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무언가의 온도

by 난화

어느 날, 문득 내 머리 위로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내가 쓴 글은 내가 만들어낸 것이지만, 그 글이 내게 돌아오는 방식은 내가 예상한 것과는 조금 달랐다. 글을 쓰는 순간, 그 안에 담긴 모든 것들은 내가 창조해낸 것이긴 하지만, 세상으로 나가면 그것은 내 소유를 넘어서게 된다. 더 이상 내가 쥐고 있는 것이 아니게 된다. 내가 창작한 글은 결국 누군가의 손에, 입에, 마음에 닿고, 그 속에서 또 다른 의미를 얻고 변형되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는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의 글이, 나의 그림이, 나의 음악이, 누군가의 손에 의해 다른 모습으로 살아간다는 사실에 대해. 그것은 마치 내가 한 번에 풀어낸 실타래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의 손에 의해 다시 엮여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 실타래를 나 혼자만 움켜잡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실타래가 스르르 풀리며 세상 속으로 흘러간다. 그것이 내가 쥐고 있던 무언가의 온도, 나만의 무게가 다른 이들에게 전달될 때의 감각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이 모든 것을 자유롭게 내어놓는 것이 맞는가? 나는 여전히, 그 무언가를 지켜야만 한다는 생각을 떨쳐내지 못한다. 그 무엇이든 한 번이라도 나의 손길을 거쳤다면, 그것은 내 것이었다. 내가 만든 것일 뿐만 아니라, 나의 삶이 녹아든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저작권이란 무엇인가. 내가 만든 것에 대한 권리, 그것은 나의 이야기가 어딘가에서 왜곡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내 글이, 내 그림이, 내 음악이 나를 떠나 다른 사람에게 닿는 순간, 그 누군가가 그것을 잘못 해석하거나, 그것을 자신의 것처럼 여긴다면 나는 어떤 기분이 들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권리를 주장하면서도 여전히 마음 한 켠에서 떨쳐내지 못하는 모호함을 느낀다. 내가 만든 것이라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나만의 것이어야 하는 걸까. 나는 이 세상에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을 찾을 수 있을까? 내 글을 읽고, 내 그림을 보고, 내 음악을 들으며 나와 같은 감정을 느끼는 이가 있을까? 그럴 때마다, 내 글 속에서 내가 느꼈던 감정과 그 글을 읽고 느끼는 타인의 감정이 다르게 엮여지는 지점이 있다. 그때 나는 그 글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 그저 세상의 하나의 일부로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저작권은 나의 것을 보호하고 지키기 위한 법적인 장치일지 모르지만, 그것이 나의 것이라는 강박을 떨쳐내지 못하는 한, 우리는 창작이라는 본질에 접근할 수 없지 않을까. 창작은 내가 세상에 내놓은 하나의 씨앗일 뿐, 그 씨앗은 자라나며 다른 이들과 연결된다. 내 것이면서, 내 것이 아닌 것. 내가 그것을 지키기 위해 손을 내미는 그 순간, 나는 다시 한번 내가 만든 것이 세상에 미치는 영향을 되새기게 된다.


세상에는 누구도 완전히 소유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창작이다. 창작은 그 자체로 누구의 것도 아니며, 동시에 모든 이들의 것이다. 나는 그저 그 씨앗을 뿌릴 뿐이다. 그 씨앗이 자라서 무엇이 될지, 누구에게 어떤 의미를 줄지 알 수 없다. 그러나 그 씨앗이 자라날 때, 내가 심었던 의미가 그곳에 온전히 담길 수 있도록, 내가 그것을 얼마나 잘 지켜낼 수 있을지에 대한 책임이 나에게 있다.


내가 만든 것은 내가 지켜야 한다. 그렇지만 그것이 단지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 닿고, 그 손길 속에서 다른 삶을 살게 될 때, 나는 그 과정 속에서 내가 만든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 소중함을 어떻게 나누어야 할지 다시 한번 고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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