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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관지돌파, 평화의 큰길

— 전략적 평화공학(BRIDGE)으로 갈등을 설계하다

3줄 요약

싸움은 ‘나쁜 사람’ 때문만이 아니라 정보·신뢰·지배구조의 결함에서 커집니다.

작은 장치들을 묶어 다리를 놓듯, BRIDGE( Balance–Reframe–Information–Device–Govern–Embed )로 갈등을 줄일 수 있습니다.

본문 끝에 7일 실천 체크리스트·대화 스크립트를 넣었습니다. 오늘 바로 써 보세요.


프롤로그|“우리가 다투는 진짜 이유”

같은 회의, 같은 안건인데도 누군가는 “저쪽은 원래 그래”라고 믿고, 누군가는 “이번엔 다를 거야”라며 낙관합니다.
다툼은 대개 (1) 견제되지 않은 이익, (2) 정체성·가치의 충돌, (3) 불확실성, (4) 약속의 불신, (5) 잘못된 인식이 겹칠 때 폭발합니다.
이걸 한 번에 바꾸는 ‘큰 도약’은 드물어요. 그래서 필요한 것이 평화공학(peace engineering)—말 그대로 “갈등에 설계도를 적용”하는 일입니다.


갈등이 커지는 5가지 이유

견제되지 않은 이익: 이기면 얻을 게 너무 크고, 져도 책임이 없다.

무형의 동기: ‘체면·명예·정체성’은 계산하기 어려워 타협이 막힌다.

불확실성: 서로의 능력·의도에 대한 오해/허세가 선제공격 유인을 만든다.

이행 문제: “이번엔 지킬까?”—약속을 집행할 힘이 의심될 때 무너진다.

잘못된 인식: 악마화·가짜뉴스·집단사고가 극단화를 부른다.


해결의 설계: BRIDGE 모델

갈등의 5가지 원인을 1:1로 대응하는 다섯 개의 레버(지렛대)입니다.

B | Balance: 권력·자원 분산과 상호견제

R | Reframe: 가치·정체성 재틀짜기(존엄을 지키며 서사를 바꾸기)

I | Information: 공동 사실확인과 신뢰 가능한 정보 인프라

D | Device: 담보·단계·제삼자 보증 같은 집행 장치

G/E | Govern & Embed: 포용적 심의 거버넌스를 일상에 내재화

큰 변화 1개보다, 작은 장치 여러 개를 병렬로 묶는 것이 더 안전하고 오래갑니다.


어디서나 통하는 “작은 장치” 10가지

분권·견제: 회의·예산·평가 권한을 한 손에 몰지 않는다.

정체성 완충: 상대의 존엄을 건드리지 않는 명칭·의례·기호부터 합의한다.

공동 사실확인: 기록 양식·타임스탬프·합동 브리핑으로 ‘내 말/네 말’을 ‘같은 표’로 만든다.

담보·스냅백/포워드: 약속 파기 시 자동 되돌림/진도 보상 규칙을 사전에 넣는다.

제3자 보증·평화유지: 중립적 심판/관찰자가 보는 자리를 확보한다.

DDR/SSR(무장해제·안전개혁): 힘의 사용 원칙을 규정–훈련–감독으로 닫는다.

숙의 인프라: 무작위 시민평의회·숙의형 설문으로 조용한 다수의 목소리를 끌어올린다.

포용 규범: 여성·청년·소수의사를 의사결정 비율로 규정한다.

회복적 정의·기억정치: 피해자 보호·사실 기록·사과·복원의 순서를 정한다.

적응형 거버넌스: 지표–피드백–수정의 주기를 달력에 박아둔다.


미니 스냅숏(한 줄 교훈)

북아일랜드(1998): 권력공유+경찰개혁 → B·D·G/E의 동시 가동이 신뢰 회복의 최소조건.

콜롬비아–FARC(2016): 토지·정치참여·전환기 정의 → I·D·G/E가 단계적 진전에 유효.

라이베리아(2003+): 평화유지·DDR·여성운동 → D·G/E + 시민동원이 폭력 재발 억제.

아체(2005): 자치·자원배분·감시미션 → B·D·I의 묶음이 약속을 실체화.

(위 사례는 잘 알려진 공개 정보의 요지로, 본문은 필자의 창작적 요약입니다.)


현장에서 바로 쓰는 대화 스크립트

R(재틀짜기) 시작문: “우리가 지키려는 핵심 가치가 뭔지, 2가지만 적어볼까요?”

I(사실확인) 합의문: “내 주장은 이 문서·데이터 2개에 근거합니다. 같이 확인해요.”

D(집행) 문장: “이 합의는 주 1회 공개 로그로 점검하고, 어기면 A로 스냅백 합니다.”

G/E(포용·숙의): “의사결정 테이블에 **여성/청년 30%**를 고정합니다.”


7일 실천 체크리스트(개인·팀 공용)

Day 1 갈등의 원인 5가지 중 무엇이 큰지 표시 □
Day 2 서로가 수용할 가치 문장 2개를 공동 작성 □
Day 3 사실 레지스트리(기록 양식/링크/시간)를 만들고 공유 □
Day 4 합의문에 담보·단계·스냅백/포워드 규칙 1개씩 삽입 □
Day 5 제삼자/관찰자 1명을 공식화 □
Day 6 숙의 시간표(주 1회·30분·무작위 10명) 공지 □
Day 7 지표 3개(예: 합의 준수율·혐오표현 빈도·대기시간) 그래프로 공개 □

팁: 한 주에 전부 못 해도 괜찮습니다. 작은 성공 1개가 다음 주의 동력을 만듭니다.


측정은 이렇게

합의 준수율: 약속 항목 중 지켜진 비율(%)

대화 균형: 회의 발언 시간의 상·하위 격차

신뢰 지수: “상대가 약속을 지킬 것이다” 5점 척도 평균

갈등 비용: 불참/지연/재작업 시간 추적


윤리·안전 메모

Do-No-Harm: 기록·공개가 특정인 피해로 돌아오지 않게 익명화.

동의와 보호: 인터뷰·자료 공유는 사전 동의와 보관기한을 명시.

디지털 리스크: 허위정보·딥페이크 대응 지침을 미리 합의.

피로도 관리: 숙의는 짧고 자주, 강제 대신 초대를 원칙으로.


에필로그|큰길은 작은 다리에서 시작된다

평화는 선언이 아니라 설계입니다.
한 번의 거대한 합의보다, 작은 장치들의 묶음이 난관을 통과하게 합니다. 오늘 당신의 자리(가정·학교·팀·지역)에서 BRIDGE의 한 조각을 놓아 보세요. 다음 조각은 훨씬 쉬워집니다.


부록 A|BRIDGE 미니 카드(복붙 해서 쓰세요)

B 분산·견제: 권한·예산·평가의 세 갈래 분리

R 새틀 짜기: 가치 2 문장으로 존엄 확보

I 정보: 공동 기록 양식 + 타임스탬프

D 장치: 담보/단계/스냅백 중 1개 이상

G/E 포용·내재화: 30% 규범 + 주기적 숙의


부록 B|댓글 미션

“우리 조직/가정에서 바로 적용 가능한 장치 1개”를 한 줄로 남겨주세요.


참고한 공개 연구

- Fearon, J. D. (1995). Rationalist Explanations for War. International Organization, 49(3), 379–414.

- Walter, B. F. (1997). The Critical Barrier to Civil War Settlement. International Organization, 51(3), 335–364.

- Lederach, J. P. (1997). Building Peace: Sustainable Reconciliation in Divided Societies. USIP Press.

- Fortna, V. P. (2008). Does Peacekeeping Work? Princeton University Press.

- Galtung, J. (1969). Violence, Peace, and Peace Research. Journal of Peace Research, 6(3), 167–191.

- Krause, J., Krause, W., & Bränfors, P. (2018). Women’s Participation and the Durability of Peace. International Interactions, 44(6), 985–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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