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트윈스, 그리고 프로야구여 안녕
1982년 3월 27일 프로야구 개막전 시청을 시작으로 저의 야구 사랑 인생은 시작되었습니다. 원년부터 MBC청룡을 응원하기 시작하였고, 현재는 그 후신은 LG트윈스의 팬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37년째 야구를 사랑해왔습니다만, 아쉬운 마음을 머금고 이제 그만 만나려고 합니다. 이유를 간략히 적어 봅니다.
1. 시간이 상당히 많이 소모되는 취미입니다, 야구는.
2017년 현재, 정규 시즌은 팀당 144경기가 치루어 집니다. 그리고 게임당 평균 최소 3.5시간 정도가 소요됩니다. 이 경기들을 전부 다 시청한다고 하면 연 504시간이며 일수로는 21일입니다. 즉 1년 52주 가운데 꼬박 3주를 야구를 보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것만이 아닙니다. 관련 기사보고 다른 팀 경기 하이라이트를 보면 한 시간은 우습게 훌쩍 지나갑니다. 즉, 정규 시즌에는 하루에 최대 5시간까지도 야구에 몰두하게 되는 겁니다. 하루에 5시간짜리 취미는 사치라는 생각이 어제 갑자기 들었습니다.
2. 지나치게 감정이입이 됩니다.
야구 중계를 보면서 지나치게 그 팀에, 그 경기에 몰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언젠가 한 예능 프로에서 가수 홍서범씨가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지자 가족들에게 짜증을 내는 장면을 본 적이 있습니다. 나와는 먼 이야기로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짜증까지는 아니어도 LG트윈스 경기가 잘 안 풀리면 지나치게 예민해지고 또 종종 짜증을 내는 저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문제입니다. 이 정도되면 취미가 아니라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입니다.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고 살아가는데 힘을 얻으려고 취미 생활도 하고 운동 경기 시청도 하고 또 직접 하기도 하는건데 도를 넘었습니다. 취미는 취미일 뿐인데 말이지요.
답답하고 피곤한 일상에서 스트레스도 해소하고 활력을 얻기 위해서 야구를 본다고 생각했었는데 밸런싱이 안된다면 과감하게 접어야 합니다.
3. 스포츠맨쉽이 아쉽습니다. 그래서 국내 프로야구에 실망했습니다
얼마 전 두산 베어스의 김재환 선수가 12게임 연속 타점이라는 KBO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그 기록에 대해 언론에서도 그렇고 크게 홍보하지 않아서 이상해서 찾아봤더니 이 선수가 2011년에 도핑 테스트에 걸렸더군요, 벌크업하기 위해서 스테로이드제를 복용했던 것 같습니다.
불공정 사례가 프로야구에만 존재하겠습니까만, 스포츠에서 이런 일을 비일비재한가 라는 의문과 또 솜방망이 징계로 유야무야 넘어갔다는 사실에 솔직히 실망을 많이 했습니다. 한 번 벌크업된 몸과 파워가 약을 안 먹는다고 해서 없어지는 것도 아닐 것이고 이는 죽어라고 훈련하고 규정을 지키는 선수들과 경쟁이라는 표현을 붙이기도 힘든 그 무언가를 하게 되는 겁니다. 결국 프로 스포츠도 비즈니스이고 성과를 내는 것만이 가장 중요하다는, 성과만 내면 된다는 사회 의식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합니다. 실력으로 이야기하겠다고 했는데, 그리고 계속 반성하겠다고 했는데 그 실력이 실력인지도 모르겠고 반성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도 모르겠구요.
특정 선수 및 팀에 대한 유감을 토로하기 위해서 이 부분을 언급하는 것은 아닙니다. 과연, 국내 모든 구단이 100% 이 부분에 자유로울까요? 갑자기 실망감이 엄습하더군요, 이 사례를 접하는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