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의 별처럼

by 난화

언젠가부터, 나는 말없이 가라앉는 사람이 되었다.

겉으론 무탈한 하루였다고 웃지만, 그날 저녁,

혼자 방 안에서 양말을 벗을 때

문득 밀려오는 눈물이 있었다.

도무지 설명되지 않는 슬픔이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그래도 너는 강하잖아.

언제나 똑부러지고, 빈틈없고, 뭐든 잘하니까.


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다.

말하자면, 나는 웃는 법부터 배운 아이였다.

화를 내는 법보다 먼저, 괜찮다고 말하는 법을 익혔고

억울함을 삼키는 목젖 근처엔 늘 소금기가 남았다.


가족 안에서 나는 늘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사람으로 살아야 했다.

아버지가 말없이 방을 나가도,

엄마가 울음을 삼키며 눈을 피할 때에도

나는 이 집의 중심을 지키는 이름 없는 기둥처럼

무너지지 않는 쪽을 선택해야 했다.


하지만 아무도 몰랐다.

기둥도 언젠가는 금이 간다는 것을.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주어진 책임이

때로는 가장 사랑을 소외시킨다는 것을.


장녀로 산다는 건,

당신의 가슴에 달 하나 품고 걷는 일이다.

누구도 못 본 어두운 하늘 아래서,

누군가의 낮을 밝혀주기 위해

묵묵히 제 몸을 태우는 일.


그렇다고 해서, 내가 불행했다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나는, 슬픔이 많아서 따뜻한 사람이 되었고

부족함을 많이 봐서

넘치는 순간을 누구보다 찬란히 껴안을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한밤중, 냉장고 불빛 아래에서 혼자 먹는

반쯤 녹은 아이스크림 같은 삶이었지만,

그 안에 온기가 있었고

나는 그걸 사랑이라 불러도 된다고 생각했다.


어떤 날의 나는 견디는 법을 몰라 무너졌고

또 어떤 날의 나는 무너진 채로도 끝내 사랑했다.


나는 그런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다.

그것이 살아간다는 것이라면,

그럼에도 산다는 것이라면

그 길 위에서 나는 더 단단해지고, 더 다정해질 것이다.


내 삶은,

누구에게는 평범한 물결이었을지 모르지만

내 안에선 별처럼 반짝이는 물빛이었다.

소리 없이 반짝이는 별빛이

때로는 밤을 건너는 누군가의 희망이 되듯이.


그러니 이 말을 너에게도 건네고 싶다.

지금, 아무도 보지 않는 자리에서

고요히 버티는 너에게

사랑은 종종 서툰 얼굴로 다가온다고.

그래도 여전히 그것은 사랑이라고.

그리고, 너는 절대로 혼자가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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