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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태홍 Mar 30. 2024

한국 신화의 7가지 특징 - 머리말

한국 신화는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우리나라 고대의 건국신화를 중국과 일본의 신화와 비교하여 살펴보기로 합니다. 여기에서는 특히 중국의 황제(黃帝) 신화, 요순신화 그리고 하나라, 은나라, 주나라의 건국신화와 일본의 <고사기(古事記)>에 서술된 건국신화, 즉 기기(記紀) 신화를 염두에 두고 한국 고대 신화의 특징을 찾아봅니다. 모두 7가지로 정리했습니다.


필자는 2007년 11월에 <동양철학연구>(제52집)에 「한국고대 건국신화의 구조적 특징 - 중국과 일본의 신화를 통해서 본」이라는 논문을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이 논문은 나중에 새문사에서 출판한 <한국철학사 - 16개의 주제로 읽는 한국철학>(2009) 1부에 <건국신화의 세계와 원초적 사유>라는 이름으로 수록되기도 했습니다. 이외에 저는 그동안 우리나라 신화와 관련하여 「단군신화에 나타난 유교적 성격」(<유교사상연구>30,  2007.12), 「유교가 한국 건국신화에 미친 영향 - 한중일 신화 비교의 관점에서 본」(<유교사상연구>29, 2007.8) 의 논문도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 <동양철학연구>(제52집)에 발표했던 논문을 <한국신화의 7가지 특징>으로 재정리하여 발표합니다. 일부 내용 중 잘못된 곳을 바로 잡고 또 내용을 많이 추가했습니다. 신화란 역사 현장의 경험을 옛사람들이 이야기로 만들어 전한 것이기 때문에 역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고대 역사에 대해서는 학계에 많은 연구가 축적되었고 요즘은 홍산문명의 발견, 한국인 DNA 연구, 한류의 유행 등으로 한국인들은 어디에서 왔는지, 한국문화의 원형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많은 관심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심에 부응하여 신화의 역사적인 측면도 고려하여 내용을 대폭 추가했습니다.


한반도와 만주지역에 존재했던 우리나라 고대의 국가들은 서로 독립적인 상태로 오랫동안 존속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신화의 내용면에 있어서나 구조적인 면에서 서로 차이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여기에서는 우리나라 신화들의 차이점보다는 공통점을 찾아봅니다. 그리고 그 공통점을 가지고 중국과 일본의 건국 신화들과 비교해보려고 합니다. 


중국 건국신화의 경우는 주로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에 실린 내용을 중심으로 살펴봅니다. <사기>에 실린 ‘신화’는 사마천이 ‘역사’를 기록하는 입장에서 신비스러운 내용을 많이 배제하고 기록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교하는데 다소 문제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기>에 한정하지 않을 경우, 중국에는 각 신화별로 텍스트가 너무 많아 비교 자체가 어렵게 됩니다.(주1) 또 한국의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일본의 <고사기>와 <일본서기>에 대응될만한 서적은 중국의 경우 역시 <사기>이기 때문에 부득이 주로 <사기> 자료를 이용하여 비교해 보기로 합니다. 이렇게 비교해도 우리나라 신화의 특징이 잘 드러납니다.


한국의 건국신화는 구체적으로 단군신화, 부여의 동명신화,(주2) 고구려의 추모(鄒牟)신화,(주3) 주몽신화,(주4) 백제의 온조신화,(주5) 신라의 혁거세신화(주6) 그리고 가야의 수로신화(주7)를 대상으로 합니다. 이외에도 많은 신화들이 있지만 여기에서는 이들 신화에 한정합니다.


결론적으로 한국 신화의 특징 7가지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습니다.


한국 신화 특징 1 – “우리는 이런 나라를 세웠다.”

한국 신화 특징 2 – 삶의 마지막에 한번 가는 하늘

한국 신화 특징 3 – “우리는 천신의 자손이다.”

한국 신화 특징 4 – 영웅의 이야기는 거의 없다

한국 신화 특징 5 – 이동하는 건국 세력

한국 신화 특징 6 – 동물들의 도움으로 나라를 세웠다

한국 신화 특징 7 – “우리는 다른 나라에서 왔다.”


전체 내용을 간단히 요약해 봅니다.

중국의 황제신화, 요순신화, 하, 은, 주의 건국신화와 일본의 기기신화 등과 비교해 보면, 단군신화·동명신화· 추모신화·주몽신화·온조신화·혁거세신화·수로신화 등 우리나라 건국신화의 공통적인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특징 1) 우리나라 건국 신화는, 거의 모두 어디에 어떤 이름의 국가를 세웠는가 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건국신화이기에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러한 내용이 애매하게 처리된 중국이나 일본의 신화와 비교해 보면 매우 독특합니다.    


특징 2) 타계(他界)에 갔다 오는 이야기, 혹은 하늘에 오르내리는 이야기가 매우 드뭅니다. 무당에게 빙령의 체험이 많고, 탈혼의 체험이 거의 나타나지 않은 우리나라 전통 샤머니즘의 영향을 받아서 우리 신화에서는 사람이 천상이나 타계를 간다고 하는 것은 대부분 ‘죽음’을 의미합니다.


특징 3) 신화로 각색된 우리나라 고대 건국자들의 조상은 대개 하늘에 있는 최고신, 즉 천신(天神)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중국 신화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으며 일본은 우리와 비슷합니다.


특징 4) 한국의 건국 신화들은 건국자의 통치행위에 관해 서술이 많지 않습니다. 중국의 <사기>나 일본의 <고사기>가 건국시조들의 통치에 관한 신화적인 서술을 많이 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중국이나 일본의 신화는 거의가 다 영웅신화이지만 우리의 건국신화는 대부분 영웅신화가 아니고 시조신화일 뿐입니다. 


특징 5) 한국 건국신화는 건국세력이 이동하는 모습이 중요하게 부각되어 있습니다. 하늘에서 지상으로, 북쪽에서 남쪽으로 강을 건너, 역동적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특징적입니다. 일본도 우리와 유사하지만, 중국의 경우는 그런 내용이 거의 없습니다.


특징 6) 중국이나 일본의 신화에 비하여, 우리 신화는 곰, 호랑이, 자라, 거북이 등 동물들이 이야기의 중요한 대목에서 등장합니다. 특히 건국세력에게 적극적이고 결정적인 도움을 주는 것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피통치자인 원주민의 존재감이 컸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특징 7) 우리 신화는 이야기가 시작되는 장소가 대개 다른 외부의 ‘국가’입니다. 그 ‘국가’들은 북쪽에 있으며 문화가 먼저 발달된 선진지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건국자들은 대개, 문화가 발달된 나라에서 태어나 성장한 뒤, 그곳을 벗어나 남쪽으로 내려가 새로운 나라를 세운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주1) 예를 들면 중국의 건국신화는 <國語>, <左傳>, <山海經>, <孫子兵法>, <史記> 등 여러 서적에 실려 있으며 그 내용도 자료마다 서로 다르다. 아울러 중국은 각 왕조별로, 예를 들면 한나라, 당나라, 송나라 등 역대 정권 관련 기록에 건국신화로 볼 수 있는 이야기가 많으나 역시 여러 가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사기>에 실린 신화에 한정한다.

주2) 왕충(王充, 27년-97년)의 <論衡>에 실려 있는 동명 신화를 대상으로 한다.

주3) 장수왕이 414년에 국내성 부근에 세운 광개토왕비 첫 부분에 실려 있는 신화를 말한다.

주4) <삼국사기> 고구려 본기에 실린 고구려 시조 동명성왕의 신화를 말한다. 중국문헌인 <魏書>에도 비슷한 내용의 신화가 있으나, 여기서는 <삼국사기>에 실린 내용을 대상으로 한다. 주몽신화는 광개토대왕비의 추모신화와 같은 인물을 대상으로 한 것이지만, 두 신화가 기록된 시간의 차가 1000여 년 이상 되기 때문에 별도로 검토해 본다.

주5) 백제의 건국신화로는 비류신화와 온조신화를 들 수 있으나, 여기서는 온조신화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백제신화에 대해서는 신화성이 약하여 설화라고 부르거나 신화로 취급하지 않는 경우도 있으나 여기서는 신화로 취급하여 분석한다.

주6) 신라의 혁거세 신화는 <삼국사기>에 실린 박혁거세거서간의 신화와 알영신화를 합하여 검토한다. 참고로 <삼국유사>에 실린 혁거세 신화는 두 신화가 하나의 신화로 이어져 있다. 

주7) 수로 신화는, <삼국사기> 김유신전에 아주 간단히 그 내용이 소개되어 있으나, 여기에서는 내용이 비교적 충실한 <삼국유사> 가락국기의 신화를 참고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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