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교실 만들기 01
다름이 틀린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임을 알게 하는 것!
이것이 평화로운 교실 만들기의 첫 단추다.
겨울 패션으로 노스페이스 패딩 점퍼가 전국 학생들의 코디를 책임졌던 적이 한동안 있었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그 열기는 언제 그랬나는 듯 롱패딩에게 그 자리를 내어 주었다. 하지만 롱패딩을 거쳐 플리스 재킷과 숏 패딩으로 겨울 패션의 왕좌는 계속 교체되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지난해부터는 유행이 한 바퀴 돌아 노스페이스 눕시 패딩이 유행을 선도했다. 하지만 조만간 이 인기도 그 수명을 다할 것이고 다른 옷이 유행을 이어받을 것이 분명하다.
같은 또는 비슷한 옷을 입었을 때의 소속감과 동질감은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역할을 한다. 어른들도 유행을 따르긴 하지만 사춘기 학생들은 유행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는 그만큼 다른 사람의 시선을 많이 의식한다는 의미가 된다. 유행을 따르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유행에 민감하지 못한 학생들이나 남다른 디자인의 옷을 입고 다니는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때 나타난다. 즉, 다른 것은 틀리다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우리 반에서 있었던 일이다.
어느 날 지수(가명)가 화려한 유니콘이 프린팅된 옷을 입고 왔다. 그 옷을 본 몇몇 남자아이들이 너도나도 놀리기 시작했다.
“네가 유치원생이나 1~2학년이냐?”
“4학년이나 돼서 그런 옷을 입다니 유치해!”
그런 말을 들은 지수는 펑펑 울며 담임인 나한테 왔고 나는 남자아이들을 불렀다.
“왜 그런 말을 했니?”
“너무 튀잖아요.”
“유치해 보여서요.”
“그랬구나! 그럼 왜 튀면 안 되니?, 모두가 비슷한 옷을 입어야 하는 거니?”라고 묻자 아이들이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한다.
“너희들이 그런 말을 해서 친구가 울었는데 우는 친구를 보니까 기분이 어때?”라고 묻자 본인들도 마음이 좋지 않았는지
“미안해요.”
“지수한테 사과하고 싶어요.”라고 한다.
결국 남자아이들이 사과하고 지수는 사과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왠지 지수의 표정이 밝지는 않았다. 쉬는 시간에 지수를 따로 불렀다.
“지수는 유니콘을 좋아하니?”
“네, 저는 유니콘이 너무 예뻐요.”
“선생님이 보기에는 잘 어울린다. 근데 친구들이 놀려서 힘들었겠구나!”
“친구들이 유치하다고 놀려서 짜증 났었어요.”
"남들과 취향이 다르다고 해서 틀린 게 아니야. 네 잘못은 없어."
"네. 고맙습니다."
“우리가 사는 이 사회는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려서 살고 있단다. 모든 사람이 똑같은 생각과 똑같은 취향을 갖고 있다면, 이 세상은 재미없고 정말 지루할 거야. 아니 이 세상은 아마 유지되기 힘들 것 같아.”
“왜요?”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모두가 농사를 짓기 싫어한다면 어떻게 될까?”
“식량이 부족해질 것 같아요.”
“사람들이 댄스 음악만 좋아한다면?”
“다른 음악들은 다 없어질 수도 있겠네요.”
“그래, 사람들은 타고 태어난 성향이 다르고 자라온 환경이 다양하고 경험한 것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의 생각이나 취향이 다른 거야. 이건 너무나도 당연한 거지. 친구들이 너의 패션 취향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색다른 옷을 입고 온 네가 선생님은 더 개성 있어 보이고 좋단다. 자신의 취향을 표현하는 것에 조금 더 자신감을 갖고 살았으면 좋겠어.” 대화를 마치자 지수의 표정이 밝아진다.
며칠 후 지수가 후드티를 입고 왔다. 모자에 공룡 얼굴이 그려져 있어서 입으면 공룡처럼 보이는 개성 있는 옷이었다. 지수는 교실에 들어오며 나와 눈이 마주치자 씩 웃는다. 나도 지수를 보며 미소와 함께 엄지손가락을 들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