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임으로 시작해 인생을 돌아보며 다시 설계할 수 있었던 시간
#제주한달살이_에필로그
2021. 02.23. 화요일 맑음
제주에서 한달 살기를 하고 집으로 돌아온 지금.. 제주에서의 추억들이 스친다.
제주에서의 한 달이란 시간은 내게 치유와 쉼... 그리고 희망이라는 긍정의 마음을 선사했다.제주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어디에 차를 세우고 있어도 아름다운 풍광이 눈길을 사로 잡았다. 물론 예전보다 여기저기 개발이 되어 있고, 길도 더 많아져 가끔은 네비게이션에 나오지 않는 길도 있었지만^^ 제주가 가진 아름다움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좌충우돌 제주한달살이는 그렇게 내게 아름다운 평생의 추억을 간직하게 해줬다.
남편과 나는 집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제주에서 있었던 이런 저런 에피소드를 떠올리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지금 시간엔... 오름 하나 올랐을 시간 인걸? 지금쯤은 풍광 좋은 곳에 차를 세우고 보온병에 담아온 아침에 내린 커피를 마실 시간 인걸? 지금쯤은.... ”
그렇게 제주의 하루 하루를 상기해 내고 있었다.
제주도에서 한 달을 살아보기로 결심했던 날,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 였기에 아이들과 어머니의 동의를 받고 미안했던 순간부터, 고마웠던 순간... 그리고
제주를 향해 차를 달려 목포에 도착했던 첫날, 목포에서 하룻밤을 보내면서 설레였던 그 순간도 떠올려보고... 그렇게 제주로 향하던 설레임 가득했던 마음이 어느새 제주에서의 일상 속에 녹아들어 하루하루를 탐험가가 된 것처럼 지냈던 순간들이 스친다.
항몽유적지 토성위에서 아름드리 유명한 나무와 남자^^
나무 크기에 놀라고 하늘 색깔에 놀라고
차마 올리지 못했던 추사관 김정희 선생의 흉상전시 공간... 추후에 다시 언급할 생각....
추사관 가는길... 추사가 사랑했던 수선화
남편과 난, 제주도 지도 한 장 펼쳐 놓고, 제주에서 구입한 제주 역사가 담긴 책 몇 권을 읽어 내려가면서 마치 제주를 공부하듯^^ 여러 곳을 방문하게 되었다.
물론 페이스북 친구들의 추천 장소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 글을 대신해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다.
해안, 마을, 서점, 3대 폭포, 주상절리, 제주 오일장, 박물관과 전시관, 유적지 그리고 들어보긴 했지만 처음 접하고 오르기까지 한 오름들, 곶자왈이란 생소했던 장소들도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되었으니 대단한 경험이 아니겠는가!
제주를 열 두 번이나 찾았지만 대부분이 공적이거나, 개인적이어도 짧은 여행 였기에 유명지만 둘러보는 수준였다. 이번에 한 달을 살면서 제주는 내게 관광지라는 이미지가 아닌, 가슴으로 느껴지는 역사의 현장이었다. 이전과 다른 제주의 또 다른 모습들을 알게 되었다.
아름다운 풍광 속에 아픈 역사들, 치열했던 역사들이 살아 숨 쉬고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뼈아프게 느껴졌던 것은 4.3 사건 관련한 역사의 이야기였다. 제주의 거의 모든 곳이 4.3 사건의 현장이고, 그 역사를 고스란히 느끼게 해줬다.
찬란하게 빛나는 아름다운 자연환경 속에 그 아픈 역사가 흐른다는 것! 그것을 잊지 않고 살아가며 지금도 제주를 지켜내려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무분별한 개발보다는 제주의 아름다움과 역사의 유산들을 지켜내는 것이 더 가치 있는 것임을 제주도민들도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지금 생각해 보면 가보지 못한 곳들이 너무 많아 아쉽다.
다음에 제주를 다시 찾게 된다면?
1. 중산간도로(1136번도로) 일주하기를 꼭 해보고 싶다. 그 이유는 제주의 마을 곳곳과 자연을 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도로이기 때문이다.
2. 하루쯤은 숲에서 오랜 시간 머물며 삼림욕도 하고, 느리게 걸어 보기도 하며 충분한 휴식을 취해보고 싶다. 하루 온종일 숲에서 쉬기다.^^
3. 섬의 섬! 제주의 섬들에 가고 싶다. 마라도나 가파도, 우도, 비양도, 등등 가보고 싶었지만 다음으로 미뤘다. 날씨도 도와주지 않았지만, 동서남북 정해놓고 일정을 짜느라 섬에 가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 섬에서 바라보는 제주의 모습도 궁금하다. 그 섬들에 가보리라!!
제주... 이제 정말 아주 조금 보이기 시작했을 뿐... 그래서 더 궁금해 지는 신비한 곳!
어디를 가야하고,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아주 조금은 알 것 같다.
숨겨진 에피소드와 이야기들이 있는데... 그건 다음으로~~
만나지 못하고 온 지인들이나 특히 행이씨와 레아... 보고 싶었는데 못보고 와서 아쉽다.
다음엔 여유를 가지고 더 느림의 미학으로 제주를 찾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