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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순영 Jun 01. 2022

세상사에 장인 정신이 깃든 퇴고의 마음이 담겨야

당송시대를 돌아보다 5_ 퇴고推敲

한가로이 혼자 머무니 함께하는 이웃도 드물고

풀이 우거진 마당은 숲 속 오솔길로 이어지네

새는 연못가 나무 위에 깃들어 잠들고

스님은 달빛 아래 고요히 문을 두드린다


당나라 중기 하북성 범양 출신의 가도(779∼843년)는 당시 시인으로 이름을 날리던 승려였다.


“밀다로 하느냐 두드린다로 하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도무지 어떤 게 더 나은지 골라잡을 수가 없구나.”


나귀 등에 앉아 길을 가던 가도는 무엇엔가 골몰하며 계속 중얼거렸다. 길을 가던 사람들이 의뭉스러운 눈길로 힐끗거렸지만 가도는 생각에 잠겨 다른 데는 신경조차 쓰지 못했다. 

가도는 작시한 앞의 세 구절은 만족스러웠지만 네 번째 구절의 문맥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거였다. 두드릴 ‘고敲’를 써서 스님이 문을 두드린다로 할 것인지 아니면 밀 ‘퇴推’를 써서 스님이 문을 밀었다고 맺을 것이지 결정을 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나귀 운전을 똑바로 하지 못하겠느냐.”


제멋대로 가던 나귀가 앞에서 다가오던 관리의 행차를 가로막자 시종이 냅다 소리를 질러댔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기에 나귀한테 길을 맡기고 넋이 빠져 있는 것인가?”


관리가 묻자 가도는 자초지종을 얘기했다.

 

“그건 두드린다고 쓰는 게 낫겠네.”


그 관리가 당대의 알아주는 시인 한유였다. 이 일이 인연이 되어 가도는 한유에게 시재를 인정받아 속세로 돌아오게 된다. 

가도의 시 ‘가랑선체賈浪仙體’를 보면 시구마다 얼마나 신중했는지가 나타난다. 대체적으로 간결하고 예리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문체로 가도의 시를 평가한다. 시집으로 가랑선장강집賈浪仙長江集 10권이 전해지고 있다.

‘상소 잡기湘素雜記’와 감계록鑒戒錄의 ‘가오지賈忤旨’ 등에 나오는 이 일화에서 비롯된 퇴고推敲는 미는 것과 두드린다는 뜻풀이이지만, 글을 쓸 때 여러 번 생각해 잘 어울리도록 다듬고 고치는 숙어로 굳어졌다. 


퇴고를 거치지 않은 글은 가벼울 수밖에 없다. 깊이가 약한 글은 독자가 얼른 알아차린다. 퇴고는 글에서 뿐 아니라 일상의 곳곳에서 그 중요성이 드러난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처럼 소홀히 만든 싸구려 제품의 수명은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

장인의 정신이 깃들지 않고는 명품의 브랜드를 얻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명문의 글이 역사에 남듯 열과 성을 기울인 꼼꼼한 제품이 고객의 사랑을 받는 건 당연한 이치이고 귀결이다.

정치도 국민에게 공급하는 상품에 대입한다면 얼마나 신중하고 진솔해야 하는지 깨달을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vQ52U10sy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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