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평은 나에게 있었다

– 自性反省, 사람다움을 묻는 시간

진주에는 오래된 기억이 있습니다.

그 기억 속에는

형평운동이 있습니다.

1923년,

그들은 신분의 높낮이를 묻지 말자고 외쳤습니다.

사람을 사람답게 보자고 말했습니다.

나는 그 정신을 오래 말해 왔습니다.

강의에서도, 글에서도, 토론에서도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지난주,

형평을 기리는 자리에 나는 없었습니다.

회의는 열렸고

사람들은 모였고

시간은 흘렀습니다.

나는 밖에 있었습니다.


1. 서운함 앞에서 멈추다

처음엔 서운했습니다.

조금은 억울했고,

마음 한구석이 차갑게 식었습니다.

“왜 나는 통보받지 못했을까?”

“왜 나는 그 자리에 없었을까?”

형평을 말해 온 사람이

형평의 절차 앞에서 흔들리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나는 지금

형평을 요구하고 있는가?,

아니면 형평을 살아내고 있는가?


2. 自性反省 – 나답게, 사람답게

自性反省.

스스로의 본성을 비추어 보는 일입니다.

누가 나를 배제했는가를 묻기 전에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가를 묻는 일입니다.

나는 그날

사람보다 상황을 먼저 보지 않았는가?.

관계보다 절차를 먼저 따지지 않았는가?.

그 질문을 마주하며

나는 “다움”을 떠올렸습니다.

다움은

브랜드가 아닙니다.

다움은 ‘답다’라는 말에서 옵니다.

사람답다.

아름답다.

나답다.

답다는 것은

본래의 결을 잃지 않는 일입니다.

형평을 말하는 사람이

형평 앞에서 조급해진다면

그것은 나다움을 잃는 일입니다.


3. 형평은 제도가 아니라 사람다움이다

우리는 형평을

절차와 규정 속에서 찾습니다.

그것은 필요합니다.

공동체는 질서 위에 서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형평은

그것을 넘어섭니다.

법은 글자에 있지만

형평은 사람에게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다움은

상대를 이기는 능력이 아니라

상대를 인정하는 태도입니다.

나는 그날

내 자존심을 먼저 지키려 했는가?.

아니면 사람다움을 먼저 지키려 했는가?

그 질문이

나를 조용하게 만들었습니다.


4. 돕는다는 말의 그림자

나는 형평을

‘약자를 돕는 일’이라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돕는다는 말속에는

보이지 않는 위와 아래가 있습니다.

형평은

위에서 손을 내미는 일이 아니라

같은 눈높이로 서는 일입니다.

아름다움은

강함에서 오지 않습니다.

낮아짐에서 옵니다.

사람다움은

옳음을 증명하는 데서 오지 않습니다.

존재를 인정하는 데서 옵니다.

그날 나는

옳음을 먼저 생각하지 않았는가?

나는 나답게 있었는가?


5. 다움은 낮아지는 용기다

다움은

완벽함이 아닙니다.

흔들리되

본래의 결로 돌아오는 힘입니다.

나는 서운했습니다.

나는 기대했습니다.

나는 인정받고 싶었습니다.

그 모든 감정을 인정하는 것,

그리고 그 위에 다시 사람다움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다움입니다.

형평은

상대가 나를 어떻게 대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으로 남을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나는

형평을 말하는 사람으로 남을 것인가?,

형평을 사는 사람으로 남을 것인가?


6. 형평은 다시, 나에게로

운동은 지나갑니다.

행사는 끝납니다.

기념비는 세워졌다가 잊힙니다.

그러나 한 사람이 다짐하는 순간,

형평은 다시 시작됩니다.

“그래도 나는 사람을 먼저 보겠다.”

그 다짐이

형평의 출발점입니다.

형평은 진주에서 시작되었지만

형평은 국경을 모릅니다.

왜냐하면

형평은 제도가 아니라

사람다움이기 때문입니다.


7. 나는 오늘, 나답게 다시 선다

나는 완벽하지 않습니다.

여전히 서운해하고

여전히 흔들립니다.

그러나 나는 선택할 수 있습니다.

상대를 탓하기 전에

내 마음을 먼저 들여다보는 선택입니다.

목소리를 높이기 전에

자존심을 낮추는 선택입니다.

自性反省은

나를 작게 만드는 일이 아니라

나를 깊게 만드는 일입니다.

형평은 과거의 구호가 아닙니다.

형평은 오늘의 태도입니다.

그리고 다움은

그 태도를 지키는 힘입니다.

오늘 나는 다시 시작합니다.

사람답게.

아름답게.

나답게.

형평은 멀리 있지 않았습니다.

형평은

나에게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다시 시작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사람이 남는 자리, 마음이 남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