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로 파리와 일본에서 10년간 물리학을 연구하였다.
두 딸을 위해 동화작가로도 책을 내었고, 그림도 그리며 전시 활동도 하고 있다.
파리에서 보낸 시간들을 글과 그림으로 담은 책이다.
책 서문에
'세상살이는 엄격한 물리학의 세계와는 다르다. 그래서 재밌다. 어디든 하나의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때 그때 사람과 상황에 따라 여러 개의 각기 다른 정답이 존재한다.
사는 것은 이렇게 헷갈리는 상황 속에서 자신을 합리화시키며 계속 좋은 방향을 선택하는 과정이다.
틀리건 맞건!
20대에 경험한 파리 다락방에서의 한 줄기 바람이 지금 여기로 이끌었다.' (서문 p5)
'이른 새벽 빵을 사러 갈 때, 다락방 책상에 앉아 창을 열고 파리의 하늘을 바라볼 때, 장바구니를 들고 오일 장을 기웃거릴 때, 오후의 나른한 햇살과 바닷바람이 연구실의 열린 창으로 들어올 때, 풀장 옆에서 친구들과 모히토를 마실 때, 해질녘 카페에서 해피타임에 맥주잔을 기울일 떼, 어둠 속 하늘이 푸른빛으로 하루를 마감할 때, 이불속 따뜻한 온기를 누리며 게으름을 피울 때 새로운 내가 존재한다.
이런 순간순간이 좋다. 공기처럼 손으로 잡을 수 없는 시간들. 함께였으면 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p6~7)
파리의 일상에서 마주한 순간들, 친구들과 함께하며 좋은 시간들을 공유하는 것, 작가의 취향이 담긴 음식, 물건들과 이야기 등.
그냥 흘려보낼 수 있는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에 낭만적 감성까지 전해져서 좋은 것 같다.
'새벽녘 잠이 오지 않아 스탠드를 켜고 책을 읽다 등 뒤에서 바람 소리가 나면 어김없이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나는 비가 오기 시작하는 그 순간이 좋았다. 창문을 열고 어둠 속에서 빗소리를 들었다.
방 안에서 그 빗소리를 듣고 있으면 보호받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식탁을 비추는 소듐 전구의 불빛, 어두운 부엌의 높은 천장, 어지럽게 놓인 부엌의 도구들, 창밖에 놓인 녹색 식물, 파리에서 가장 행복한 풍경이었다.' (p170)
'어둠 속 길모퉁이 밝게 등불이 켜진 빵집에서 암탉이 지금 막 낳은 달걀을 닭장에서 빼내온 것 같은 온기를 품은 바케트를 사서 가슴에 안고 왔다. 바게트를 식탁 위에 올려놓고 커피를 끓였다. 이 시간을 위해 하루가 존재하는 것 같았다.
버터를 바르면 바게트의 온기로 적당히 녹아내렸다. 아직은 어두운 창, 아직도 따뜻한 침대, 살짝 열어놓은 창으로 들어오는 신선한 공기, 멀리 지붕을 타고 넘어오는 파란 하늘과 지붕의 경계가 만드는 은빛의 라인.' (~p171)
'그림을 그리는 순간이 제일 행복하다. 공부하는 틈틈이, 지루한 세미나를 듣는 시간, 앞에 앉은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이 가슴속으로 다가오는 순간, 카페테라스 테이블 위에 놓인 맥주잔에 멋진 바람이 스쳐가는 순간, 내 마음의 폴라로이드 사진기가 작동한다.'(p179)
일상의 순간들에서 행복을 찾고 즐길 줄 아는 여유가 느껴진다.
작가는 좋아하는 걸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고 한다.
물리학을 연구하고, 잠시 들른 파리에서 살아볼까 하는 마음으로 지내다가 그곳의 문화를 즐기고, 경험하며 20대를 보냈다. 또한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다 동화책을 만들게 되었고, 좋아하는 그림도 그리며 마음의 여유를 갖는다.
무언가 목표와 계획을 갖고 살아가는 것도 필요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즐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갖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한 경험들이 내가 계획하지 않은 또 다른 것들을 발견하게 하고, 한 발 나아가게 할 수도 있다.
삶에는 정답이 없듯이 남들과는 다른 나 자신의 삶을 살아가면 된다.
행복은 목표가 아니라 어떤 순간에 느낄 수 있는 감정이라고 한다.
그런 순간들을 많이 즐기며 살다 보면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한층 더 다가가는 삶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