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새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내일까지 비가 안 오면 넌 말라죽고 만다. 그러자 조개가 대꾸했습니다. 너 역시 내일까지 나를 벗어나지 못하면 숨통이 끊어진다고요.”
“그래서 결국엔 누가 이겼소?”
“두 놈이 한치의 양보도 없이 서로의 약점을 붙들고 힘을 빼는데 지나가던 어부가 그 둘을 한꺼번에 잡아 버렸습니다.”
소대가 정색을 하고 말을 이었다.
“지금 조나라가 우리 연나라를 공격해서 전쟁이 오래 가면 두 나라 백성들이 더욱 힘들어집니다. 호시탐탐 때를 기다리는 진秦나라가 어부처럼 조와 연 두 나라를 취할 수도 있는 상황이 벌어질까 봐 우려되는 바입니다. 전하께서는 지금 연나라와 싸움을 벌일 것인지에 대해 심사숙고하셨으면 합니다.”
소대의 설득에 공감한 혜문왕은 연나라 공격 계획을 거두었다.
여기서 비롯된 어부지리漁父之利는 둘이 소모적인 싸움을 벌이는 중에 제삼자가 이익을 차지한다는 뜻이다. 도요새와 방합의 싸움이라는 뜻풀이로 방휼지쟁蚌鷸之爭도 같은 용어로 쓰인다.
이와 반대로 둘의 싸움으로 제삼자가 피해를 입는 경우에는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속담을 인용하기도 한다.
어부지리의 상황은 살아오면서 부지기수로 접하게 된다. 특히 정치판이나 기업 간의 경쟁에서 종종 나타나곤 한다.
선거철이면 후보 단일화 문제가 대두되는 건 야당 후보끼리 표를 분산시킴으로써 정권 교체에 실패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인데 우리나라 현대사를 돌아보면 자기를 통한 정권 교체를 주장하다가 군사 독재가 연장되곤 하였다.
자동차 회사의 노사 간 다툼으로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일본의 자동차 업체가 특수를 맞는 경우도 어부지리를 인용할만한 일이라 하겠다.
싸움은 싸울만한 가치가 있을 때 하는 것이다. 너 죽고 나죽자는 식의 분쟁은 둘 다 죽는 일 말고는 다른 해결점이 없다. 이득을 취하는 어부가 누구인가를 판별하지도 못하고 싸움을 지속한다면 자칫 매국이 될 수도 있고, 분노의 대상으로 낙인이 찍힐 수도 있다는 걸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