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더클라쎄 특허법률사무소 정혜윤 변리사입니다.
기업의 핵심 자산 중 하나인 특허는 단순히 기술을 보호하는 것을 넘어, 기업의 전략적 목표 달성을 위한 강력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특허들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활용하는 것이 바로 '특허 포트폴리오'이며, 기업의 상황과 목표에 따라 다양한 유형으로 구축될 수 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크게 네 가지 특허 포트폴리오 유형인 방어형, 공격형, 수익형, 복합형에 대해 살펴보고, 각 유형별 특징과 실제 사례를 통해 우리 기업에 가장 적합한 특허 전략은 무엇인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방어형 특허 포트폴리오는 기업이 특허 침해 공격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고 사업의 안정성을 확고히 하는 데 주력하는 전략입니다. 이는 핵심 기술과 제품에 대해 광범위하게 특허를 확보함으로써 경쟁사들이 자사의 기술을 모방하거나 유사 제품을 출시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고,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인 법적 분쟁의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합니다.
이러한 포트폴리오의 주요 특징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첫째,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경쟁사의 특허 침해 소송에 효과적으로 대비하고, 기업의 핵심 사업 분야에서 기술적 우위를 흔들림 없이 지켜낼 수 있도록 합니다. 둘째, 진입 장벽 구축의 관점에서는 후발 주자들이 해당 시장에 쉽게 진입하지 못하도록 높은 장벽을 세워, 기업이 안정적인, 또는 독점적인 시장 점유율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도록 합니다.
[화이자 '리리카' 사례]
방어형 특허 포트폴리오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화이자의 진통제 '리리카(Lyrica)'입니다. 화이자는 리리카의 신약 성분뿐만 아니라 다양한 제형, 투여 방법, 용법, 복합제 등 폭넓은 영역에 걸쳐 수많은 특허를 출원하며 강력한 방어막을 구축했습니다. 이러한 전략 덕분에 리리카는 신약 출시 이후 시장 독점 기간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리리카는 원래 간질(뇌전증) 치료제로 개발되었으나, 화이자는 이후 신경병성 통증, 섬유근육통 등 다양한 적응증에 대해 추가 특허를 확보하며 포트폴리오를 더욱 강화했습니다. 그 결과, 제네릭 업체들이 동일 성분으로 신약을 출시하려 해도 적응증이나 제형 관련 특허에 의해 시장 진입이 지연되거나 완전히 차단되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실제로 한국에서는 13개 제네릭 업체를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하여 20억 원 이상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아내는 등, 방어형 특허의 강력한 위력을 입증한 바 있습니다.
공격형 특허 포트폴리오는 경쟁사를 견제하고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며, 핵심 기술을 선점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합니다. 이러한 포트폴리오는 경쟁사의 핵심 기술을 직접 견제하거나 특허 소송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됩니다.
주요 특징으로는 첫째, 시장 선점 및 확장이 있습니다. 이는 경쟁사보다 먼저 핵심 기술을 확보함으로써 시장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하고, 나아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데 활용될 수 있습니다. 둘째, 경쟁사 견제 기능으로, 경쟁사의 주요 기술 특허를 무효화시키거나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하여 상대방의 시장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데 이용됩니다.
[TSMC - SMIC 사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의 선두 주자인 TSMC는 미세 공정, 제조 장비, 공정 관리 등 파운드리 전반에 걸쳐 방대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여 공격적인 특허 전략을 펼쳤습니다. 이는 경쟁사의 기술 모방 및 시장 진입을 효과적으로 견제하고, 잠재적인 분쟁 발생 시 강력한 법적 무기로 활용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였습니다.
실제로 2003년, TSMC는 중국 SMIC가 자사의 퇴직자 100여 명을 대거 채용하여 공정 기술을 포함한 영업비밀과 특허 기술을 유출받았다고 주장하며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법원에 특허 침해 및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TSMC는 SMIC가 자사 특허를 무단 사용하여 칩을 생산·판매하고 있다고 강력히 주장했으며, 이 소송을 통해 SMIC로부터 막대한 로열티와 함께 10%의 지분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이는 TSMC가 특허를 활용하여 시장에서 강력한 견제 효과를 실현하고 경쟁 우위를 확고히 한 대표적인 공격형 특허 전략 사례입니다.
수익형 특허 포트폴리오는 특허 자체를 수익 모델로 삼아 직접적인 재정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이는 기술 이전, 라이선싱, 특허 판매 등을 통해 로열티나 판매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주된 목표로 합니다.
이러한 포트폴리오의 주요 특징은 첫째, 수익 창출입니다. 특허를 직접 판매하거나 사용권을 부여함으로써 지속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둘째, NPE(특허 관리 전문 회사)들의 활용입니다. 제품 생산 없이 특허를 소유하고 침해 기업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NPE들의 활동이 바로 이 수익형 특허 포트폴리오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NPE의 기업 사냥: 옵티스 셀룰러 vs. 애플 특허 침해 소송]
옵티스 셀룰러(Optis Cellular Technology LLC)는 제품을 생산하지 않고 4G 통신 표준특허(SEP)를 매입 보유한 후, 이를 사용하는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대표적인 NPE입니다. 2019년, 옵티스 셀룰러는 애플이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에서 자사의 4G 표준특허를 무단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하며 미국과 영국에서 대규모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미국에서는 한때 5억 달러 이상의 배상 판결이 나오기도 했으나, 항소와 재심을 거치며 일부 금액이 감액되거나 판결이 취소되는 등 공방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영국에서는 2022년 런던 고등법원이 옵티스의 4G 특허가 표준필수특허임을 인정하고 애플이 이를 침해했다고 판결하면서 옵티스에게 유리한 흐름으로 이어졌습니다. 최종적으로 2025년 5월, 영국 항소법원은 애플이 2013년부터 2027년까지의 4G 특허 사용에 대해 옵티스에 약 5억 200만 달러(한화 약 6,900억 원)를 일시불로 지급해야 한다고 최종 판결하며, NPE 수익형 특허 전략의 성공적인 사례를 보여주었습니다.
[ARM Holdings의 독보적인 반도체 IP 비즈니스 모델]
ARM 홀딩스는 직접 칩을 생산하지 않는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수익형 특허 포트폴리오의 성공적인 사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ARM은 저전력 고성능의 CPU·GPU 등 프로세서 아키텍처와 IP(설계)를 개발하여 전 세계 1,000곳이 넘는 반도체 기업(애플, 삼성, 퀄컴 등)에 라이선스합니다. 이 파트너사들은 ARM의 설계를 기반으로 각자 특화된 칩(스마트폰, 태블릿, IoT 기기, 자동차 등)을 생산합니다.
ARM의 수익 구조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고객사가 ARM의 IP를 도입할 때 설계 도입 시점에 고정 라이선스 비용(보통 100만~1,000만 달러)을 선불로 지급받습니다. 둘째, 고객사가 ARM IP가 포함된 칩을 출하할 때마다 칩 가격의 1~2% 수준의 로열티를 지속적으로 지급받습니다. 이러한 로열티 수익은 ARM의 꾸준한 수익원이자 성장의 핵심이며, 제조나 재고 부담 없이 고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실제로 ARM은 2024년 약 4조 4000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했으며, 2025년 2분기 실적 기준 로열티 수익이 전체 매출의 60.9%를 차지할 정도로 특허 라이선싱을 통한 수익 창출 모델의 강력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복합형 특허 포트폴리오는 방어형, 공격형, 수익형 특허 포트폴리오의 장점들을 통합하여 기업의 다양한 전략적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것을 추구합니다. 이러한 유형은 핵심 사업을 보호하는 동시에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며,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따라 유동적으로 전략을 조절하는 데 강점을 가집니다.
그 주요 특징으로는 첫째, 유연한 전략 구사가 가능합니다. 기업은 시장 상황과 내부적인 필요에 맞춰 방어, 공격, 그리고 수익화 전략을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활용할 수 있습니다. 둘째, 전방위적인 보호 및 성장을 동시에 꾀할 수 있습니다. 즉, 기존 핵심 사업의 안정성을 확고히 지키면서도, 새로운 사업 분야로의 진출을 위한 기반을 다지고 특허를 통해 추가적인 수익 창출 기회까지 모색할 수 있는 것입니다.
국내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이러한 복합형 특허 포트폴리오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가장 특허 출원 건수가 많은 삼성전자 역시 복합형 특허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TV, 반도체 등 핵심 제품 및 공정에 대해 변형, 개선 등 다양한 방식으로 특허를 확보하여 경쟁사의 소송에 대비하는 방어적 특허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AI, 자율주행, 로봇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 선제적으로 특허를 출원하여 경쟁사 진입을 견제하고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는 공격적 특허도 활발히 활용합니다. 또한, 비핵심 사업(예: LCD) 철수 이후에도 해당 특허 포트폴리오를 매각하거나 라이선싱 소송을 통해 수익화하는 수익형 전략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복합적인 접근 방식은 대기업이 비핵심 특허를 현금화하면서도 방어적 자산으로 활용하는 유연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특허 포트폴리오의 유형을 살펴보았습니다. 경쟁사들과의 관계에서 우리 기업이 취해야 하는 포지션을 무엇인지, 그리고 특히 어떤 부분을 집중적으로 고려해서 특허 포트폴리오를 쌓아나가야 하는지 전략을 먼저 수립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특허 포트폴리오와 관련하여 궁금하신 점이 있으신 경우, 언제든지 더클라쎄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더클라쎄 특허법률사무소는 스타트업의 IP 컨설팅을 전문적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VC 심사역 출신의 변리사가 스타트업의 성장 단계에 맞는 특허 전략을 알려 드립니다. 더클라쎄를 통해 핵심적인 특허를 확보하시고 기업의 가치를 향상시키세요!
저자 소개 | 정혜윤 변리사
정혜윤 변리사는 한국거래소와 나이스디앤비에서 인공지능과 소프트웨어 분야의 기술특례상장평가 전문위원으로 활동하였습니다. 또한, 국내 유수의 투자회사에서 벤처캐피털리스트로 활동하며 수준 높은 해외 딥테크 기술들을 다룬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IT와 BM 분야의 전문성을 살려 기술 기반 기업들의 기술특례상장평가 및 지식재산권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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