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결국, 나로 쓰기로 했다.

by 난화

글을 쓸 때마다 나는 자주 버린다.

제일 처음 떠오른 문장, 익숙한 연결, 누군가 이미 말했을 법한 표현들.

다시 읽고, 입을 꾹 다물고, 지운다.

내가 겪은 시간에서 온 말이 맞는지,

내 마음의 호흡을 따라 쓴 문장인지,

그걸 스스로 확신할 수 없으면, 나는 다시 쓴다.


이 고집은 불편하다.

남들은 몇 시간 만에 완성하는 글을 나는 며칠을 붙들고 있고,

때로는 누구도 알아채지 못할 말 하나 때문에 원고 전체를 엎는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 불편을 견뎌야만 나를 지킬 수 있다.


누구나 자기만의 리듬으로 글을 쓴다.

내 리듬은 느리고 조용하다.

다른 이의 언어로는 절대 맞춰질 수 없는 리듬이다.

그래서 나는 어떤 문장도, 어떤 아이디어도, 남의 것을 빌리지 않는다.

표절이 싫어서가 아니라,

그렇게는 내 리듬이 안 나오기 때문이다.


AI가 쓴 문장은 처음엔 반듯하다.

논리도 있고, 감정도 있어 보이고,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이 잘 빠져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 아무리 길게 읽어도 사람의 체온이 없다.

그 말이 어디서 왔는지, 어떤 흔들림에서 시작되었는지, 아무런 사연이 없다.

그리고 나는 그런 글을 쓰고 싶지 않다.

나는 살아 있는 말이 쓰고 싶다.

고르고, 망설이고, 덜컥 겁먹고, 그래서 결국 진심으로 쓰는 문장.


이 글 역시 그렇게 썼다.

처음엔 더 멋진 표현이 없을까, 더 정리된 구조는 없을까 고민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생각했다.

지금 이 문장이, 지금의 나인가?

그 물음 앞에서 살아남은 문장만 남겼다.

비효율적이고, 불완전하고, 느리지만,

그래서 더욱 내 것이다.


나는 창작을 업으로 삼고 싶다.

그 말은, 남의 말로는 설 수 없다는 뜻이다.

이 길은 혼자 걷는 시간의 연속이고, 아무도 모르는 고집의 기록이며,

수상보다 먼저 지켜야 할 어떤 감각이다.


내가 쓴 문장은, 반드시 내가 살아낸 말이어야 한다.

이것이 나의 첫 번째 윤리이자, 마지막까지 놓지 않을 신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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