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젠가 말 위에서 만날 것이다.

by 난화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무언가를 쓰고 있었다.

작은 공책 속에, 반쯤 닳은 연필로,

내가 본 세계의 단편들을 천천히 옮겼다.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문장은 아니었지만,

그때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 말들은 언젠가 누군가에게 닿을 것이라는 걸.


내가 만든 세계에는 이름이 있었다.

하늘에서 빛나는 작은 도시,

말보다 감정이 먼저 닿는 사람들,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강.

이 모든 건, 내가 기억하고 싶었던 것들이다.

내게 중요한 것, 사라지지 않게 하고 싶었던 장면들.

그래서 나는 글을 썼다.

잊히지 않게 하기 위해.


그런데 어느 날,

내가 만든 이름과 설정들이

전혀 다른 누군가의 이름으로 세상에 나타났다.

조금만 다르고,

조금만 바뀐 형태로.

그 사람은 그것을 “우연의 일치”라 했고,

사람들은 “원래 그런 소재는 흔하니까”라며 넘어갔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저작권을 생각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건 창작을 보호하는 법이 아니라,

누군가의 세계를 지키는 최소한의 선이라는 걸.


내가 쓰는 문장은

어느 날 갑자기 떠오른 아이디어가 아니라,

수백 번 떠오르고, 사라지고, 망설이다가

겨우 남긴 말들이다.

그 말 속에는 내가 사랑했던 사람과,

지나간 계절과,

스스로에게조차 말하지 못했던 감정이 담겨 있다.


누군가 그 문장을 가볍게 가져가버리면

그건 단순한 도용이 아니라,

나의 세계가 무너지는 일이다.


나는 여전히 쓴다.

한 문장, 한 단어를 만들기 위해

스스로에게 수십 번 질문하고,

매일처럼 틀리고, 다시 쓰고,

조금씩 나를 알아간다.


그리고 언젠가는,

내 문장을 읽은 누군가가

이건 어디서 본 문장이 아니라,

“누군가가 정말로 살아냈던 말”이라고

알아봐주길 바란다.


그것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때 우리는,

이 고유한 말 위에서

서로를 기억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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