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라파테에서 아르헨티나 RUTA 40을 타고 엘 찰튼으로 간다. RUTA 40번 길은 아르헨티나 남북을 관통하는 국도로 길이가 무려 5,244km다. 체 게바라가 모터싸이클로 여행했다는 이야기가 큰 의미로 다가오는 길, 풍광이 아름다운 드라이브 길로 아르헨티나의 자부심이 대단한 길이라고 한다. 아르헨티나 라 레오나 휴게소에서 쉬었다. 세계의 수도 이정표가 있었다. 서울이 17,931km라는 표지판을 보니 반갑다. 매점에서 patagonia RUTA 40이라고 쓰여진 컵이 있어 기념품으로 샀다. (지금도 이 컵을 보면 흐뭇하다)
다시 작고 누런 식물들이 펼쳐진 광활한 파타고니아 벌판을 달린다. 차창 밖 언덕에 과나커 무리가 나타났다. 모두들 환호성을 지른다. 과나커는 수컷끼리 싸워 패배자는 홀로 배회하고, 승자 수컷이 똥을 싸면 암컷들이 그 위에 똥을 싸고 또 싸고, 끝에 수컷이 싸서 똥 무덤을 만든다고 한다. 승자 수컷의 암컷에 대한 영역표시라고. 매 순간 바뀌는 풍경들이 아쉬워 카메라를 자꾸 달리는 차 창에 들이댄다. 이동 중 풍경이 예쁜 곳에서 쉬었다. 버스에서 내려 잠시 휴식 겸 사진 촬영을 하는데도 세찬 바람에 몸을 가누기 힘들다. 이동하는 사이 어느덧 피츠로이가 멀리 보였다.
피츠로이 트레킹은 엘찰튼의 로스글라시아레스 국립공원에서 시작되었다. 피츠로이 꼭대기에 항상 구름이 걸려 있는 것을 보고 원주민은 ‘담배 피우는 산’, 또는 ‘연기 나는 산’이라 했다고 한다.
피츠로이에 오르는 길에 가이드가 ‘시어머니 베게’라는 풀을 알려주었다. 보기에는 푹신푹신 부드러울 것 같으나 만져보니 따갑다. 고부간의 관계란 어디나 미묘한가 보다. 푸른 카프리 호수와 그 너머, 피츠로이가 모습을 드러낸다. 정말 연신 줄담배를 피우고 있다. 피츠로이의 삼각형 꼭대기에 하얀 구름이 흩어졌다 모이기를 반복한다. 무슨 미련인지 떠나지를 못하고 살아 움직이는 연기 같은 구름이 계속 감싸고 있다. 피츠로이가 일출에 물드는 모습이 그리 아름답다는데, 내 생애에 볼 수 있겠는가. 카프리 호수에 손을 담갔다. 피츠로이의 만년설이 녹아내린 물이 시원하다.
피츠로이 만년설
호숫가에 놓여 있는 통나무에 앉아, 피츠로이 모든 것을 품어 비춰주는 호수를 눈과 마음에 담는다. 점심으로 먹는 김밥과 컵라면이 유달리 맛있다.
페리토 모레노 빙하를 감상하기 위해, 크루즈 유람선을 타고 빙하에 접근한다. 빙하의 길이 35km, 폭 6km, 높이 65m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크다. 겨울철에 빙하가 생성되어 여름철에 하루 2m씩 밀려나고 소멸하고, 자라기를 반복한다. 빙하가 전진하다 앞의 땅에 막혀 호수 수면으로 차오르다 물과 부딪쳐 구멍이 생기고 무너진다. 빙하가 무너지는 장면을 보려고 학수고대하다 떨어지는 순간을 포착해도 아! 탄성, 그 순간을 놓치면 아쉬워서 탄성, 여기저기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모레노 빙하
거대한 빙하 조각이 무너지는 굉음은 천둥소리 같다. 물 위의 유빙들과 빙하의 물은 아르헨티노 호수로 흘러든다. 바위와 빙하의 마찰로 생긴 빙하 가루들도 둥둥 떠다닌다. 페리토 모레노 빙하를 배경으로 아렌티노 호수에서 카약을 타고 있는 저 사람들은 신선인가. 한 폭의 그림이다.
바람이 멈추지 않는 땅, 피티고니아! 한번 발을 들이게 되면 평생 그리워하게 된다고 한다. 예외 없이 나도 정녕 그리될 것 같은 예감이다. 벌써 그리운 곳 파타고니아!
남미 여행 포토북을 만들며 파타고니아 포토북만 세 번이나 수정하여 재발행했다. 그만큼 간직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은 애정의 여행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