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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순영 Jun 08. 2022

보이는 것과 느끼는 것이 항상 같지는 않다

당송시대를 돌아보다 8_ 만천과해瞞天過海

서기 643년 당나라 황제 태종이 고구려를 정벌하기 위해 30만 대군을 이끌고 원정에 나섰다. 그런데 발해만에 도달하자 바다를 바라보며 건너기를 꺼려하는 것이었다.

 

“도읍인 장안을 떠나 여기까지 왔는데 황제께서 고구려 공격을 멈출까 심히 걱정되오. 

“저에게 맡겨주십시오. 황제께서 모르는 사이에 바다를 건너도록 하겠습니다.


고구려 정벌의 사령관인 장사귀가 우려를 표하자 부사령관인 설인귀가 계책을 마련했다. 


“폐하! 근처에 술법에 용한 도인이 있다 하니 대해를 건너기 전에 그를 모셔 연회를 베풀고 그의 도움을 청하면 안전하게 바다를 건너는데 도움이 될 듯합니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요. 얼른 그렇게 하도록 하시오.


가뜩이나 불안해하던 태종은 반가운 마음으로 도인을 불러오도록 했다. 장막을 설치하고 그 안에서 실컷 연회를 즐긴 후 곤하게 잠이 들었다. 그런데 방안이 요동치는 바람에 잠에서 깨어 장막을 걷었는데 30만 대군이 모두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는 중이었다. 

설인귀가 환군을 막고자 천자를 속여 바다를 건넜다는 데에서 만천과해瞞天過海의 성어가 유래되었다. 영락 대전 설인귀정료사략薛仁貴征遼事略에 있는 일화이다. 

하늘을 속이고 바다를 건넌다는 뜻으로 병법 삼십육계 중 제1계이다. 적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법을 동원해 승리를 거두는 계책을 말한다. 


만천과해의 구체적인 사례로 삼국시대 태사자()의 경우를 들 수 있다. 북해 태수 공융이 황건적에게 포위되었을 때 공융 휘하의 태사자는 원병을 청하러 가야 했는데 황건적의 포위를 뚫고 나가기가 어려운 지경에 처했다. 

태사자가 몇 명의 부하와 함께 성 밖으로 나가 활쏘기 훈련을 하자 성 밖의 적병들이 크게 놀라 경계했다. 태사자는 활쏘기 훈련을 마친 후 태연하게 성안으로 돌아왔다. 며칠간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자 적들도 경계를 풀고 관심이 옅어지게 되었다. 그 틈을 노려 태사자는 황건적의 포위망을 뚫고 유비의 군대에게 구원 요청을 할 수 있었다. 

만천과해는 이처럼 겉으로 위엄을 내보임으로써 상대방이 범접하지 못하도록 기만하는 전략이다.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는 서양 속담처럼 겉으로 강한 모습을 보일수록 속으로 유약한 심성을 지닌 소양인의 경우가 허다하다. 반대로 겉으로는 유약한 듯 보이나 속으로는 강한 심지를 지닌 외유내강內剛外柔의 소음인 특징도 많다. 

이들 소양과 소음의 특징을 간파할 수 있을 때 승리를 이끌 수 있는 요인으로 만드는 것이 만천과해의 요지라 하겠다. 

4상의 원리에 의하면 천지만물의 생장 소멸에 관여하는 기본 요소는 음과 양뿐이라고 한다. 태양인은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견실하고 굳건한 강건불식剛健不息, 태음인은 부드럽고 안온한 모습을 보이는 유순안정柔順安定, 소음인은 안으로 꽉 찼음에도 겉으로는 비어 있는 듯한 내실외허內實外虛, 소양인은 소음과 정반대로 안은 비어 있어도 겉으로는 꽉 찬 듯한 모습을 보이는 내허외실內虛外實의 특징을 지닌다고 한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사람들의 품성과 지닌 속성을 알 수 있다면 하늘을 속이고 바다를 건너는 만천과해의 승전계를 활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상대방으로부터 속임을 당하는 일도 줄어들 것이다. 

늘상 범사가 반복되다가도 이변이 일어나는 게 세상살이지만 범부로서 어찌 그런 일을 일일이 알 수 있겠는가. 속이려 사력을 다하는 자에게는 속임을 벗어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속임을 당했다고 해서 매사에 의심을 품고 살 수도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살아가면서 중요하다 싶은 순간에는 집중력을 발휘해 만천과해의 피해를 당하는 일만큼은 피할 수 있으면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특히 보이스 피싱과 유사 범죄는 영구히 사라지지 않을 사기성 폐해라는 걸 의식하자. 




https://www.youtube.com/watch?v=__WOlnnXnoE&t=11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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