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잘하는지 모르겠어요”라는 학생들에게

진로는 정답을 고르는 일이 아니라, 자신을 발견하는 과정이다

by 다움 김종훈 살뜻한 이웃

아이들이 진로를 묻는 순간이 있다.
그 질문은 생각보다 조용히 온다.

“선생님, 저는 뭘 잘하는지 모르겠어요.”
“하고 싶은 것도 없고요.”
“다른 친구들은 다 꿈이 있는 것 같은데, 저만 없는 것 같아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아이가 게으르거나 무기력해서 그런 말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말 안에는 아주 깊은 불안이 들어 있다.

‘나는 괜찮은 사람일까?’
‘나도 쓸모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내 안에도 남들이 알아봐 줄 만한 무언가가 있을까?’

어쩌면 아이가 묻는 것은 직업의 이름이 아니다.
아이의 진짜 질문은 이것이다.

“저도 제 삶을 믿어도 될까요?”


잘하는 것은 처음부터 선명하지 않다

우리는 자주 아이들에게 묻는다.

“너는 뭘 잘하니?”
“꿈이 뭐니?”
“커서 뭐가 되고 싶니?”

물론 필요한 질문이다. 하지만 이 질문이 너무 일찍, 너무 단정적으로 던져질 때 아이들은 당황한다. 아직 자기 안의 가능성을 충분히 만져보지도 못했는데, 마치 인생의 정답지를 제출해야 하는 것처럼 느끼기 때문이다.

사실 잘하는 것은 처음부터 또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처음에는 그냥 마음이 조금 가는 것, 해보면 시간이 빨리 가는 것, 실패해도 다시 해보고 싶은 것, 친구들이 은근히 자주 부탁하는 것 속에 숨어 있다.

어떤 아이는 친구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
어떤 아이는 그림을 그릴 때 말수가 줄어든다.
어떤 아이는 기계를 분해하고 다시 조립할 때 눈빛이 달라진다.
어떤 아이는 발표는 부끄러워하면서도, 막상 앞에 서면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당긴다.
어떤 아이는 게임을 좋아하는 줄만 알았는데, 사실은 전략을 세우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강하다.

진로는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이름표가 아니다.
진로는 삶의 작은 장면 속에서 조금씩 드러나는 나의 결이다.


“잘하는 게 없어요”라는 말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저는 잘하는 게 없어요.”

이 말을 하는 아이에게 나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아직 못 찾은 것일 수 있어. 없다는 뜻은 아니야.”

씨앗은 흙속에 있을 때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는 것은 아니다.
싹이 트기 전까지 씨앗은 조용히 자기 시간을 견딘다.

아이의 가능성도 그렇다.
어떤 아이는 빨리 드러나고, 어떤 아이는 천천히 드러난다.
어떤 아이는 성적으로 먼저 보이고, 어떤 아이는 관계 속에서 보인다.
어떤 아이는 예술로 보이고, 어떤 아이는 책임감으로 보인다.
어떤 아이는 말로 보이고, 어떤 아이는 행동으로 보인다.

그러니 어른이 해야 할 일은 아이에게 빨리 답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 안에 있는 작은 신호를 함께 찾아주는 일이다.

“너는 언제 마음이 편하니?”
“무슨 일을 할 때 시간이 빨리 가니?”
“친구들이 너에게 자주 부탁하는 것은 뭐니?”
“힘들어도 다시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니?”
“네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고 느낀 순간은 언제였니?”

이런 질문들이 쌓이면 아이는 조금씩 자기 자신을 읽기 시작한다.


진로는 직업을 고르는 일이 아니라 삶의 방향을 세우는 일이다

우리는 진로를 너무 자주 직업 이름으로만 생각한다.
의사, 교사, 경찰관, 공무원, 요리사, 디자이너, 개발자, 유튜버, 운동선수.

물론 직업은 중요하다. 하지만 직업보다 더 깊은 질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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