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드나잇 부엉이 Mar 21. 2024

히포크라테스 선언

약 권하는 의사 vs . 치료하는 의사

작은 경험이지만 잊지 못할 시간들을 지나고 있다.

하루하루가 소중해도 모자랄 시간들이지만,

공간이 떨어져 있고 동시간대를 살아가지만 생활 시간대가 다르다보니

자주 만나지 못한다.


가끔 병원에 모시고 갈 자식이 없으면 이리저리 시간을 빼봐서 모시고 간다.


한 의사가 있다.

대장암 판정 후 첫 수술을 마치고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폐로 전이된 암세포 제거를 위해

폐 일부를 절단하는 수술까지.진단 1년이 지나지 않은 기간동안

두 차례의 수술을 버티셨다.


이제 본격적인 항암치료.

약은 여전히 독했다.

손발이 저리시고 피부가 벗겨지신다했다.


그 와중에도 머리가 빠지는 걸 제일 신경쓰셨다.

하지만 심한 탈모는 오지 않았다.


버티시던 어느날

"약이 안 듣네요. 암세포가 커졌어요, 어르신."

치료 중단 선언이었다.

다른 방법이 없냐 묻는 환자와 가족에게 돌아오는 답변은

싸늘했다.


"비싼 약이 있어요. 보험이 안 돼서 비싸요.

일부는 환급을 받으실 수 있긴 한데. 그 약을 쓴 환자와 안 쓴 환자 그렇게 차이가 크지 않아요."


그래도 이렇게 중단할 수 없기에,

무리를 해서 썼다.

비쌌다.


그 다음.

그 의사는 방을 옮겼다. 원래 진료실보다 넓은 방으로.


2차 위기가 왔다.

"또 안 듣네요. 어르신.

다른 약도 있긴 합니다. 대신 그 약은 더 비싸구요."


치료를 하겠다는 의사인지,

약을 파는 약장수인지 더는 분간이 안 됐다.


병원을 과감히 옮겼다.

사시는 곳에서 2시간 정도 차를 타고 가야 하는 병원이다.

모시러 갔다가 병원을 가면 3시간은 족히 걸리는 거리다.


그래도 모시고 갔다.

이번엔 약이 아닌 방사선 치료다.

의사는 약이 아닌 다른 방법을 선택했다.

전에 약만 팔던 의사가 한번도 입밖에 꺼내지 않은 방사선치료.

하지만 의사와 제약사만 아는 그런 약이 아닌.

모두가 다 아는 치료법이다.


첫 사이클, 두 번째 사이클을 마치고 CT를 찍고 피검사를 하고

그 결과를 보러 병원을 찾았다.

"어르신, 크기가 줄었네요. 여기 세포 가운데 구멍도 빈 공간 보이시나요?

암세포가 죽으면 이렇게 됩니다. 2차는 또 몇 주뒤에 보고 결정하시죠."


의사들에게 묻는다.

당신은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인가,

돈을 버는 직업인으로서의 의사인가.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입각한 제네바 선언은 다음과 같다.


이제 의업에 종사할 허락을 받음에  

    나의 생애를 인류 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하노라.

    나의 은사에게 대하여 존경과 감사를 드리겠노라.

    나의 양심과 품위를 가지고 의술을 베풀겠노라.

    나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

    나는 환자가 나에게 알려준 모든 것에 대하여 비밀을 지키겠노라.

    나는 의업의 고귀한 전통과 명예를 유지하겠노라.

    나는 동업자를 형제처럼 여기겠노라.

    나는 인종, 종교, 국적, 정당관계 또는 사회적 지위 여하를 초월하여 오직 환자에 대한 나의 의무를 지키겠노라.

    나는 인간의 생명을 그 수태된 때로부터 더 없이 존중하겠노라. 나는 비록 위협을 당할 지라도 나의 지식을 인도에 어긋나게 쓰지 않겠노라.  

나는 자유의사로서 나의 명예를 걸고 위의 서약을 하노라.


다시 한번 묻는다.

당신은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인가.

돈을 버는 직업인으로서의 의사인가.

작가의 이전글 인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