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경상국립대학교 총동문회 정기총회에 다녀왔다.
2025년 상반기,
사범대학 윤리교육과 동문회 정기총회에
대학원 졸업생 신분으로 참석했었다.
그 자리에서 회칙이 개정되었고,
그 이후 나는 더 이상
윤리교육과 동문회 활동에 공식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게 되었다.
의도했든 그렇지 않았든,
어떤 문장은 사람을 안으로 들이기도 하고
어떤 문장은 조용히 바깥으로 밀어낸다.
그 일을 겪고 난 뒤,
나는 ‘동문회’라는 이름과
조금 거리를 두고 지냈다.
그러다 2026년 병오년,
어제는 다시
‘공식적인 자리’로 이 공간에 섰다.
개별 학과가 아니라
경상국립대학교라는
조금 더 큰 이름으로 초대받아서였다.
행사는 늘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그 안에 서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이번 총회가 그랬다.
총장님의 인사,
지역 원로의 축사,
진주시장과 시의회 의장의 발언,
서울에서 내려온 회장단,
그리고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 삶을 살아온 동문들의 얼굴까지 기억났다.
한자리에 모였지만
모두의 시간은
서로 다른 속도로 흘러왔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공간에서는
‘경상국립대학교’라는 이름 하나로
서로를 알아보고,
고개를 끄덕이고,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통하는
묘한 공기가 만들어진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재경 동문회의 이야기였다.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도
정기적인 만남과 역할 분담,
후배들과의 연결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었다.
집행부의 설명을 들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조직은 제도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남아 있을 때
비로소 이어진다는 것을 배웠다.
이번 총회에는
200명이 넘는 동문들이 참석해
호텔 뷔페 한 층을 모두 사용할 정도였다.
숫자보다 더 인상 깊었던 것은
“그래도 오자” 하고
각자의 시간을 조정해
이 자리에 모인 마음들이었다.
신임 회장님의 얼굴을 보며
괜히 마음이 갔다.
명신고 교사로 근무하던 시절,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던 모습이
자연스럽게 겹쳐 떠올랐다.
검도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그 사람의 삶의 결이
말보다 자세로,
속도보다 꾸준함으로
살아온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문회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감사패를 받는 분의 이름이 호명될 때는
괜히 내가 더 흐뭇해졌다. 특히 지금은 고인이 되신 개척산악회 회장을 하셨던 민태규 선배님이 그리워지는 날이기도 했었다.
이런 자리는
박수받을 사람이 분명히 보일 때
조직이 더 단단해진다.
김영식 선배는
사비로 경상국립대 전 총장님의 책을 추가로 구매해
재경 동문회 회관에 비치하겠다고 했다.
그 말 한마디가
이 자리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듯했다.
의례가 아니라 진심으로,
형식이 아니라 관계로 이어지는 자리였다.
행사가 끝난 뒤,
밤늦게 진주 시외버스터미널까지
서울에서 내려온 선배를 배웅했다.
플랫폼의 형광등 아래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짧은 시간 동안
딱히 대단한 말을 나눈 것도 아닌데
마음 한구석이
묘하게 오래 남았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조심히 올라가세요.”
그 흔한 인사말들 사이에
말로 다 하지 못한
고마움과 미안함,
그리고 존중 비슷한 감정이
겹쳐 있었던 것 같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어제 총회에서
내가 가장 많이 느낀 감정은
자부심도, 향수도 아닌
‘안정감’이었다.
한때는
회칙 하나로 멀어졌던 자리였지만,
그럼에도
사람은 남아 있었고
관계는 이어지고 있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가다
다시 돌아와 설 수 있는
공동의 이름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이름을
조용히 지켜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면
참 충분한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