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해가 아직 뜨지 않은 새벽.
오하라 가문은 이른 아침부터 분주했다.
가문의 수장인 마르크는 거울 앞에서 넥타이 모양을 고쳤고 그의 부인인 레틸은 그늘진 얼굴로 그의 짐가방을 하녀에게 건네받았다.
“이번엔 언제 오시는 거예요?”
“삼 개월은 족히 걸려.”
“다치지 마세요. 여보.”
“그럴 리가. 언제나 우리 제국은 승리할 거니, 걱정하지마. 여보.”
“네…. 그럴 거예요. 저도 새벽 기도회를 빠지지 않고 참여했어요.”
“고맙네. 부디 신께서 기도를 들어주기를 바라야지.”
마르크는 짐 가방을 건네받은 뒤 레틸의 오른쪽 볼에 가볍게 키스했다. 평소 그의 키스를 받기 어려웠던 터라 레틸이 눈을 질끈 감았다. 깊은 한숨을 내쉬며 문을 나서는 마르크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의 어깨가 유난히 무거워 보였다.
레틸은 벽면에 걸린 시계를 바라봤다. 30분 뒤 면 새벽기도 시간이었다. 레틸이 모자를 쓰고 나갈 채비를 했다.
레틸은 하녀에게 받은 숄을 여미고 나갔고 문이 닫히자 이 층으로 이어진 계단에서 유난히 삐거덕거리는 소리가 났다. 일 층으로 내려온 사람은 없었고 이 층에서 소리가 멈추자 하녀들의 시선이 계단 입구를 향했다가 일상으로 돌아갔다.
* * *
삼 개월이 흐르고 돌아온 마르크는 보기에도 수척해 보였다.
슈릴제국이 전쟁에 승리했으나 전쟁의 여파는 대단했다. 싸우며 죽은 군인들은 허다했고 마르크는 겨우겨우 목숨만 건졌으나 다리 한쪽이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약이었다. 마르크는 다리가 불편한데도 불구하고 군인 생활을 지속했다.
조금이라도 도움을 보태라는 황제의 명령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황제의 명령은 불복종하면 안 되었다. 다리야 신경을 죽였으니 목발만 잘 짚으면 될 터. 출근 준비를 마친 마르크가 가족이 전부 모인 식당에 들어섰다.
빵에 버터를 바르던 멜리아가 칼을 내려놓고서 두 손을 무릎 위에 두었고 레틸은 자리에서 일어나 남편을 맞이했다 줄리아는 고기 스튜에 있는 감자만 골라 먹으며 손을 크게 휘저었다.
“오, 아빠! 출근하세요?”
“그래. 줄리아. 잘 잤느냐?”
“네! 오늘 날씨 아주 좋죠?”
“그래. 좋구나. 오늘 네가 좋아하는 고기 스튜구나. 맛있느냐?”
“아주 맛있어요! 아빠 어제 있죠. 이번에도 진짜 재밌는 꿈을 꿨어요. 그래서 말인데요, 아빠.”
“오냐.”
“저 비행기 모형 사주시면 안 돼요? 아버지가 탔던 기종으로요. 딱 그게 신상으로 나왔어요.”
“허허허. 아버지가 탄 기종으로 갖고 싶으냐?”
“네!”
마르크는 기분이 좋은 얼굴로 줄리아의 머리맡을 쓰다듬었다. 비행기 모형은 제국에서 가장 비싼 명품관에 파는 장난감이었다. 한 달 치 봉급을 쏟아부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마르크가 기분이 좋게 웃었다. 요즘 들어 부쩍 저린 다리에 기분이 좋지 않았던 것마저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가게 제정을 생각하던 레틸은 쓰게 웃었으나 줄리아는 햇살처럼 웃으며 말했다.
“꼭 사주셔야 해요! 아셨죠? 꼭이요.”
“허허, 그래. 알겠다. 사주마.”
식당에 웃음소리가 가득 차진 못했으나 줄리아의 표정은 여전히 해맑았다.
그저 식기를 들지 못하고 입맛을 다시는 레틸과 멜리아의 앞에 있는 식탁보만 잔뜩 구겨졌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