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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국이 싫어서>

-우울한 노마드

by 박순영

이 영화는 한국에서 '행복'의 기준과 평균치는 어느정도며 무엇일까를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30도 채 안된 젊은 세대들이 '한국이 싫다'고 말하는 이유는 뭘까? 어디에 기인하고 그것은 개선될 여지는 없는가?


직장에서 부정행위를 강요받은 계나는 결국 이땅을 떠나 타국에서의 새 삶을 꿈꾼다. 그리고는 뉴질랜드 수도 오클랜드에 간다.. 거기서 그녀는 과연 이땅에서는 찾지 못한것을 찾았을까?


굳이 젊은 세대만이 아니라 인간이면 누구나 '이곳'아닌 '저곳'을 갈망하는 본능적 욕구가 자리한다. 거기에 암울한 현실, 부조리한 사회, 흔들리는 국가 시스템, 이런것들이 가해지면 몸은 비록 이곳에 있어도 마음은 훨훨 멀리 날아가고 만다.

장강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이런 '참기 어려운 ' 내지는 '참을수 없는' 모순된 '한국'이라는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젊은층의 켜켜이 쌓여있는 불만의 표출이자 그들의 방황을 모티브로 한다고 요약될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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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한 국토, 꿈과같은 해변생활, 프리한 연애, 쿨한 감성들...

그러나, 이른바 '선진국'에 가면 어김없이 겪게 되는 인종차별과 '그리 행복하지 않은 현실'을 계나는 맞닥뜨릴수밖에 없다. 쉽게 말하면 '사람 사는 곳은 다 거기서 거기'라는 얘기다. 그 꿈같은 풍광을 일시에 흔들어버리는 지진으로 대변되는 꿈의 소멸이 한 예라 하겠다. 이유가 불분명한 일가족의 자살도 그렇다. 꿈의 나라, 잘 사는 나라에서도 인간의 고통은 늘 현재형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계나는 한국에서 이도저도 아닌 연애를 하고 있었다 진명과. 함께 잠자리를 하고 담배를 나눠 피우면서도 정작 결혼할 생각엔 이르지 못한다. 그리고 뉴질랜드에서 짧고 가벼운 연애들을 경험하지만 모두가 해프닝으로 끝난다.

'너 나랑 인도네시아 안갈래? 그래도 여기(뉴질랜드)보다는 기회가 많을거야'라는 인도네시아 유학생의 청혼을 받지만 그녀는 결국 거절한다. 뉴질랜드는 되고 인도네시아는 안되는 이유는 뭘까? 그리고 이 말은 뉴질랜드에서의 살아내기 역시 척박하고 힘들기는 마찬가지라는 뜻인 것이다. 좀더 깊게 들어가면 백인사회에서의 아시아인들의 분명한 입지를 말해준다. 그들은 어쩌면 원주민인 마오리족 보다도 못한 취급을 받는지도 모른다.


예전 방송사에서 육아 프로그램으로 돈을 끌어모을때 호주남자와 한국여자 사이의 혼혈 형제가 유난히 눈을 끈적이 있다.

'역시 백인과의 결합은 우성인자를 낳아'라는 말까지 돌 정도로. 그래서 백인과 결혼하는게 로망이 된 적이 있다. 그에 반해 제 아무리 핸섬하고 스펙이 좋아도 이땅에서 검은 피부는 각광받거나 로망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인도네시아로의 동행을 계나역시 거절한것이라 본다. 즉 우리 안에도 뿌리깊은 인종차별의식이 존재한다는 얘기다. 그리고 백인사회에서 황인종은 '숨죽이고 조용히 살아가는 비주류'임을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스스로가 인지하고 받아들인다.


또한 '부모가 부자면 미국이나 캐나다로 가고 반대일 경우 뉴질랜드로 오지 않는냐'는 말에서 같은 '서구'라 해도 선망하는 나라의 층위가 존재함을 보여준다. 차별의식에 젖은 사람들이 더욱 심한 차별의 세계로의 이주를 꿈꾸는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예라 하겠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30년가까이 살아온 모국과 모국어를 버리고 '더나은 곳'으로의 이주를 꿈꾸는 젊은층의 심리다.

영화는 젊은세대의 '대단찮은 행복의 명제'를 들면서 역으로 이미 '꿈을 놓아버린 세대'라는 것을 에둘러 보여준다. 피기도 전에 지고 만 꽃이랄까?

'그냥 먹고 살만 하면 그게 행복'

'공기 좋으면 행복'

이런 나이브한 대답들에 함의된 것은 무엇일까? 지난번 계엄과 탄핵,체포의 과정에서 2030 여성들이 거리로 대거 쏟아져나온것과 어쩌면 맥을 같이 하는건 아닐까? 그만큼 소외되고 억압받아왔다는 반증은 아닐까? 그래서 그들이 '이주'를 꿈꾸는건 아닐까, 하는 착잡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본다.


영화의 구성에 좀 문제가 있어보이는데, 웰메이드가 되지 못한 것은 임팩트가 중간중간 소멸되는 지점들이 있기 때문이다. 플래쉬백이자 한국과 뉴질랜드의 삶을 대비시키는 이런 혼란스런 시제 구성은 오히려 관객의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읽힐수 있다. 한두번은 몰라도 영화전반이 이런식으로 흘러간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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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고아성이라는 배우를 다시 보게 해준 영화였고, 순수하고 나이브하고 별 대단한걸 찾지 않는, 그래 보이는 젊은이들 사이에 만연한 우울함, 열패감, 부조리한 시스템에 대한 회의 등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드러낸 영화임은 분명하다.




타이틀 <한국이 싫어서 because I hate Korea> 한국, 2024

감독 장건재

주연 고아성

러닝타임 107분

원작 장강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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