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13년을 지나고 있다. 그에 따라 여름휴가도 13번째를 경험했다. 올해는 작년과 비슷하다. 작년여름 차 수리로 집에서 조용히 보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차 수리로 집에서 보내야 한다. 이것이 운이다. 차 수리에 인해 모든 삶이 변해 적응하여 살고 있다. 이제는 생활에 익숙해져 그러려니 하고 있다. 차 수리점에서 곧 된다 했지만 답이 없다. 그 사람의 상황도 좋지 않다. 여름휴가 전까지 차를 받았으면 좋겠지만 왠지 안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거기다 같이 갈 이성도 없다.
나에겐 저주를 하는 건지 그냥 혼자 살아라 하는 것 같다. 자동차라도 있다면 주변인근 드라이브라도 갈 텐데 7개월 동안 자동차 없이 살고 있다. 여름휴가 시작 전 회사 사장님은 나에게 무엇하며 보낼 것인가 물었다. 사장님 따라다닐 겁니다. 웃으며 말씀하길 애나 보고 놀아라 하셨다. 아직 이혼한걸 회사 사람은 모른다. 서로 깊이 관심을 두지 않아 그냥 살고 있다. 이혼했지만 딸은 고등학생이다. 다 커서 친구들과 보내려 한다. 중요한 건 전처의 재혼으로 딸도 이제 볼 수 없다. 피는 섞였어도 지금은 내 딸이 아니다.
올해 여름휴가는 일주일이다. 무척 길다. 회사 매출감소로 휴가 기간이 늘게 되었다. 좋은 건 아니다. 휴가 끝난 뒤 복귀할 때쯤 인원감소된 체 근무해야 한다. 더더욱 근무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다. 내년 대학원 수업을 위해 지금 회사에 있어야 한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그때까지만 여기 회사에 있기로 생각하고 있다. 나이만 먹어 딱히 다른 곳에 갈 곳도 없다. 꼭 휴가와 비슷하다. 자동차가 없을 뿐이지 여름휴가라도 갈 곳도 없다. 같이 갈 이성이라도 있다면 다르겠지만 매년 이렇다.
나에게 여름휴가는 별의미 없다. 집에서 음악 들으며 조용히 지낸다. 혼자 멀리 여행 가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나이가 들어가니 이것도 더 귀찮아진다. 혹시 모르지 좋아하는 이성이 있다면 다르겠지. 과거 여름휴가 때는 돈이 없어 멀리 마음껏 놀지 못했다. 이제는 놀러 갈 만큼 돈이 있어도 자동차도 없고 집에서 보내는걸 편히 생각하게 된다. 사람은 나이가 많아질수록 움직이는 게 싫어진다. 시원한 곳에서 보내고 싶을 뿐이다. 내년 여름휴가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올해보다는 달라져야 하는데 말이다.
휴가가 도대체 무엇이길래 언제쯤 즐겁게 웃으며 보낼지 모르겠다. 그날을 생각하며 올해는 집에서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