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그리고 열두 번째 시
나의 아버지는 소설가였다
나의 아버지는
소설가였다
신춘문예 수상자
'였다'인 이유는
그를 더 이상
기억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이
살아서는
글을 쓰니까 소설가지만
죽어서는
기억해줘야 소설가다
그의 문장 하나하나에는
담배 한 모금의 냄새가 난다
한 문장 쓰고, 한 번 빨고
한 문장 쓰고, 한 번 뱉고
그의 아들도 글을 쓴다
아들은 담배를 피우지도 않고
고뇌도 하지 않는다
아버지는
글을 쓰는 역할에 만족했고,
아들은
글을 쓰는 행위에 몰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