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잠옷이 길다. 축축 처진 잠옷을 질질 끌고 걸어가시는 모습 . 아버지도 스스로 너무 길다며 투정이시다. 그래도 어머니는 아랑곳 없다. 추운 겨울에 따듯하게 입으라고 사오신 잠옷. 아버지 몸이 줄어드셔서 90싸이즈도 큰데 남자옷은 아예 95싸이즈가 가장 작다. 남자옷인지도 모르겠다. 여자옷 같기도하다. 어쨌든 프리 싸이즈라 그런가보다.
아버지 맞을 만한 옷을 하다 사오기도했다. 그래도 입던 새 옷이라 계속 입으시는게 좋을 듯해서 동네 단 줄이는 곳에 맡겨보았다. 다른 옷 기장 줄이는 비용 그대로 받으신다. 다른 곳에선 3천원하기도하는데 여기는 5천원이다 팔기장과 바지 기장을 다 줄이니 만원이다. 맡겼다가 다시 찾아왔다. 만원이면 하나 더 살 돈이다. 물론 잠옷 값은 4만원돈이다.
아까운 마음에 도로 찾아와 어머니와 함께 잠옷 단을 줄였다. 결혼하면서 사신 골동품 가위가 그대로다. 적어도 50년은 된 가위다.버리지 못하시는 어머니의 성격탓이기도한데 요즘 것보다 더 튼튼해 보이는 이유는 뭘까? 바늘귀를 끼는데 나도 눈이 않좋아 끼우질 못하는걸 어머니는 어떻게 하셨는지 바늘귀를 끼워 내게 주신다. 어머니는 아버지 잠옷 웃옷을 나는 잠옷 바지를 줄였다.
동시에 했는데 어머니가 먼저 끝나신다. 나도 할만큼 했는데 내것은 느슨하다. 그런데 다 줄이고 보니 단이 너무 짧다. 아버지 잠옷 길이를 너무 자른 것이다. 아버지 발목이 훤히 들여다보이게 너무 짧다. 이런... 그래도 아버지가 좋아웃으신다. 자신의 바지를 위해 아내와 딸이 해주는 모습이 좋았나보다. 그날따라 두분이 잠도 잘 주무신다. 마음이 편하셨나보다.
훈훈한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