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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덕 Feb 17. 2022

울 시엄니 어록! 오졌다.


예상치 못한 전개였다.

거실에서는 시누이 가족들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주거니 받거니 술잔을 나누고 있었다. 안방에서는 어머님, 동서 그리고 나, 이렇게 세명고스톱을 치고 있었다. 머님은 식구들과 고스톱 치는  시간을 좋아하신다. 거실 분위기가 조금씩 이상하게 흘러가더니 다투는 소리가 났다. 대학생인 시누이 아들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화투판은 돌아가고 있었지만 좌불안석이었다. 눈과 귀 그리고 마음은 이미 거실에 가 있었다.

"화투 치는 사람 어데 갔나?"

평온한 어머님 말씀에 손에 들고 있던 화투패와 바닥에 깔린 패들을 얼른 스캔했다. 짝 맞는 패를 하나 내리치고 뒤집었다. 나의 시선은 여전히 거실에 있었다.


"야야. 니 쌌다."

쾌한 어머님 목소리에 화투판을 쳐다보니, 비 패 세장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어머님 표정이 밝아 보였다. 들고 계신 비광을 내가 싼 비에 시원하게 내리치셨다. 동서와 나에게 피를 한 장씩 달라고 하셨다. 한치의 흔들림도, 오차도 없는 정확함이셨다.  판은 어머님이 이기셨다.

"어머님, 그만하고 거실에 나가 볼까요?" 엉덩이를 반쯤 일으키며 말했다. 어머님은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앉아라. 패 돌린다."


그리고 무심하게  던지셨던 한마디.

"내는 밖에 일 걱정 안 한다. 자들 식구들 해결할 다. 너거들  일은 너거들이 알아서  되고. 아무리 내 자식이라도 일일이 참견하면 안 된다."

결혼한 자식에게 부모가 지켜야 할 선을 명확하게 긋는 어머님 어록이다. 아들이 있는 나에게는 강력한 메시지로 와닿았다.


생각해보니 그랬다. 어머님은 아들 집이든 딸 집이든, 자식들 에서 일어나는 일에 간섭을 안 하신다. 이래라저래라 할 필요가 없다신다. 지혜롭게, 열심히 잘 살라 말씀만 굵직하게 하신다. 울 시엄니가 자식을 사랑하시는 방식이다. 명쾌하다.


가정을 꾸려서 살고 있는 자식들에게 지나친 간섭을 하는 부모님들을 간혹 보곤 한다. 친구의 시어머니는 대학생이 된 손녀 옷차림까지 참견하신다고 한다. 친구 집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에 방향을 제시하셔야만 안심을 하신단다.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님 마음이겠지만, 지나침은 때때로 친구 가정에 문제를 일으키도 한다.


나 역시 자식 걱정을 하는 부모다. 내 걱정이 아이에 대한 그저 습관적인 걱정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말과 간섭으로 하는 걱정은 그만두고, 독립적으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믿고 지지해주어야겠다.



거실에서 일어난 작은 해프닝. 어머님 말씀대로 시누이 식구끼리 잘 해결했다. 걱정 안 하신다고 말씀은 하셨지만, 어머님 속이 얼마나 타들어 갔을... 짐작이 된다. 자식 걱정을 속으로 삼면서 기다려주 울 시엄니 스웩!

오졌다.





* 코로나로 인한 사적 모임이 수도권 10명까지 허용됐던 2021년 11월 말. 오랜만에 가족모임을 가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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