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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설의 마음 기록 Feb 11. 2022

피자의 미학

질문 Q 시리즈

친구의 Q: 너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뭐야?


  솔직히 말해서 '가장 좋아한다'라고 할만한 음식은 없다.

음식에 관해선 난 날씨의 변덕과도 같기에...

그래서 '좋아한다'라고 말할 수 있는 음식도 몇 가지 안 된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피자'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나는 속에 이것저것 많이 들어간 피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피자는 마치 어질러진 방과 같아 조잡하고 진지하지 않으며

무엇보다도 표현하려는 주제가 없다.

 

 반면에 또띠아에 치즈만 올려져 있는, 

혹은 그 위에 두어 가지 종류(파인애플, 고구마...)만 올려져 있는 피자!

상상만 해도 너무 행복하다.

그것들은 표현하려고 하는 주제가 너무나도 아름답고 고상한 자연의 진리를 따르기 때문에

먹을 때마다 상쾌한 풀밭에 드러누운 듯한 느낌을 준다.

  

  쭈욱 쭈욱, 아 얼마나 경쾌한 소리인가!

찌익 찌익, 이 또한 꽤 경쾌하긴 하지만 조금은 불쾌하다.

뚜욱 뚜욱, 죽어버린 소리다. 나는 메마른 풀밭에 누워있고 싶지 않다.

어쨌거나 새카만 공기 속에 섞여 있는 것보다는 나으므로 최악의 피자조차 언제나 그립다.

  

  그러나 여기에도 예외는 있는데,

치즈와 도우가 자라난 환경이 바로 그것이다.

아무리 꽉 차 보여도 속이 더러우면

내 속의 지혜는 언제나 그렇듯 바로 알아차린다.


  "이것 봐! 이것들은 저주의 산물들이야."

약을 먹이고, 가두고, 욕 찌끄러기를 내뱉고...

마침내 완성된 피자는 겉은 고상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흉내 내지만

실은 가장 더럽고 천박한 주제를 표현해낸 것이다.

더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그러한 것들은 쓰레기 무덤과 같은 오물의 끔찍한 악취와

그것이 가져오는 두려움을 연상시킨다.


  피자를 사랑함으로써 알게 된 진실은 

나는 최상의 美를 추구하고 자연을 사랑하며 그곳에 언제나 있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피자야, 언제나 그곳에 있으렴! 



Q:  다른 곳에서 태어났어도 이렇게 피자를 사랑할 수 있었을까?


19.4.18 - 19.4.28 사이쯤 어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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