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가장 오래 머문 장소에서
가장 깊은 상처를 얻는다고 했다.
그리고 그 장소가 ‘집’이라면,
그 상처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쉽게 이름 붙일 수 없다.
나는 장녀였다.
이름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위치, 어떤 무게, 어떤 마음.
장녀는 늘 무언가를 ‘먼저’ 해야 했다.
먼저 물러서고, 먼저 참고, 먼저 어른이 되어야 했다.
마음이 부서질 때조차, 부스러진 마음을 다시 쓸어담아
가장자리부터 조용히 이어붙여야 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다.
다만 집 안의 공기가 말해주었다.
너는 ‘괜찮아야’ 한다고.
그래야 이 집이 무너지지 않는다고.
어느 날은 엄마의 울음을,
또 다른 날은 아빠의 침묵을,
그리고 동생의 미안함까지
조용히 내 마음 안에 놓아두었다.
버겁고 무거웠지만, 사랑이라고 믿었다.
그래야 내가 사는 하루가 의미 있어질 것 같았다.
하지만 이제는, 이제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참아낸 날들 위에 피어난 작은 나를.
눈물 대신 안아주고,
희생 대신 나를 쓰다듬는 삶.
누군가의 기대를 채우기 전에
내 마음을 먼저 들어주는 하루.
세상의 모든 장녀들아.
우리는 무너지지 않기 위해 살아왔지만,
이제는 조금쯤, 기대도 좋고, 흔들려도 괜찮다.
그 어떤 찬란함도
너의 다정함에서 시작되었음을 기억하길.
가장 늦게 잠드는 밤에도,
결국 너는 가장 오래 빛나는 사람임을 잊지 않길.
그 모든 조용한 사랑은 결코 작은 사랑이 아니었다.
말없이 이어온 너의 날들이,
이제는 너에게 위로가 되어 돌아가기를.
그러니 오늘 밤,
비로소 너 자신으로
편안히 잠들 수 있기를.
그 오래된 무게보다,
더 크고 찬란한 네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