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애 음식을 만들어라.
나는 다행히 웬만하면 음식에 질려하지 않는 편이다. 차려주면 차려주는 대로 먹는다. 군말도 없다. 아마 요리를 잘하는 편이 아니어서 그런 것 같다. 만약 내가 요리를 잘했으면 질리기 전에 손을 댔을까. 모르겠다.
일단 내 몸무게는 93kg에서 시작했다. 하루이틀에 끝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아주 오래 걸린다. 최소 1년. 유지는 2년 이상. 그렇게 마음먹었다. 4년 동안 찌운 살이니까 갑자기 빼면 몸에 무리가 올 것 같았다. 조급한 마음을 없애려고 애썼다. 오래 한다. 천천히 한다. 자꾸 되뇌었다.
그게 마음처럼 쉽진 않았지만.
일단 나는 제철 음식으로 시작했다. 앞 글에서 말했듯이.
최대한 제철 음식으로 대체했다. 그러다가도 유행하는 아이템을 하나둘씩 섞어 먹기도 했다. 새로운 게 나오면 호기심에 사봤다. 먹어봤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견뎠다.
최애 음식이 있으면 좋다. 시간이 잘 간다.
낫또는 자주 접한 음식이 아니었다. 낯설었다.
처음엔 하나만 샀다. 안에 든 간장에 비벼 먹었는데, 짭조름하고 늘어나는 텍스처가 나쁘지 않았다. 부드러운 식감도. 아니, 맛있었다. 짭조름하고 매력적인 음식이었다.
게다가 배변 활동도 좋아졌다.
바로 마트에 가서 12개를 샀다. 다다익선. 그렇게 나는 낫또로 12일 가량을 버텼다.
밥 먹을 때도, 배고프면 간식으로도 낫또를 먹었다. 아까 말했듯 잘 질려하지 않는 편이라 가능했던 것 같다. 근데 진짜 맛있었다. 식감도 재밌고 김에 싸 먹어도 맛있고. 한 가지 음식에 변화를 줘서 먹었다. 5월 아삭이 고추랑 같이 먹었는데 아삭한 식감이 너무 잘 어울렸다.
단호박은 탄수화물 대신 쪄 먹었다.
일단 제철 음식이어서 달콤했다. 영양가도 풍부했고 포만감이 꽤 높았다. 다이어트는 배고픔과의 싸움인데, 내게 단호박은 든든함이었다. 게다가 살도 안 찌고 건강까지 챙길 수 있어서 좋았다.
치즈와 야채, 토마토 소스를 넣은 그라탕이 꽤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
조만간 또 미니 단호박 철이 온다. 구매해서 해 먹어야겠다. 생각만 해도 군침이 고인다.
다이어트를 하면 모든 사람이 그릭 요거트를 먹는다.
꿀단지 1화에서 말했듯 나는 요플레류를 트라우마 때문에 못 먹는다. 하지만 전 세계 모든 사람이 다 먹는데 나만 못 먹는 기분. 너무 싫었다. 치.
그렇다고 크림치즈를 계속 사 먹자니 칼로리가 그릭 요거트보다 너무 높았다.
하얀색은 아직 못 먹는다. 그래도 녹차러버로서 신상 녹차 그릭 요거트는 도전해볼 만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용기를 냈다. 하나 샀다.
집에 와서 한참을 들여다봤다.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반복했다. 알룰로스를 뿌렸다. 블루베리를 올렸다. 숟가락을 들었다.
한 입.
세상에.
먹을 만했다.
역한 느낌이 없었다. 목구멍을 넘어갔다. 토할 것 같지 않았다. 35년 동안 나를 짓눌렀던 트라우마가 한순간에 무너졌다.
나 이제 그릭 요거트 먹을 수 있는 사람이 됐다.
그날 밤, 나는 한참을 울었다. 별것도 아닌 것 같은데 이상하게 눈물이 났다. 다이어트가 이런 거구나. 작은 승리들이 쌓여서 나를 바꾸는 거구나. 처음 알았다.
헤헤, 이제 그릭 요거트를 간식과 주식으로 주구장창 먹었다. 그렇게 그릭 요거트로도 한 보름은 버텼다.
이렇게 최애 음식을 만들어서 한 음식을 질릴 때까지 파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간다.
아까도 말했지만, 몸무게가 많이 나갈수록 현실적으로 짧은 기간에 다 뺄 수 없다. 최소 1년은 해야 한다. 근데 어떻게 1년을 버틸 것인가.
시간표나 목표를 1년치 짜놓는다 해도 너무 까마득하다. 벌써부터 힘이 빠진다.
그러니까 난 최애 음식을 하나만 정했다. 그걸 질릴 때까지 먹었다.
혹시나 나처럼 음식에 잘 질려하지 않는 성격이라도 상관없다. 하루, 이틀, 사흘이라도 버티면 잘하고 있는 거니까.
요즘 다이어터들은 똑똑하다. 다이어트 음식을 정말 맛있게 만든다.
난 요리를 잘 못 해서 아직 한 아이템씩밖에 못 바꾸지만, 요리 잘하는 분들은 다이어트 음식을 맛있게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다만 조심할 게 하나 있다. 너무 맛있게 만들면 입맛이 돈다. 입맛이 돌면 평소 먹었던 맛있는 음식들이 떠오른다. 그럼 다른 음식이 또 땡긴다. 추가로 먹게 되면 칼로리가 아무리 낮아도 위가 늘어난다. 다음 식사 때 또 늘린 만큼 넣어줘야 하고, 또 넣으면 악순환이 시작된다.
뭐, 이건 극단적인 예시긴 하다.
난 처음엔 좀 삼삼하게 먹으면서 위를 줄이는 방법으로 갔다. 근데 다이어트는 정답이 없다. 자기 방식을 찾았으면 그걸 해보면 된다. 안 맞으면 바꾸면 된다. 실패란 없다. 우리는 장기간으로 가야 하니까 계속 방법 바꾸는 게 정상이다.
난 최애 음식으로 버텼다.
그 외로 단백질 쉐이크, 닭가슴살 종류 바꾸기, 곡물 도감 무가당 두유, 야채찜, 소고기찜, 밀푀유나베 등등. 최애 음식이 아직도 계속 바뀌고 있다.
혹시나 장기간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처럼 최애 음식을 만들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별거 아닌 것 같은데, 이게 은근히 잘 먹힌다. 나한테는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