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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 위하여 Jul 20. 2024

이혼이 필요한 자동차

소중한 내 차

자동차 수리를  맡겨 7월에 겨우 받게 되었다. 7개월 만에 받아본 내 차 참 애틋하다. 수리가 완성이 되지 않았지만 운행이 가능하다고 했다. 여기저기 이상이 없는지 확인했다. 주말 먼 거리를 달려야 했다. 그곳은 전주이다. 대구에서 전주까지 2시간 이상을 가야 한다. 7개월 만에 차에게 에너지를 주게 되었다. 수리점에서는 일부 제외하고는 이상 없음을 말했다. 수리 못 한 부분은 시간이 더 걸려 운행을 더 하여야 가능했다. 당장 타는 데는 문제없다고 했다. 주말 전주 갈 준비로 금요일 저녁 차를 닦고 음악을 틀어 재확인했다.


주말아침 차 시동 건후 전주 갈 준비를 했다. 이상한 점이 발견되었다. 수리점에게 사진과 증상을 보내었다. 차 받을 때 체크 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운행하는 것과는 상관없어 차후 수리하기로 하고 전주로 출발했다. 얼마 만에 나의 차로 달려보는 것일까? 그동안 차 없이 7개월을 버스나 택시를 이용했다. 차가 없어져 버리니 생활반경이 좁아진 것도 있다. 이런 생활을 길게 하다 보니 익숙해져 버린 부분도 있다. 차 없이도 살 수 있다는 생각도 해 보았다. 어쩌면 지금부터 20년 뒤는 면허 반납해야 하는 시간이다.


당장 차가 있어도 장소와 같이 갈 상대가 있는 것도 아니다. 집 주변 볼일 볼 때 애매한 거리로 집에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전거가 그 부분을 대신했다. 전주 가는 길이 참 좋았다. 차를 받자마자 모임 장소를 향해 가는 길이 즐겁다. 2시간 이상 운전하여 전주에 도착했다. 차 경고등이 떴다. 하필이면 수리가 덜된 부분이었다. 엔진룸을 열어보니 그 부분이 엉망진창이었다. 큰일이다. 다시 대구까지 운행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수리점에게 전화하여 응급조치를 한 후 경고등이 사라졌다. 점심식사 후 카페로 이동하기 위해 차를 다시 점검했다.


다행히 다른 증상은 없었다. 운행을 시작하여 5분 뒤 앞전의 경고등이 다시 떴다. 큰일이다. 무엇 때문일까 하여 도로 한쪽에 세워 엔진룸을 열었다. 그 부분이 동일하게 난리 났다. 응급조치 한 방법으로 다시 해 보았다. 이번에는 왠지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물이 차 바닥으로 흘러 내 신발까지 내려오는 게 보였다. 어딘가 구멍이 난 것이다. 알 수 없지만 운행불가였다. 같이 온 일행에게는 도저히 운행이 안 되겠다며 미안함을 말한 뒤 대구로 견인했다. 먼 거리로 몇십만 원이 나오리라 예상되었다. 몇 년 전 고속도로 가는 길에서 대구로 견인하여 온 적이 있어 이번에는 두 번째라 무덤덤했다.


대구도착 후 견인비 30만 원을 지출하고 해당 수리점에게 차를 맡겼다. 수리점에게 화도 내지 않았다. 다그치지도 않았다. 이제 나는 웃게 된다. 이 차로 인해 내 인내심까지 테스트도 했다. 수리점은 미안해하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같이 밥 먹으며 내가 저녁값을 지불했다. 수리점 개인사정으로 돈이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내가 참고 버텨야 하는 이유가 상대의 돈 문제였다. 나도 과거 돈 때문에 이혼했고 갚느라 10년이 걸렸다. 긴 시간 기다린 결과 차는 어떻게든 수리가 된다. 수리점도 조금씩 정상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이제 내 차도 나이 들어 보내야 하는 생각도 들었다. 돈이 자꾸 들어간다. 참 애틋한 내 차이다.


이번수리 후 좀 더 운행 후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난 물건을 수리하면서 오래 쓰는 편이다. 차도 수명이 있다. 여기저기 부품은 대부분 교체되어 좀 더 운행은 가능하다. 언젠가는 보내야 하는 차이다. 내가 갖고 싶었던 차였다. 오랫동안 같이 있었지만 앞으로 몇 년을 같이 할지 모르지만 이혼 시간이 보인다. 손에서 놓아주어야 하더라도 올드카로 타고 다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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