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사회에 발을 디디다

새로운 출발

by 희정의 향기

일을 그만둔 지 다섯 달이 지나서야 겨우 알바 자리를 구했다. 대부분의 구인 광고는 경력이 있거나, 나이가 어린 사람을 원하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56살인 나는 사무직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사실 처음에는 몇 군데 지원을 했지만 문자나 전화를 받은 건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서비스업 공고를 타깃으로 삼게 되었다.


고백하건데, 나도 퇴사하기 전 직장에서는 일하는 사람의 나이를 고려했던 일 인이다. 나보다 나이가 많으면 아무래도 대화할 때나 업무적인 부탁을 할 때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내가 그 부담스러운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나이 든 구직자의 마음도 이해하게 되었다. 이렇게 삶은 돌고 돈다.


6월부터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었는데, 갑작스러운 충수염과 복막염으로 2주 입원, 그리고 두 달의 회복 기간이 구직 활동을 막았다. 그리고 몸이 회복되자마자 다시 일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병원 안내, 사무보조, 샐러드 가게, 인바운드 상담 업무....

알바몬, 당근..으로 구인하는 곳은 수없이 지원했지만 연락은 오지 않았다. 처음 며칠은 내 핸드폰이 고장이 났나 의심도 했다. 하지만 핸드폰은 멀쩡했다. 다만 나의 서비스업 경력도 없고 56세라는 나이가 벽이었던 것이다.





계속 연락없이 우울했던 어느 날, 한 군데에서 문자가 왔다. 방문하면 늘 20대 직원들이 응대를 하는 버거집이었다. 젊은 사람들만 뽑을 거라는 생각에 지원조차 생각하지 않다가 에라 모르겠다는 마음으로 지원했던 매장. 하지만 궁하면 열린다 하지 않았던가. "어차피 안 되겠지'하며 눌렀던 지원 버튼의 끝에서 온 연락에 신기한 마음까지 들었다. 흥분한 목소리로 남편한테 면접보러 갈 곳이 생겼다고 있는대로 자랑을 했다.


면접날, 나는 합격이 간절했다. 무경력이라는 말에 잠시 머뭇거리던 부점장의 얼굴이 떠오른다. 연락을 준다던 목요일이 지나도 아무 소식이 없어서 자신감이 있는 대로 쪼그라들고 있었다. 역시 이번에도 안되는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그런데 밤 10시 30분, 문자가 왔다.


"함께 일해보아요.~~"


이때의 기쁨은 말로 표현이 안되었다. 아마 삼성전자에 붙었다고 했어도 이렇게 기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시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감사했다.


남편은 많이 힘들 거라며 걱정한다. 그는 내가 집안일만 하기를 바란다. 진정 일을 하고 싶다면 본인 가게에서 함께 하자고도 했다. 남편은 작은 카페를 운영한다. 하지만 나는 안다. 부부가 함께 일하면 마음이 상할 수 있다는 걸. 특히 내 남편은 완벽주의자다. 내가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그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일을 결국 자신이 다시 처리할 사람이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에게 잔소리하는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남편의 제안을 조용히 거절했고 남편도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많이 힘들 것이다. 더구나 버거집은 정말 고되다는 글도 읽었다. 그래도 감사히 일할 것이다. 일을 할 수 있다는 건 아직 사회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증거니까.




나와 비슷한 연령대에서 일자리를 구하고 있는 분이 있다면 감히 이렇게 말해보고 싶다.


포기하지 말자고.


편한 자리, 어려운 자리 말고 그냥 한 번 지원해 보자고 말이다. 우리가 생각지도 못했던 기회는 늘 가장 두려워했던, 꿈에도 생각지도 않았던 문 뒤에서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오늘 나는 다시 집 밖으로, 세상으로 발걸음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