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식민 민중신학을 위한 히브리 민중사와 한국 동학의 통종교적 독해
야훼에서 천주로: 탈식민 민중신학을 위한 히브리 민중사와 한국 동학의 통종교적 독해
국문 초록
본 논문은 문익환 목사의 『히브리 민중사』에서 제시된 히브리 예언자 전통과 한국의 동학(東學) 사상이 어떻게 억압받는 민중의 해방과 윤리공동체 재건이라는 신정치적 상상력을 공유하는지를 고찰한다. 히브리 성서 속 권력에 대한 예언자적 비판과 동학의 민중적 평등주의를 비교하면서, 본 연구는 종교적, 문화적, 역사적 경계를 초월한 새로운 '민중신학'의 세계적 모형을 제안한다. 이는 종교 간 대화와 탈식민 윤리교육의 이론적 기초로서도 의미를 가진다.
주제어: 문익환, 히브리 민중사, 동학, 탈식민, 민중신학, 통종교성, 윤리교육
1. 서론: 민중사의 장소로서의 종교
문익환은 『히브리 민중사』에서 “야훼는 이스라엘 민족의 신이기 이전에 억눌린 천민들의 신이었다”라고 말한다. 이는 야훼를 민족신이라는 테두리에서 벗어나 저항의 역사 속에 재위치 시키는 신학적 전환이다. 비슷하게, 한국의 19세기 동학은 유교 지배질서와 외세의 침탈 속에서 주변화된 농민들의 신음으로부터 출발한 민중운동이었다. 히브리 예언자들과 동학 지도자들은 공통적으로 억압받는 자들의 기억을 되살리고, 윤리적 항거로서의 예언자 정신을 구현하였다.
2. 히브리 민중사의 예언자 전통
문익환의 해석은 히브리 역사의 중심을 왕과 제국이 아닌 예언자들에게 둔다. 엘리야는 아합왕의 폭정을, 아모스는 불의한 상류사회를, 호세아는 사랑의 언어로 타락을, 예레미야는 멸망 앞에서 민중의 절망을 대변했다. 이들은 제도종교의 하수인이 아닌 윤리적 비판자였다. 문익환에게 예언자는 하늘의 계시자가 아니라 역사의 고통을 말하는 공동체의 양심이다.
야훼는 제국의 신이 아닌 변방에서 울려 퍼지는 민중의 외침 속에서 현현한다. 예언자 전통은 곧 신학의 윤리적 실천화이며, 억눌린 자들의 관점에서 역사를 새롭게 해석하는 과정이다.
3. 동학과 ‘하늘로서의 사람’이라는 민중신학
. 동학은 최제우에 의해 1860년 창도 되었으며, “사람이 곧 하늘이다”(人乃天)는 선언은 위계적 우주론을 붕괴시키고 신성을 인간의 삶 속에 위치시켰다. 이는 종교적 혁신이자 정치적 실천이었다. 1894년 동학농민혁명은 이러한 신학적 상상력이 현실에서 민중의 집단적 윤리실천으로 전환된 사례다.
히브리 예언자들이 왕과 제사장의 타락을 고발했다면, 동학은 유교적 가부장제와 외세의 침략을 거부했다. 동학의 신학은 하늘 위가 아닌 고통받는 대지의 윤리로 귀결되었다.
4. 통종교적 민중신학을 향하여
히브리 예언자 전통과 동학은 모두 ‘아래로부터의 신학’을 구현한다. 문익환과 최제우의 신학은 단순한 종교 개혁이 아닌 폭력에 대한 존재론적 응답이었다. 이들의 만남은 다음과 같은 통찰을 제시한다:
가. 신의 내재성과 도덕적 행위
야훼와 천주는 인간과 단절된 초월적 존재가 아니라, 고난 속에서 함께 싸우는 존재다. 신성은 민중의 윤리적 실천을 통해 현현한다.
나. 예언자적 기억과 반역사
예언자와 동학 지도자들은 역사를 승자가 아닌 패자의 관점에서 다시 썼다. 이 기억은 지배적 역사서술을 전복하고 존엄을 회복한다.
다. 신정치적 실천
신학은 정의를 향한 실천으로 나아갈 때 살아 있다. 예배는 저항과 결합되며, 영성은 사회 윤리를 요청한다.
5. 결론: 해방과 화해의 글로벌 윤리교육을 위하여
오늘날 권위주의의 부활과 신자유주의적 식민성이 팽배한 시대에, 히브리 예언자 전통과 동학의 민중신학은 고통 속의 신성을 기억하라고 말한다. 문익환이 꿈꾼 민족 화해의 길과 동학이 외친 ‘후천개벽’은 단지 한국적 과제가 아니라, 세계적 윤리교육의 비전이기도 하다.
본 논문은 종교 간 장벽을 넘어 민중의 도덕적 주체성과 해방의 영성을 회복하는 ‘통종교적 민중신학’을 제안한다. 이는 사랑, 기억, 정의 위에 세워진 새로운 세계의 윤리적 기초가 될 수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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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H. D. (2014). Spirit, Qi, and the Multitude: A Comparative Theology for the Democracy of Creation. New York: Fordham University 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