 너를 힘들게 하는 것들도 나중엔 다 아무렇지 않은 게 되기도 했어... 네가 좋은 사람을 만나 행복하게 살고 있어서 다행이다. 늘 건강하고, 행복하렴. 이렇게 글을 마치고 잠을 청하려고 불을 끄고 눕는 순간에도, 마음속에는 또 다른 불안과, 걱정과, 고통과, 후회와, 아픔과... 그런 것들이 쓰나미처럼 마음속을 뒤집어놓고. 그래도 괜찮아... 다시 나를 달래는 과정의 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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