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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보복대행전문 주식회사 - 이외수

by 생각창고

* 2017년 2월 20일에 카카오페이지에 연재를 시작, 5월 말에 연재를 종료하고 바로 종이책으로 출간한 작품입니다. 문학적 가치라는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문학의 기능에 대해서 이 작품을 통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의미가 있습니다. 한 가지, 읽는 이들의 정치적인 노선, 특히 4대 강 사업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수 있는 소설임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 '대리만족'이 문학의 기능 중 하나가 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이 작품을 읽으면서 계속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최근 문학계에 홍길동과 임꺽정 같은 캐릭터가 사라진 지 꽤 오래된 것 같습니다. 시대를 향해 사자후를 토하는, 날 것 그대로의 선지자적인 야성이 드러나는 문학을 정말 오랜만에 접한 것 같아 신선하기까지 합니다. 영화계에는 히어로물이 대세인데, 문학계는 상대적으로 나약하고 무기력함만이 가득하구나라는 생각도 또한 했고요.


* 이 책을 읽으면서 유사한 느낌으로 오버랩되었던 작품이 조정래 선생의 '정글만리'였습니다. 사회적인 이슈를 작가의 관점으로 선택한 후 실화를 기반으로- 물론 작가적 상상력이 동원되기는 합니다만- 최대한 사실적으로 그렸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신문 사회면의 소설화라고 할 수 있겠지요.


# 문학의 기능 - 대리만족 및 국민 정서(?)의 대변

이 작품은 긴장감이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읽다 보면 소설인지 '자연으로 돌아가라', '식물에게 배우라'라는 교훈을 설파하는 자연철학 책인지 구분이 잘 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반적인, 구성이 탄탄하고 캐릭터가 확실해서 이야기가 살아 숨 쉬는 그런 작품을 기대하고 읽는다면 실망하기 십상입니다.


여기서,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이기는 합니다만, 문학의 기능에 대해서 잠시 짚고 넘어가려고 합니다. 문학에 많은 기능이 있겠습니다만 저는 여기에 대리만족 기능이라는 것을 하나 더 추가하고자 합니다. 인간으로서 도저히 행해서는 안 될 악독한 일을 한 사람들도 가볍게 처벌받고 그냥 풀려 나거나, 아니면 무죄방면되는 사례를 심심찮게 봅니다. 작가는 이 부분에 울분을 표출하면서, 그런 이들은 그에 상응하는 더욱 큰 죄의 값을 치러야 한다는 관점에서 이 작품을 썼습니다. 그래서 읽다 보면 속이 시원 해지는 부분은 있었습니다. 동물학대, 4대 강 사업, 권력형 비리 및 그에 기생하는 언론인 및 정치인들의 패역함 등 핫한 이슈들에 대해서 거침없이 돌직구를 날리고 응징하는데 정말 이렇게라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이 공감했습니다. 법 체계에서 벗어난, 사형(私刑)은 금한다는 원칙이 있기는 합니다만 법 시스템을 능멸하고 교묘히 빠져나가는 이들이 난무하는 것을 보다 보니, 이렇게라도 응징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 물론 좀 위험한 생각이기는 합니다만 - 개인적으로 많이 했습니다. 공적인 사법 체계에 불신이 이 사회에 팽배하다고 느끼는 것은 저만의 생각일까요?


# 문학에서 히어로가 사라짐을 한탄함

김영하 작가가 한국 소설의 캐릭터들이 관습적으로 음울하다고 했는데, 100% 동감합니다. 그러다 보니 문학이 세상을 향해 소리치고 메시지를 전달하고, 더 나아가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은 등한시하게 된 것 같습니다. 한국문학이 장르가 조금 더 다양해질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세상을 향해, 사람들을 향해 다양한 목소리로 외치려는 노력이 조금은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홍길동과 임꺽정이 많이 그리워지는, 그런 시절입니다.


# 4대 강 이야기는 아는 게 없어서 특별히 할 말이 없습니다

다만, 돈 22조를 어디에 얼마나 제대로 깨끗하게, 부정 및 비리 없이 썼는지 철저하게 규명되는 것은 꼭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거대한 프로젝트가 미시적으로 그리고 거시적으로 어떤 성과 및 사회후생적인 기여가 있었는지에 대한 정확한 평가도 꼭 보고 싶습니다. 돈 22조를 썼는데, 보 몇 개하고 자전거 도로, 그리고 녹차 라떼만 남은 것은 아니지 않을까요? 만약 그렇다면 정말 슬플 것 같고, 납세 저항 운동이라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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