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장애인콜택시 운전원이다.

기적

by 삐짐이

고백컨데 난 '기적'을 믿지 않는다.

그리고 난 무신론자 다.

그러면서도 여행지에서 만나는 수백 년이 넘은 교회는 어김없이 방문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기도 또한 한다.

사찰도 간다.

성당도 간다.

사람 들은 건강과 행운과 재물을 바라며

두 손을 모은다.

그런면 에서 보면 사실 모두가 원하는 것은

'기적'

아닐까?

암 이 어떻게 사라지겠나?

뇌졸중으로 마비된 팔이 어떻게

펄떡펄떡 거리며 신경이 돌아오겠나?

근데

마술사의 실수를 찾으려고

눈에 쌍심지를 켜고 공연을 즐기지 못하는

의심 많은 내게 크게 한방 먹인 사람이 나타났다.

적단풍이 찬바람에 춤을 추는 깊은 가을날

우린 만났다.

휠체어를 타고 경사로를 내려오는 그는

처음 보는 이용자였고

첫인상은 사실 아무런 장애가 없는 것처럼

상체는 건강하고 탄탄한 느낌이 강했고

언어 역시 조금의 어눌함도 없었다.

목적지인 재활병원 까지는 20여 킬로 남짓

대화가 가능한 고객인지 룸미러로 살짝 보니

눈치 빠르게 활짝 웃으며

"처음 뵙네예~~

장애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예?"


속마음을 들킨 나는 깜짝 놀랐다.

"아이고 마!! 너무 건강해 보여서

놀래심더!!~^^"


"언제부터 이용했습니까?"

이제 한 달 되었고 퇴원 한지는 두 달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아픈지는 5년 지났고, 뇌출혈로 쓰러졌다고 하며 본인처럼 미련한 사람도 없을 거라며 본인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집안 내력이 고혈압이었고 아버지 역시

뇌졸중으로 돌아가셨는데도 불구하고

고깃집 사업을 하면서 매일 소주 3병 과

담배 두 갑 그리고 새벽에 해장술까지..

근데 본인의 혈압은

놀라지 마시라!!

200이었단다.

200!!!

오 마이갓!!

"근데 왜 약 안 먹었어요??"

바보처럼 들리겠지만

본인은 매우 건강하다고 생각했고 젊은데

설마?? 내가??

하고 생각했단다.

하지만 지금

본인은 행복하다고 했다.

삶이 만족스럽다고 했다.

내 귀를 의심했다.

"행복하다고요??"

"네!~ 전 두 번째 삶을 살고 있거든요!!^^"

뇌출혈로 쓰러지고 4년을 식물인간으로

누워 있다가..

어느 날 깨어났다고 했다.

그냥 눈을 떴다고 했다.

전두엽은 좀 다쳤지만 하체 마비가 남아 있을 뿐 모든 것이 예전과 같다고 했다.

의사도 깜짝! 가족도 깜짝! 친구들도 깜짝!

본인도 깜짝!!

대환장 파티였단다.

이제는 술. 담배를 끊고 지금의 나를

감사히 여기고 소중히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며

행복해했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나도 행복해졌다.

진짜 멋지다고 생각했다.

깨어난 것도 기적이지만

내가 느낀 기적은 조금 달랐다.

건강을 자신하며

험난하게 살았던 과거의 본인과 단절하고

비록 몸은 조금 불편 하지만

그때보다 훨씬 행복하고 감사함을 느끼며 삶을 즐기는 모습이

진정한 '기적'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어느덧 목적지에 도착!!

밝은 표정으로 하차하며

"참!! 선생님~~ 보험은 꼭 있어야 합니다!~~

꼭이요!~~"

병원 입구로 가는 그의 뒷모습은

너무나 건강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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