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삶과 사람과 4
산이라는 이름의 공간, 거기서도 가장 높은 곳, 제가 그곳에 오르는 이유는 결코 그보다 높아지기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그 높고도 웅장함 속에서 저 자신이 얼마나 낮고 하찮은 존재인지를 깨닫기 위함이 맞습니다.
그럼에도 그곳에서 내려와 다시 세상에 들어서는 순간 저는 거기서 얻었던 가르침을 까맣게 잊고 맙니다. 산과 함께 어우러져 세상 시름 다 잊는 행복감이 가물거리다 사라질 즈음이면 또다시 배낭을 꾸리게 됩니다.
시시때때로 자연의 위대함을 되뇌고 교만해지려 할 때 인자요산仁者樂山의 귀한 의미를 새기며 거기로부터 충분한 에너지를 받을 수 있었기에 감사한 마음으로 산에서의 행보를 기록해왔습니다.
얼마 전 갤럽은 우리나라 국민의 취미 생활 중 으뜸이 등산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주말, 도봉산역이나 수락산역에 내리면 그 결과에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처럼 많은 산객들이 오늘 가는 산에 대하여 그 산의 길뿐 아니라 그 산에 관한 설화, 그 산에서 일어났던 역사적 사실, 그 산과 관련된 다양한 문화와 정보를 알고 산행하면 훨씬 흥미로울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그러한 취지를 반영하고 그 산에서의 느낌을 가감 없이 옮겨놓은 글과 그림들의 묶음입니다. 일부 필자의 사견은 독자 제현의 견해와 다를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굳이 에둘러 표현하지 않았습니다. 다르다는 게 옳고 그름의 가름이 아니기에.
강원도, 경기도,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의 5도에 소재한 산들을 도 단위로 묶어 감히 다섯 권의 책으로 꾸며 세상에 내어놓는 무지한 용기를 발휘한 것은 우리나라의 수많은 명산을 속속 들여다보고 동시에 이 산들이 주는 행복을 세세하게 묘사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산이 삶의 긍정으로 이어지고 사람과의 인연을 귀하게 해 준다는 걸 표현해내고 싶었습니다.
김병소, 김동택, 박노천, 박순희, 유연준, 유호근, 윤선일, 윤창훈, 이남영, 임영빈, 장동수, 최동익, 최인섭, 황성수, 홍태영, 강계원 님 등 함께 산행해주신 횃불 산악회 및 메아리 산방 산우들께 진정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미진한 기록이 돌다리처럼 단단한 믿음으로,
햇살처럼 따뜻함으로,
순풍처럼 잔잔함으로,
들꽃처럼 강인함으로,
별빛처럼 반짝이는 찬란한 빛으로……
그런 계기가 된다면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
장 순 영
<차 례>
1. 지리산 화대 종주, 염원을 넘어 직접 품다
2. 세월과 추억의 가파른 흐름, 만추 내장산과 백암산
3. 어짊과 지혜로움의 동시 공존, 서해 변산반도와 내변산
4. 붉은 치마 벗고 흰 저고리 곱게 갈아입은 적상산
5. 남도 들판 바위섬, 아침 불꽃 되어 월출산을 오르다
6. 내 자식으로 품에 안은 어머니, 천년의 사랑 모악산
7. 천자의 면류관 같은 불꽃 바위들의 전시장, 천관산
8. 붉은 커튼 엷게 드리운 가을 강천산
9. 만추 추월산에 올라 보름달을 보듬다
10. 정상 개방에 맞춰 뒤늦게 만난 주상절리의 무등산
11. 오봉산, 완도 다섯 지붕의 꼭짓점을 잇다
12. 호남의 하늘 마당, 진안고원 마이산
13. 호남 삼신산이자 고창의 영산, 방장산
14. 선홍빛 상사화 물결의 출렁임, 선운산
15. 육십령에서 구천동까지, 덕유산 빗길 육구 종주
16. 금강구름다리에서 만끽하는 천혜의 가경, 대둔산
17. 백운산에서 쫓비산으로, 녹는 눈꽃과 피는 매화
18. 천연기념물 홍도의 수호신, 깃대봉
19. 백두대간 영취산 찍고 호남의 종산, 장안산으로
20. 담양과 장성을 잇는 우람한 산맥, 병풍산과 불태산
21. 꽃무릇 만개하여 천지 붉게 물들인 불갑산
22. 조계산, 태고종 선암사에서 조계종 송광사로
23. 노령산맥의 지붕, 운장산 진안고원의 아홉 솟대, 구봉산
24. 익산의 3산 연계, 용화산, 용리산과 미륵산
25. 호남 제일의 철쭉평원, 제암산과 사자산
26. 한양까지 드리운 산 그림자, 해상 국립공원 팔영산
27. 치유와 풍성의 편백 힐링 특구, 축령산
28. 섬진강에 뿌리내린 국민 관광지, 곡성 동악산
29. 계절과 자연이 어우러진 화순적벽의 비경, 모후산
30. 진달래, 동백, 벚꽃 만발한 여수 오동도의 영취산
31. 남도의 용아장성, 만덕산, 석문산, 덕룡산, 주작산
32. 땅끝마을 두륜산에서 대둔산에 이어 달마산까지
33. 철쭉의 극치를 음미하다, 지리산 서북 능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