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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마을은 말이 없었다

장흥: 1950 마을로 간 전쟁을 보고



그날,

총성이 울리던 들판에서

이름도 남기지 못한 자들이

조용히 쓰러졌다.


꽃피던 마을의 길목에서

아이의 손을 놓은 어미,

두 손을 모은 노인,

그 누구도 죄인이 아니었건만

하늘은 침묵했다.


역사는

그날을 오래 묻었다.

기억은 금기가 되었고,

진실은 낡은 종이 위에만 살았다.


하지만 오늘,

당신의 카메라가 말하기 시작했다.

장흥의 골목,

돌아오지 못한 발걸음들,

그들을 부르는 목소리가 되어

흙을 열고 피어났다.


국가는 응답해야 한다.

그날의 총성에,

아직 끝나지 않은 침묵에,

슬픔을 견뎌낸 자들의 시간에


그리고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죽음조차 이름 지을 수 없던 그들을,

바람에 흩날리는 억새처럼

가늘지만 강한 진실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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