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몽접 Oct 23. 2024

소주에 김 한 장

내 글에서 스트레스라는 말을 최근에 정말 많이 나왔다. 그래서 그런가 편의점에 자주 간다. 늘 유지어터로 살아가는 나는 술도 살이 찐 다라는 걸 너무도 알기에 술도 잘 마시지 않는다. 그런데 요즘은 하루 종일 굶고 술을 마신다. 물론 술도 당분을 뺀 소주를 마시고 안주는 김을 먹는다. 모 연예인이 다이어트를 할 때 조미가 되지 않은 김을 먹어서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었다는 기사를 보고서 한참을 생각하다가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마트에 가서 김을 사서 야금야금 뜯어먹고 있다. 물론 난 가방에 넣어 다니지는 않는다. 탄수화물과 설탕을 최대한 적게 섭취하려고 노력하는 나에게 술은 정말 적인데 어쩔 수 없다.


하루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편의점이 나를 반긴다. 수많은 술 중에서 가장 칼로리가 낮은 술을 고르고 

안주라고는 김 밖에 없지만 그래도 그걸 안주삼에 마시는데 이상한 건 쓰지가 않다는 거다.


대학교 때 선배님이 그러셨다.

"야 인생을 살면서 말이야 , 이 소주가 말이야 쓰지가 않을 때가 온다, 그러면 인생이 힘들다는 신호야, 그러니 늘 마음에 새겨라. 나는 군대에서 너무 힘들어서 이 쓴 소주를 마시면서 아, 물론 휴가 나와서 마시는데 그리 달수가 없어. 크..."

나는 " 얼마나 힘들면 소주가 달아요?"

라고 질문을 하는데 선배님은 "인생이 써"

그러시면서 호로록 한잔을 하셨다.

그리고서는 나에게 소주를 권하시면서 "야 내가 이런 말을 하고 멋지다" 하시며 껄껄 웃으셨다.

정말 그 선배는 술과 무슨 적을 졌는지 술사랑이 대단했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스트레스로 술을 마시고 일종의 여유라면 여유로 마신다. 그래 보상의 개념이 맞겠다.

열심히 하루종일 먹고 사느라 힘들었으니 마시자, 그런데 예전부터 일을 했는데 왜 이렇게 힘든지 징징 거리는 내 모습이 싫어서 방어막으로 술로 잊으려고 이러는지 고심 끝에 딱 3잔을 하기로 했다.

기분 좋은 3잔을 마시면 하늘을 보고서 하루 있었던 일을 정리한다. 그리고 나는 내일을 또 걱정하며 앞으로 밥벌이는 언제까지 해야 하나 똑같은 질문에 똑같은 생각을 질리도록 한다.

하지만 답은 없다.


친구가 그랬다. 인생에 답은 없다고.

그래서 나도 안다고 서로 기싸움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기싸움은 싸움이라기보다는 겉멋이었던 것 같다.

다시 만난다면 말이 없을 것 같다.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나도 모르는 체감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스무 살 중반에 친구가 여자 혼자 기사식당에서 혼술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난 "그 새벽에 혼술을?"이라고 물었더니 친구는 "너 그거 모르지, 기사식당이 반찬만으로도 술 한병이야"

난 "남자들이 많은데 괜찮아?"

친구는 "세상 사람들은 나에게 신경 쓰지 않아"라고 웃으며 나에게 권한적이 있다.

본인은 혼술의 최고 레벨은 기사식당에서 새벽에 혼술 하는 단계라고 이야기했다.


나는 그렇게까지 찾아가지는 않지만 집에서 야금야금 먹는 이 혼술이 앞으로 친구가 될 것 같다. 그러나 오래 가면 안 될 것 같아서 다른 방향을 찾아보려고 노력 중이다. 혼술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이해를 하지 못했는데 이제 조금 알아가는 초보자이다. 


그래, 초보는 초보. 오늘도 김에 소주 반잔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라면을 개수구에 내팽개쳤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