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교실 만들기 02
학급 살이를 하다 보면 학생들끼리 생각이 달라 의견 충돌이 일어나는 상황이 꽤 자주 목격된다. 특히, 저학년일수록 그런 경향이 짙다. 서로 자라온 환경, 그동안 경험한 것, 타고 태어난 성향이 각자 다르기 때문에 생각이 다른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이 당연한 것으로 인해 다툼이 일어나는 것이다.
서로 생각이 달라서 의견이 맞지 않을 때는 대화로 타협점을 찾거나 누군가 또는 서로 조금씩 양보해야 한다. 자신의 의견만이 옳다고 주장하거나 상대방이 무조건 나에게 맞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 결과는 불 보듯 뻔할 것이다. 초등학교 교실에서 문제상황이 발생했을 때 학생들끼리 슬기롭게 타협하거나 한 사람이 또는 서로 먼저 양보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내가 교실에서 가장 우선 강조하는 것은 서로 다른 것은 당연한 것임을 알게 하는 것이다.
쌍둥이도 다른데 우리가 다른 것은 당연하다.
다른 것이 틀린 것이 아니고 더 나아가 서로 다름으로 인해 얻는 유익을 이해시키기 위해 나는 우리 반 아이들에게 쌍둥이 이야기를 한다. 부모도 같고 유전자도 같은 쌍둥이도 서로 의견이 다르고 싸울 때도 있다. 쌍둥이도 이렇게 서로 생각이 다를 때가 있는데 우리가 다른 것은 당연한 일임을 강조한다. 당연한 일로 속상해하거나 싸울 필요가 없지 않은가?
흔히 사람들은 쌍둥이는 비슷한 점이 많다고 생각하고 실제로도 그렇다. 하지만 쌍둥이라고 해서 모든 점이 비슷한 것은 아니다. 상반된 점도 많이 있는데 주변에 있는 쌍둥이 친구들 관찰하기, 쌍둥이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감상하기 등을 통해 이를 이해시켜 보자.
페어런트 트랩(The Parent Trap, 1998)은 배우 린제이로한(Lindsay Lohan)이 쌍둥이역할로 1인 2역을 재미있게 소화한 영화인데 대략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여름방학을 맞아 소녀들로 북적이는 캠프 ‘월든’에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온 활발한 소녀 할리 파커가 도착한다. 할리는 아빠와 함께 포도 농장에서 살며 자유롭고 따뜻한 일상을 보내지만,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엄마를 본 적은 없다. 한편, 영국 런던에서 온 세련된 소녀 애니 제임스도 캠프에 합류한다. 웨딩드레스 디자이너인 엄마와 함께 자란 애니는 프랑스어를 잘하고 여러 활동에 두각을 나타내는 똑똑한 아이지만, 아버지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른다.
캠프에서 마주친 두 소녀는 놀라울 정도로 닮은 외모에 충격을 받고, 곧 서로가 쌍둥이 자매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여러 사건을 겪으며 친해진 두 사람은 깜찍한 작전을 세운다. 캠프가 끝난 후, 할리는 영국으로 가서 엄마와, 애니는 미국에 남아 아빠와 살아보는 것이다. 가족을 다시 하나로 만들기 위한 이들의 계획은 과연 어떻게 될까?
영화에서 쌍둥이인 할리 파커와 애니 제임스는 얼굴은 똑같지만 서로 상반된 성격을 갖고 있다. 쌍둥이라도 처음부터 갖고 태어난 성격이 다를 수도 있지만 분명히 자라온 환경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쌍둥이임에도 서로 경험한 것, 친구, 주변 사람이 다르다면 유전자는 같더라도 다른 성격을 갖게 되는 것이다.
"할리랑 애니는 쌍둥이지?"
"네"
"할리는 성격이 어떤 것 같아?"
"활발하고 모험을 즐기는 것 같아요."
"애니는?"
"침착하고 꼼꼼하며 차분한 성격으로 보여요"
"쌍둥이라도 이렇게 성격이 다를 수 있는 거야! 너희들은 다 자라온 환경이 다르니까 의견이 잘 안 맞는 게 어찌 보면 당연 한 거라고 할 수 있어. 이렇게 당연한 일로 싸우는 건 바보 같은 일이겠지? 친구와 의견이 맞지 않을 때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대화를 통해 타협하고 때로는 멋있게 양보도 했으면 좋겠어"
여기에서 끝나면 참 좋을텐데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똑똑한가?
이렇게 말하면 반문하는 아이들이 있다.
"이야기를 지어낸 영화니까 그렇지 실제로는 아닐 수 있잖아요?"
이럴때는 당황하지 말고 다큐멘터리 영화 트윈스터즈(Twinsters , 2014)이야기를 덧 붙인다.
2013년 창립 10주년을 맞은 페이스북이 전 세계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던 ‘10대 이야기’를 선정했다. 그중 가장 큰 반향을 일으킨 이야기는 사만다, 아나이스 쌍둥이 자매가 페이스북을 통해 25년 만에 재회하게 된 사건이었다.
한국에서 태어난 쌍둥이 자매는 프랑스와 미국으로 각각 입양됐고 서로의 존재를 모르고 살다가 25년 만에 만나게 된다. 배우가 꿈인 사만다가 유튜브에 올린 영상을 아나이스가 보게 되고 페이스북으로 연락을 하며 기적처럼 둘이 만나게 되는 것이다. 일란성 쌍둥이인 이들은 서로 거울을 보는 것처럼 정말 똑같은 외모를 갖고 있었다. 이 둘은 외모뿐 아니라 취향도 비슷했는데 처음 만난 날 두 사람은 똑같은 색깔의 매니큐어를 칠하고 나타났으며, 식성과 패션 취향도 비슷했다.
그런데 과연 다른 점은 없었을까?
쌍둥이는 미국의 캘리포니아 주립대의 The Twins Studies Center에서 인지 능력 측정을 했다. 여기에서 항목마다 점수가 유사하게 측정됐는데 경쟁력, 창의성, 이해력, 계획성, 자제력 등의 수치가 거의 비슷하게 나온 것이다. 같은 유전자를 지녔으니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감정 기복, 외향성 항목에서는 서로 큰 점수 차이가 났다. 알고 보니 한 명은 외동딸로 자란 데다가 입양에 대한 차가운 시선과 친부모가 자신을 버렸다는 상처 속에 성장한 반면, 다른 한 명은 사이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같이 자란 오빠가 둘이나 있는 가정에서 큰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여기에서 우리는 인간의 성격 형성에 환경이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학자들의 연구에서도 태어난 직후 떨어져 자란 쌍둥이의 경우 키와 얼굴, 신체적 특징과 운동능력, 인지 능력은 유전적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고, 상대적으로 성격은 환경에 더 많이 좌우된다는 것이 입증된 바 있다.
학생들은 영상을 보며 동일한 유전자를 타고 태어난 일란성 쌍둥이가 다른 환경에서 자라면 서로 다른 성격을 갖게 됨을 확실히 알게 된다. 따라서, 쌍둥이도 아닌 같은 반 친구들과 나의 성격이 다르고 생각하는 것이 다른 것은 당연한 일임을 이해하게 된다. 그동안 나와 다른 의견을 내고 생각이 다른 친구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제 그것이 당연한 일일 수 있겠다는 생각의 씨앗이 학생들에게 심어진다. 아직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게 되는 열매를 맺는 수준에 이르기에는 멀었지만 의미 있는 한 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영화를 보여주고 관련된 활동까지 마쳤어도 당연히 교실에서는 다툼이 생긴다. 하지만,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대화와 타협으로 슬기롭게 대처하는 방법을 다양한 교육 활동(지속해서 브런치에 공개해 보겠다)을 통해 학생들에게 알려주면 서서히 다툼이 줄어든다. 또, 서로 마찰이 생기더라도 더 쉽게 그리고 더 빨리 해결 해내는 의사소통 능력을 갖추게 된다.