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다는 다른 표현

wonderful life

by iAN

" 그냥 좀 답답해서 나왔어,,,, " 툭 내뱉는 말이 내겐 왜 그렇게 들리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신호등이 바뀌길 기다리는 그 사이, 옆 사람의 통화내용이 들렸다. 오고 가는 짧은 얘기 몇 마디만으로도 내용은, 외롭고 쓸쓸하단 얘기로 들리던데... 통화내용을 부러 들으려고 했던 건 아니다. 자연스레 여자의 육성이 들려오는 걸 낸들 어쩌겠나. 신호가 바뀌고도 왠지 모를 이유로 통화 중인 여자의 꽁무니를 따라 횡단보도를 걸었다. 이쯤 되면 부러 들은 셈이 돼 버리나. 사실 보폭이 맞았으리라. 내가 넘 일에 그닥 관심이 있는 편이 아니라서..^^;;



도서관에 반납할 책 몇 권을 챙겨 나온 길이었다. 길을 나선 뚜렷한 목적이 내겐 있었다. 헌데 이 쓸데없는 동질감은 뭔지, 갑자기 기분이 나빠졌다. 날 좋은 오후였다. 맘을 어디에도 갖다 붙일 데 없는 토요일 오후였다고 해두자. 하루를 잘 살아 내다가도 이따금 뻥 뚫린 시간을 감당하기 버거운 날이나, 시간대가 있다. 세상에 나 혼자 뚝 떨어진 것 같은 세상 모든 쓸쓸함이 파도처럼 덮칠 땐 어쩔 도리가 없다.


한때, 가까운 친구들의 시간에 기댔던 시기도 있었다. 지금은 그 마음을 조용히 흐르는 대로 지켜보려고 애쓰고 있다. 물론 이 모든 생각이 소용없는 날도 있다. 그럴 땐 어떤 다짐도 쓸모없게 돼버린다. 여전히 맘 속 한편에 누군가에게 따뜻한 위로를 받고 싶은 맘이 간절해 그럴 것이다. 이런 내 감정이 다른 이에게는 뜬금없고 성가실수 있어서 자제하게 된다. 그게 친구에 대한 예의이기도, 나를 지키는 나름의 방법이기도 해서.


그럴 땐 생각이 끼어들 틈 없도록 몸 쓰는 일을 찾아봐야 한다. 그마저도 어려울 땐, 일을 만들어 나간다. 운이 좋으면 산책 나온 붙임성 좋은 강아지를 만나기도 한다. 강아지의 보드라운 털을 쓰담을 수 있는 기회까지 얻으면 맘이 한결 나아진다. 그 밝은 에너지가 온몸에 빨려 들어와 순식간에 퍼진다. 어느새 혀 꼬부라진 소리로 강아지에게 말을 건네게 된다. 이런 작은 자극에도 맘이 따뜻해질 만큼 외로움에 취약한 상태였구나! 불현듯 그런 생각이 치고 들어올 땐, 순간 강아지를 쓰다듬던 손길이 멈추게 된다. 내 안의 감정인데도 때론 인정하고 싶지 않은, 또 다른 낯선 감정일 때가 있다.



살살 달래려고 했던 맘과는 달리 그만 징징대라고 자신에게 호통을 치고 끝내는 수순이다. 아니라고 손사래 치고 싶지만, 앞으로 더했으면 더했지 덜한 감정은 아닐 것이다. 그래도 어쩌겠나. 성가시고 북적이는 삶 대신 선택한 삶의 방식이니 뭐 하나 결핍은 참아내며 살아야겠지. 맘 속으로 아무리 명랑하고 씩씩하게를 외쳐도, 삶이 어떻게 지침대로만 흘러가겠나. 그 점에서는 누구나 그러리라 생각한다. 부단히 그러~한 척 시늉이라도 하다 보면 뇌도 속을지 모른다. 그렇게 기대하는 삶의 모양새를 반복하다 보면 원하는 삶 그 언저리쯤 가 닿지 않겠나 희망하면서 말이다. 모르긴 몰라도 으른아이처럼 이따금 이렇게 징징대다가도 사이사이 상냥하고 명랑하게, 씩씩하게 나아갈 거란 걸 안다. 난 그런 사람이니깐.


시간이 된다면, 오늘 당신과 함께 듣고 싶은 곡이다.

Katie Melua - Wonderful Life


설, 잘 보내시라.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독거중년 서글픔에 자빠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